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오월과 촛불

홍성담展 / HONGSUNGDAM / 洪成潭 / painting 

2018_0720 ▶ 2018_0812


홍성담_세월오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90×1260cm_2014


초대일시 / 2018_0719_목요일_05:00pm

후원 / 가나문화재단

관람료 / 성인 3,000원 / 학생, 64세 이상, 장애 3급 이상 무료입장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세월오월'과 촛불 그리고 홍성담 ● 격동의 한국 현대사, 이런 식의 표현에 대하여 우리는 익숙한 편이다. 20세기의 식민지시대와 분단시대 그리고 21세기 통일로 가는 남북 화해시대. 이런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났던가. 역사는 기록으로 남을 때, 역사다워진다. 기록이 없는 역사는 하나의 물거품일 수 있다. 역사는 과거와 미래와의 대화라 했다. 그렇다면 예술가에게 있어 대화는 창작정신과 맞물리는 부분이지 않을까. 기록은 어떤 형식으로 남던 그 기록정신만큼은 소중하다. 특히 예술가의 소임으로 기록정신을 든다면, 과연 어떤 작업이 소중한 것일까.



홍성담_내몸은 바다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16

홍성담_욕조-어머니, 고향의 푸른 바다가 보여요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30cm_2016



작가는 기록을 한다. 하지만 오늘날 상당수의 작가는 기록정신과 거리를 두고 있다. 치열한 현장을 외면하려 한다. 현장과 거리가 생기니 당연히 기록은 뒷전으로 쳐진다. 밀실 공간과 달리 역사의 현장을 뜨겁게 끌어안는 작가가 있다. 기록하는 작가. 여기서 기록은 증언이자, 비판이나 평가이기도 하다. 그런 작가 가운데 홍성담을 들 수 있다. 홍성담은 근래만 해도 세월호 사건에서부터 광화문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뜨거운 현장을 직시하면서 자신의 작업으로 연결했다. 21세기 벽두의 한국사회에서 촛불의 의미는 남다르다. 촛불은 자신의 몸을 살라 어둠을 쫒아낸다. 촛불정신은 홍성담 예술의 원형이다. 예술가는 시대정신을 충실하게 기록할 임무가 있다. 그래서 홍성담의 "그림 그리기는 인간의 야만과 문명의 경계, 그 칼날처럼 얇고 위태로운 경계에서 이루어진다." 야만과 문명의 경계에 선 위태로움을 안고 작업하기. 예술작업은 결코 음풍농월의 여유가 아니다. 순간순간 긴장과 정의 그리고 조형의식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상상력과 창작력을 제고시켜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그것도 늘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숙명, 바로 예술가의 숙명이다.



홍성담_홍수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4cm_2015


홍성담_화종-학익진 3_캔버스에 유채_260×162cm_2018


홍성담_흐르는 물이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260cm_2018


홍성담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거대 담론을 즐겨 그렸다. 이 점은 여타의 작가와 차별상을 보여주는 특징이기도 하다. 화가는 '소독되어진 표현의 자유를 거부한다.' 소독되어진 표현의 자유. 여기서 예술가의 사명감을 확인하게 한다. 과연 무엇이 예술가의 사명일까. 그것의 출발은 표현의 자유이다. 홍성담은 이 부분을 위하여 온몸으로 싸워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현실 고발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것도 직설법에 의한 표현이다. 흔히 홍성담은 풍자화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신시대 혹은 박근혜 소재의 여러 작품 등을 보고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화가 자신은 풍자보다 직설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홍성담_사시사철 중에서-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30cm_2018


홍성담_통일대원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390cm_2018


홍성담의 작품은 무엇보다 서사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한다. 첨예한 이야기를 상상력에 의거하여 재구성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 시대정신과 함께하는 예술의 범본이라 할 수 있다. 유마거사는 말했다. 중생이 아프니까 내가 아프다. 홍성담의 예술은 우리 사회가 아프면 아플수록 뜨거운 열정을 담아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증거하는 예술. 기록하는 예술은 현실과 함께하는 의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진실을 구현하는 훌륭한 무기라는 신념, 어찌 음풍농월의 와유(臥遊) 속에서 노닐 수 있을까. 뜨거운 현장으로 달려가는 화가에게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홍성담은 그의 저서 제목처럼 '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서다'라는 지표로 집약하게 하는 화가이다. ■ 윤범모



