지난 18일엔 일찍부터 김신용 시인을 만났다.

양동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인사동 거리를 쫒아 다녔으나 목추길 곳이 마땅찮았다.


문 걸린 유목민앞에서 서성이다, 툇마루로 발길을 옮겨야 했다.

들어서다, 박중식시인의 처남이 굽는 빈대떡에 쏠렸다.

오븐에서 던져, 돌려 눕히는 솜씨가 대단했다.

그 빈대떡은 바싹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빈대떡 한 장과 김신용씨가 마실 맥주와 막걸리를 시켰다.

이 집 막걸리는 뒤늦게 취하는 것을 알지만, 맛에 꽂혀 마냥 들이켰다.

두 시간 동안 홀짝 홀짝 마셨으나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양동에 있다는 시나리오작가 최건모씨도 부르고, 김명성시인도 불렀다.

된장비빔밥으로 마무리하고 유목민으로 옮겼다.

 

그 때까지 유목민은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 집 앞에 퍼져 앉아, 안주는 푸른별 주막에서 배달시키고,

술은 옆집에서 가져와 마셨다.

김명성씨가 등장하니, 젊은 사업가들도 줄줄이 나타났다.

이상훈, 김민수씨가 등장했고, 뒤늦게는 김태서, 신상철씨도 나타났다.

푸른별이야기에 잠시 들렸더니, 이미례, 박기성 내외도 있었다.

 

! 큰일 났다. 툇마루에서 마신 취기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입에서 걸러지지 않은 소리가 마구 나오기 시작했고,

술에 잠들지 않으려고, 여기 저기 쫒아 다녔다.

심지어, 사진 찍는다며 담장 위에 기어오르는 지랄발광도 했다.

 

그 때 마침, 인사동을 떠도는 악사 강다식씨가 지나갔다.

한 곡 켜라고 불러 세웠는데, 역시 분위기를 가라앉혀 주었다.

무슨 곡인지 기억에는 없지만, 가날 픈 바이얼린 소리가 마음을 건드렸다.

구슬프다 못해 슬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니기미~

김태서씨의 막춤이 어울리진 않았지만, 마치 사회를 향한 조롱 같았다.

 

 

사진, / 조문호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열린 정영신의 ‘장날’사진전에 반가운 학생들이 몰려왔었다.
사진 기록의 가치를 일찍부터 알아차려, 변해가는 홍은동을 꾸준히 기록해 온 대견스러운 학생들이다.

‘홍은 청소년 문화의집’에 소속된 ‘사진 속 숨 쉬는 마을’이란 동아리에 함께하며, 20여명의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있다.

활동 한지는 5년 정도 되었고, 매 토요일마다 모여 홍은동의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만 쫓아다니는 아마추어사진가들이 넘쳐나는 현실에 신선한 바람이었다.

얼마 전 부산 벡스코 국제사진 페어도 참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사동 기록을 취재하는, 최건모씨가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고민이 있다. 사회에 진출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학진학과 함께 꿈을 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날 ‘장날’ 전시를 돌아보며 정영신의 사진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허리우드’로 옮겨 사진에 대한 조언도 했는데, 사람들을 찍고 싶다는 최의정양의 눈동자가 유난히 빛났다.

학생들의 아름다운 꿈을 펼치게 해 줄 수는 없을까?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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