Vol.20180720d | 홍성담展 / HONGSUNGDAM / 洪成潭 / painting



제6회 여름생색
2018 가송예술상 본선통과작展

2018_0629 ▶ 2018_07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태환_김진우_김도경_박혜원_오흥배

인터미디어 Y_장인희_정성윤_정승원_지희장

주최 / 가송재단후원 / 동화약품기획 / 가나아트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Tel. +82.(0)2.720.1020

www.insaartcenter.com



제6회 『여름생색』展을 준비하며 ● 가송재단과 동화약품은 2018년 6월 29일부터 2018년 7월 9일까지 제6회 『여름생색』展을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지난 5월 가송재단은 전통 부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통 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한다는 취지에 따라 제5회 가송예술상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이번 『여름생색』展은 가송예술상의 본선통과자 10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공 모는 부채 주제 부문과 콜라보레이션 부문의 두 가지로, 아홉 명의 작가는 부채를 모티프로 한 부채 주제 부문에, 한 명의 작가는 부채 장인(匠人) 김대석 선자장(扇子匠)과 협업하는 콜라보레이션 부문에 선정되었다. ●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부채 자체의 실용성이나 형상을 넘어 그것에 내재한 조형적 원리 혹은 부채와 연관 된 바람 같은 감각적 현상이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부채 중에서도 쥘부채 접선(摺扇)은 대나무 부챗살에 접은 한지가 덧대어져 편평한 평면을 이루고 선과 면이 규칙적으로 나타난다. 작가들은 이러한 부채의 조형성에 주목하여 직관적으로 면과 선 자체를 다루거나, 개념적으로 작업에 반복성과 리듬감을 도입하였다. 한편으로 부채와 바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작가들은 바람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순간의 경험 또는 운동성, 시간성에서 발상을 얻기도 했다. 이렇듯 각각의 작품은 부채를 모티프로 삼되 부채의 외적 형상이나 기능성에 국한되지 않고 그것의 안과 구조, 외연을 보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정승원_접혀진 풍경_접은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테이프_가변설치_2018

김도경_무한의 계단_금속판, 전기 용접_가변설치_2018


부채의 반복적인 선면에서 출발한 작가로는 정승원, 김도경이 있다. 정승원은 캔버스를 '접음'으로써, 접고 펴는 부채의 조형적 구조를 전시장에 구현하였다. 일반적으로 캔버스는 2차원의 평면으로 회화 행위를 할 바탕 면으로 활용되나, 작가는 캔버스를 접어 산과 골짜기의 기하학적 굴곡을 갖춘 오브제로 만들었다. 캔버스는 점선이 부착된 3차원 공간의 선면에 합치되어 놓였는데, 그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하학적 풍경화, 「접혀진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김도경은 일상 의 오브제를 반복 및 변주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의미'에 주목해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철판을 절곡折曲하고 반복적으로 이어 부채의 선면과 반복의 원리를 건축적으로 구현한 「무한의 계단」을 선보인다. 작품에서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관조하면, 계단의 형상에서 연상되는 기능과 오브제의 재료인 철판의 물성 자체보다는 계단 하나하나가 변주되며 이어지는 데서 오는 리듬을 감지하게 되고, 힘을 내어 어떤 행위를 반복할 때의 단상을 떠올리게 된다. 유형(有形)의 조각을 통해 도리어 무형(無形)의 개념을 말하는 작가의 개념적 태도를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김진우_U-057_한지에 오일콘테_90×131cm_2018

정성윤_雪山夢遊圖_한지에 아크릴채색, 라이스페이퍼_130.3×32.3cm×6_2018


김진우와 정성윤, 박혜원, 인터미디어Y는 전통 회화의 형식으로서의 부채에 주목하였다. 김진우와 정성윤은 전통 회화가 부채의 부채꼴 선면과 조형적으로 조응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형식과 화법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적 산수를 완성했다. 김진우는 「U-038」에서 성냥갑 같은 고층 빌딩이 집적된 도시풍경을 그렸다. 을지로에서 작업하던 시기 매일 건물이 올라가고 무너지는 건설 현장을 바라보면서 건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그는 "도심의 빌딩숲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산수와 같다"라고 말한다. 정성윤은 「雪山夢遊圖」에서 설경雪景을 새로운 구도와 색채로 재구성하여, 그 계절 그 공간을 거닐며 느꼈던 정서를 화폭에 담아냈다. 생경한 색의 물감을 덧입혀 재현된 어딘지 알 수 없는 풍경을 마주하며, 우리는 그가 걸었던 공간, 그가 스친 바람, 그에게 스쳤던 단상을 가늠하며 내면의 풍경과 조우하게 된다. 두 작가가 그린 설경과 도시 풍경은 수묵화의 정신성을 넘어 일상의 정경을 담는 근래 동양화단의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혜원_부채–사랑愛표 Windy Garden_

퓨징, LED 라이트박스, 5CL 디지털 세라믹, 그물, 드로잉_가변설치_2018

인터미디어 Y_Perception_미디어 아트_00:04:28_2018


박혜원은 부채에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써서 정감을 담았던 우리 고유의 문화에 영감을 받아 「부채-사랑愛표」를 제작했다. 의미를 표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박혜원이 선택한 방법은 사랑을 표상하는 보편적인 기호 ♡와 한자 愛자를 차용한 뒤 그것을 분절하고 재조합하여 유리에 입히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상(像)은 단순히 차용되고 모방된 것이 아니라 '다시 그려진 기호'로, 그가 구상한 사랑의 정감을 표상한다. 한편 인터미디어 Y의 신작 「Perception」에서는 모니터에 달린 와이퍼가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부채 모양의 영역을 형성하고, 관람객은 그 영역에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와이퍼 뒤로는 비오는 날의 거리 정경이 펼쳐지고 고古 문구의 필치를 닮은 일상적 문 구와 가짜 인장이 보인다. 부채에 그려진 문인화를 닮았지만, 형식만을 취했을 뿐이다. 인터미디어 Y는 의도적으로 부채 선면과 조응하지 않는 유사 문인화를 보여줌으로써 대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불완전하며 인식의 틀에 영향 받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희장_바람을 걷다, 바람 위를 걷다, 바람을 걷어내다_

스판 패브릭, 동전, 고무밴드, 선풍기_300×280×300cm_2018

장인희_흩어진 순간들_미러 PET 필름, 아크릴판_114×182×8cm_2018


강태환_비움공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부채를 부치면 바람은 우리를 새로운 감각으로 이끌고 잠시나마 일상의 상념을 잊게 해준다. 하지만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순간의 경험은 형용하기 어렵다. 지희장과 장인희, 강태환은 바람을 시각적·공간적으로 가시화함으로써 그런 순간을 다시금 경험케 해주는 듯하다. 생성에서 소멸로 이르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관심을 가져왔던 지희장은 이번 전시에서 푸른색의 부드러운 패브릭으로 바람이 흐르는 공간을 형성했다. 「바람을 걷다, 바람 위를 걷다, 바람을 걷어내다」에서 벽과 천을 연결하는 고무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의 흐름을, 부드럽게 벽에 매인 천은 공간 속 바람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 공간 안에서 관람자는 바람을 느끼며 바람 위를 걸을 수 있다. 장인희의 「흩어진 순간들」은 금빛의 얇은 필름을 오린 뒤 조합하여 완성된다. 각각의 조각은 과거 어느 순간 그가 이끌리는 대로 오린 순간의 단편으로, 현재의 선택에 따라 조합된다.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작가의 의도와 달리 춤추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는 사람을 찾아내기도 한다. 작가의 말마따나 "과거의 필연과 현재의 우연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입체적 순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강태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비움 공간」을 선보인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찬 것과 빈 것과 같이 대립항의 상호 관계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광섬유를 빈 공간 속에 늘어뜨림으로써 보이지 않던 틈, 사이공간을 가시화했다. 공간을 타고 흐르는 바람결에 광섬유가 일렁이며 틈이 보이게 되면서 무(無)와 유(有), 존재와 부재 사이가 흔들린다. 수많은 광섬유로 '채워진' 공간이 '비움' 공간이라고 명명된 까닭이다.



오흥배_겹_캔버스에 유채, 혼합재료_91×116.8cm, 105×150cm_2018


이들 아홉 명의 작가가 부채를 모티프로 삼아 개별 작업을 했다면, 오흥배는 국내 유일의 접선장(摺扇匠), 김대석 장인 과 협업하였다. 장인은 대나무를 하나하나 깎고 다듬고 이은 뒤 변죽까지 직접 달아 제작한 부채를 작가에게 제공하였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To see, To be seen」에서 오흥배는 부챗살 뒤로 점차 시들어가는 꽃의 이미지를 입힌 여러 장의 아크릴판과 극사실주의 회화를 배열하였다. 여러 장의 꽃 이미지로 만든 겹(layer)들은 접히고 펼치는 접선의 겹과 개념적으로 대응하는데, 작가는 겹을 통해 보이는 대상인 꽃과 보는 주체인 작가가 만난 복수(複數)의 시간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 이처럼 제6회 『여름생색』展에서 10인의 작가들은 부채의 선면이나 반복의 원리, 회화 형식으로서의 기능성과 그것이 일으키는 바람과 순간의 감각 등 부채와 연관된 유·무형의 속성들을 자신의 작업방식과 접목시켜 회화와 입체, 조각과 설치, 미디어 등의 다양한 조형언어로 풀어내었다. 작가들은 기존에 부채로 작업하지 않았기에, 부채를 면밀히 관찰하고 부채와 자신의 기존 작업방식 사이의 접점이 무엇인지 부단히 고민해야만 했다. 그러나 어느 작가가 말했듯, 그 고민의 시간은 오히려 자신의 작업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작업의 지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계기로 이전엔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고 지나쳤던 부채의 면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 문화 역시 이와 같이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동시대에 유의미한 지점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담지한 미학을 발전적으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조현아


Vol.20180629c | 제6회 여름생색-2018 가송예술상 본선통과작展






도시, 생태학적 풍경 Cities, their Ecological Landscape
김경숙展 / KIMKYUNGSOOK / 金敬淑 / photography


2018_0425 ▶ 2018_0430


김경숙_서울특별시(Seoul)_C 프린트_220×164cm_2016


초대일시 / 2018_042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 스페이스

INS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Tel. +82.(0)2.734.1333

www.insaartspace.com



도시의 초상 ● 김경숙은 풍경을 찍는 사진가이다. 그녀는 자연을 대상으로 작업해오다 2년 전부터 전국의 도시들을 기록해 왔다. 평생을 도시에서 산 김경숙의 삶을 생각하면 예술 창작의 소재와 주제를 도시풍경으로 바꾼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도시의 한 장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다양한 속성과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 김경숙은 자신의 의도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포토몽타주(photo montage)를 사용하고 있다. 포토몽타주는 19세기부터 여러 분야에서 발견되나 미술에서 순수예술가들이 방법을 채택한 것은 1916∼1917년부터 베를린 다다이스트인 그로츠George Grosz(1893~1959), 하트필드John Heartfield(1891~1968), 회흐Hannah Höch(1889~1978), 바더Johannes Baader(1876~1955), 하우스만Raoul Hausmann(1886~1971)에 의해서이며, 이후 초현실주의, 구축주의, 팝 아트 등 서로 다른 다양한 예술사조에서 이 기법을 사용하였다. ● 작가는 먼저 우리나라 주요도시를 특별시(서울특별시,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시(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부산광역시), 도청소재지(수원시, 춘천시, 청주시, 안동시, 전주시)와 전통 도시(충주시, 상주시, 경주시, 나주시-과거에는 각 도 지명의 한 요소일정도로 컸으나 이제는 중요도가 낮아진 도시)로 행정단위 중요도를 기준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18개 각 도시 재개발대상인 지역의 집-즉 근대 도시로서 건축된 가장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과 그 도시에서 가장 고가이거나 최신의 집-모두 아파트이거나 주상복합-을 촬영하여 벽돌을 켜켜이 쌓듯이 레이어를 겹겹이 놓아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전시 『도시, 생태학적 풍경』 이전, 단체전 『포스트포토 2017』에서 김경숙의 작품 「Scenes in Memory 1」을 눈여겨 보았다. 그 작품은 오래된 집과 골목을 촬영한 이미지를 한 컷 한 컷 벽돌처럼 사용해, 수십, 수백 장을 한 화면에 조립해 완성한 작품이다. 포토샵이 발달한 요즘 여러 이미지를 수집해 합성으로 한 화면에 넣는다면, 대부분의 사진가는 이미지만을 바둑판처럼 병치할 것이다. 그러나 김경숙은 작품에 포함된 각각의 이미지 사이에 검은 선으로 테두리를 둘러 쉽게 벽돌 쌓기가 연상되도록 하였고, 이미지 사이의 검은 선에 의한 공간이 작가의 의도로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구술한 적도 있다. 필자는 그 이미지 사이의 선을 보며 벽돌 담장의 '메지' 를 떠올릴 수 있었다. 작품에서 보이는 건축적 요소와 도시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건축을 전공해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그녀의 이력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김경숙_인천광역시(Incheon)_C 프린트_120×90cm_2016


김경숙_부산광역시(Busan)_C 프린트_120×220cm_2017


『도시, 생태학적 풍경』 시리즈에서 퇴락한 마을의 주택과 골목으로 구성된 작품 아랫부분은 우리나라 도시의 특색과 현재 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충주」에서는 과수원이, 「세종」에서는 다방과 식당, 공인중개사 간판이, 「수원」에서는 전파사와 신축 빌라 선전물이, 「안동」에서는 담장의 화분과 신축한 한옥이, 「전주」에서는 슈퍼, 정육점 생필품 가게, 미용실이, 「제주」에서는 제주 전통 초가집과 돌담이, 「청주」에서는 텃밭이, 「춘천」에서는 텃밭과 오래된 주택가의 골목이, 「경주」에서는 개량한옥과 큰 처마 대문이, 「대구」에서는 골목과 가지가 잘린 나무가, 「상주」에서는 방앗간과 청과가게와 목공소가, 「대전」에서는 눈 쌓인 골목과 연탄 쓰레기가, 「부산」에서는 길게 늘어선 다양한 형태의 산동네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 각 도시 출신이 고향을 기억한다면 그런 지역을 고향이라고 추억할 것이다. 그리고, 작품의 윗부분에는 각 도시에서 가장 '핫(hot)'한 지역의 비싼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그 '비싼 아파트'는 작품 아랫부분의 미래이기도 하고 그 도시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의 현재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현대의 '사직(社稷)' 즉, "'세속적 욕망'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작가는 관람자가 한 장의 사진작품에서 한 도시의 역사와 경제, 인간의 욕망 모습을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김경숙 작품은 미술의 영향보다는 영화에서의 몽타주 기법과의 유사성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그녀의 작품에서 "정치(精緻)하지 않게 결합한 이미지들은 에이젠시테인의 '충돌의 편집("collision" of shots)'처럼 이미지들을 병렬시킴으로써 이미지들의 상호 작용을 유도하고, 이미지의 편집은 섬세한 연결이 아니라 거친 충돌이며 서로 다른 두 개의 쇼트가 부딪혀 새로운 관념을 창출하는 행위" 라는 이론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몽타주(montage)의 어원이 프랑스어 'monter(모으다, 조합하다)'라는 뜻에서 사용되어 온 건축용어" 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건축을 전공한 작가가 벽돌을 쌓듯이 이미지들을 쌓아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며 인간의 욕망에 대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몽타주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도 있다.



김경숙_수원, 경기도 도청소재지(Suwon)_C 프린트_160×120cm_2017


김경숙_춘천, 강원도 도청소재지(Chuncheon)_C 프린트_220×164cm_2017


김경숙_청주, 충청북도 도청소재지(Cheongju)_C 프린트_160×120cm_2017


김경숙_전주, 전라북도 도청소재지(Jeonju)_C 프린트_220×164cm_2018


작가는 『도시, 생태학적 풍경』 시리즈에서 대상에 거리를 두고 조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리즈 대부분 작품에서 화면의 (주로) 아랫부분에 '노년의 여성'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 '노년의 여성'은 압축 성장의 시대를 용케도 견뎌낸 '한국 사람' 혹은 '농촌 공동체적 가치'를 상징하고 있다. 작품의 대상이 된 우리나라의 여러 도시는 삼국시대 이래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오랜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도시의 모습은 1960년대 이래 도시화에 의한 것이다. 산업화로 인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도시에서 살았으나 그 의식과 삶의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그들은 시멘트 블록으로 된 집 한쪽에, 혹은 사람들이 드물게 다니는 골목에, 한 뼘의 땅이라도 있으면, 심지어 공간이 없으면 버려진 화분과 낡은 스티로폼 박스를 모아서라도, 무언가를 심는다. 작가는 이들을 작품에 포함함으로써 차가움을 따스함으로 바꾸고 있다. 이 '노년의 여성'은 할머니라 읽힘으로써 작품을 인간적으로 만든다. 도시 변두리는 할머니에 의해 비로소 고향의 모습을 갖는다. 할머니의 존재는 글자가 없던 시대에 이야기와 노래로 마을의 역사를 구전하는 마을 원로, 즉 샤먼의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작품에 이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도시의 과거와 현재는 유기적 연결성을 가지며, 작품의 서사성을 완성하고 있다. ● 그러나 할머니들은 늙었다. 그들이 사는 집만큼이나, 골목만큼이나 늙고 낡았다. 변두리는 허물어지고 그 위에 새로운 집이 지어질 것이다. 새집은 그 전 집 형태와는 다른, 높고, 비싸고, 그리고 효율적이지만 더 차가운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할머니들을 위한 공간은 없을 것이다. ● 2017∼2018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 재건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강남 아파트는 30∼40년 된 것이 자고 나면 몇억씩 오른다는 뉴스가 보인다. 전 국민이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용적률, 초과이익환수 같은 부동산 용어에 익숙해졌다. 시간이 지나면 2018년은 아파트 재건축 광풍의 시대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 『도시, 생태학적 풍경』 시리즈 작업을 위해 작가는 전국의 도시 후미진 곳과 화려한 곳을 돌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나의 의견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김경숙이 선택한 작가적 태도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은 이 시대를 증언하는 도시의 모습이자 욕망의 초상이다. ■ 김동욱


김경숙_상주, 전통도시(Sangju)_C 프린트_220×164cm_2018


김경숙_경주, 전통도시(Gyeongju)_C 프린트_160×120cm_2018



도시, 생태학적 풍경 ● 찢겨 버려진 비닐 장판을 얼기설기 덧대 비를 막은 지붕, 크고 작은 세월의 상처를 받아내어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래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벽돌 벽, 빨간 고무다라에 담긴 싱그러움이 가득한 푸성귀, 옥상에선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외줄로 꼰 빨랫줄의 빨래는 의지할 곳 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모른 체 여전히 한쪽 귀퉁이에 정답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들, 궁둥이 붙일 자리도 없는 땅에는 작고 연한 생명체가 할머니의 손길로 커가는 텃밭… 바로 이번 『도시, 생태학적 풍경』을 작업하며 둘러보게 된, 재개발이 예정된 주택가의 모습이다. ● 이처럼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한 옛날 주택가의 모습은 새롭게 조성된 획일적인 신도시와 달리 저마다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각기 다른 형태의 지붕 안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인간들이 거주하면서, 그들의 인생과 추억을 공간 속에 켜켜이 눌러 담고 쌓아올리며 공존했기 때문이다. ● 독일의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건축을 "인간이 죽을 자로서 지상에 거주하는 한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어쩌면 하이데거는 한 지붕 아래 여러 세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어 사라지는 일련의 삶의 행보를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포착해냈던 것이 아닐까? 나 역시 많은 인간의 삶이 공간의 재활용으로 극대화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색적인 풍경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우리나라의 옛날 주택가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은 깊은 감동과 울림으로 다가왔다. ● 옛집의 풍경이 이토록 살갑고 아름다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후유증으로 주택난을 겪으면서 1970년대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고, 이후 80년대, 9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재개발 열풍이 불어 나라 전체가 획일화된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아파트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매일 접하는 신문기사와 뉴스조차 재개발 아파트에 관한 보도를 연일 쏟아내기에 바쁘다. 마치 우리나라의 경기는 아파트가 끌고 가는 것처럼… ● 그래서 지난 50여 년 동안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확장되어온 대한민국의 모습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려 했다.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뿌리'라고 평가받는 프랑스 사진작가 으젠느 앗제(Eugène Atget)처럼 도시를 기반으로 나의 예술적 관심을 표현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 작업 순서는 먼저 카메라 앵글에 원하는 구도로 사진을 담고, 다시 그 사진을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각색하였다. 여러 장의 사진을 하나의 사진으로 조합하여 재개발이 예정된 낡은 주택가와 해당 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를 한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 이번에 준비한 작품들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나아가 나만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각 도시별 건축물의 특징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김경숙



김경숙_나주, 전통도시(Naju)_C 프린트_160×120cm_2018


Vol.20180425a | 김경숙展 / KIMKYUNGSOOK / 金敬淑 / photography




옷깃만 스쳐도 전생 인연이라 했던가. 30여년 전 경기도 광주 작업실에서 인연을 맺었던 문하생들을 다시 불러 함께 전시를 열었다. 반세기 동안 분청작업을 해온 급월당(汲月堂) 윤광조(72) 작가의 ‘짓’이다. 부름을 받은 이들은 한국 도예계의 스타작가 변승훈을 비롯해 김상기, 김문호, 이형석 등 나름의 세계가 확실한 작가들이다. 전시는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31일까지 열린다.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고 필라델피아미술관(2003년) 시애틀미술관(2005년)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 윤광조 작가가 산동시리즈 작품 뒤에 섰다. 그의 작품은 서양형식주의 미술의 반성기류 속에서 몸이 만들어내는 즉자적인 감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업작가가 작업을 계속하면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마치 알몸으로 가시덤불을 기어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각자 흩어져 한적한 시골로 들어가 전업작가, 그것도 도예가의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은 대견하기도 하면서 가슴 한켠이 알싸합니다. 그때 저만 만나지 않았으면 지난한 길을 가지 않고 좀 더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지요.”

지난주 토요일 전시장에서 만난 윤 작가의 눈가가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 모두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독자적인 자기 작품세계를 갖고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과 함께 세월의 흔적을, 지금의 모습을 한자리에 모아 보는 것도 의의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번 전시를 갖게 됐습니다.”

가나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급월당 줄기 현대한국 분청전-이제 모두 얼음이네’다. 가나문화재단 김형국 이사장이 지었다. 각자의 길에서 30여년을 버텨 이제 모두 물에서 얼음이 됐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제에서 도반이 됐다는 얘기다.

윤 작가는 고려청자, 조선백자만 자기로 알고 지내던 어느 날 일본책을 보고 분청이 우리나라 도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면서 가슴이 벅찼다.

“육군사관학교박물관 연락병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국립박물관 최순우 선생(당시 미술과장)을 자주 뵙게 됐습니다. 분청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물으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지요. 제가 너무 현대적이라고 했더니 앞으로 분청을 공부하라고 권했습니다.” 그의 ‘분청 인생’이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분청은 고려청자가 쇠퇴하고 조선백자가 틀을 잡기 전의 시기를 감당했던 자기다. 왕실 귀족과 사대부들의 권력 공백기의 틈새가 창조의 온상이 됐다. 순도 높은 양식성보다는 자유분방한 예술성이 강했다. 청자 흙에 백토(화장토)를 분장하듯 발라 분청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윤 작가는 20년 가까이 분청에 매달려 물레를 돌렸다. 어느 시점부터 새로운 형태에 대해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용기라는 원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고뇌’에 빠져들었다. 1986년도 겨울 아는 스님이 계신 지리산 전각사로 발길을 옮겼다.

“사정 얘기를 하니 스님은 ‘배운 사람들은 머리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절을 한 번 해보라고 하셨어요. 하루 3000배를 열흘 하면 뭔가 풀릴 수 있을 거라 했지요.”


그는 처음엔 선뜻 이해가 안 됐다. 조곤조곤 얘기를 해주지 왜 절을 하게 하나 했다.

“열흘간 하루 3000배는 죽음에 이르는 길이었습니다. 스님은 냉기가 도는 법당에서 5000배를 이틀간 더하게 했습니다. 4만배가 끝날 무렵 제가 물레를 안 돌리면 된다는 답이 주어졌어요. 고정관념을 깨는 깨달음이었어요.” 어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의 명실상부한 현대분청작품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저는 10년에 한 번은 주제를 바꿔 왔습니다. 작업도 그렇고 주제 접근 자세도 나태해지는 것을 저 스스로 경계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시장에 출품된 작품 중에 최근작인 산동(山動)시리즈가 눈길을 끈다. 산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심플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윤 작가는 24년 전 경주 안강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아침에 창을 열면 제일 먼저 그를 맞이해 준 것은 도덕산이었다. “어느 날 도덕산 영감님이 저한테 걸어왔어요. 산이 다가오는 전율을 담아낸 것이 산동시리즈입니다.”

그는 언제부턴가 화장토 위에 그림마저도 그려 넣지 않았다. 재료 성질 자체만으로 표현하고 싶어서다. 이전엔 물성 위에 자신의 얘기만 한 꼴이었다고 했다.

“재료가 갖고 있는 물성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제가 흙이 되지요.”




30여년 만에 사제관계에서 도반관계로 함께 전시를 연 ‘5총사’.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문호, 윤광조, 김상기, 변승훈, 이형석 작가.



그는 종국엔 모두 흙으로 돌아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물성 이해를 잘하면 갈 때 흙과 더 친해져 죽음마저도 친숙해질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용기가 아닌 불규칙한 조형은 수축률이 일정치 않아 완성품은 30% 정도에 그친다.

“분청의 매력은 자연스러움에 있고 형태나 규격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스러움에 있습니다. 각자 자기 스타일을 갖게 해주는 미덕이 있지요.”

그의 제자들 작품도 나름의 제각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스승의 아류가 아님을 전시는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스승을 넘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윤 작가는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작품이란 한 인간의 ‘고뇌하는 순수’와 ‘노동의 땀’이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표현되어 여러 사람과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품은 깜짝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나 지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순수와 고독과 열정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생전에 최순우 선생은 통인가게 주인 김완규에게 좋은 도자기가 있으면 꼭 윤광조에 보여주라고 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오죽했으면 고유섭 선생의 아호인 급월당을 그에게 전해주었을까. 우물에 비친 보름달은 무슨 짓으로도 떠낼 수 없다는 고사대로 지고지선의 경지를 향해 성심으로 정진하라는 채찍이었다.

윤 작가는 볏짚은 화장토에 담갔다가 작품에 붙여 굽기도 했다. 삼베도 같은 방식으로 했다. 볏짚과 삼베의 흔적들이 작품에 새겨졌다.

“허상들이지요. 인생이 그런 겁니다.”

허허로운 그의 말 한마디가 법어처럼 전시장을 울렸다.



[스크랩/ 세계일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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