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생태학적 풍경 Cities, their Ecological Landscape
김경숙展 / KIMKYUNGSOOK / 金敬淑 / photography


2018_0425 ▶ 2018_0430


김경숙_서울특별시(Seoul)_C 프린트_220×164cm_2016


초대일시 / 2018_042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 스페이스

INS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Tel. +82.(0)2.734.1333

www.insaartspace.com



도시의 초상 ● 김경숙은 풍경을 찍는 사진가이다. 그녀는 자연을 대상으로 작업해오다 2년 전부터 전국의 도시들을 기록해 왔다. 평생을 도시에서 산 김경숙의 삶을 생각하면 예술 창작의 소재와 주제를 도시풍경으로 바꾼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도시의 한 장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다양한 속성과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 김경숙은 자신의 의도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포토몽타주(photo montage)를 사용하고 있다. 포토몽타주는 19세기부터 여러 분야에서 발견되나 미술에서 순수예술가들이 방법을 채택한 것은 1916∼1917년부터 베를린 다다이스트인 그로츠George Grosz(1893~1959), 하트필드John Heartfield(1891~1968), 회흐Hannah Höch(1889~1978), 바더Johannes Baader(1876~1955), 하우스만Raoul Hausmann(1886~1971)에 의해서이며, 이후 초현실주의, 구축주의, 팝 아트 등 서로 다른 다양한 예술사조에서 이 기법을 사용하였다. ● 작가는 먼저 우리나라 주요도시를 특별시(서울특별시,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시(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부산광역시), 도청소재지(수원시, 춘천시, 청주시, 안동시, 전주시)와 전통 도시(충주시, 상주시, 경주시, 나주시-과거에는 각 도 지명의 한 요소일정도로 컸으나 이제는 중요도가 낮아진 도시)로 행정단위 중요도를 기준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18개 각 도시 재개발대상인 지역의 집-즉 근대 도시로서 건축된 가장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과 그 도시에서 가장 고가이거나 최신의 집-모두 아파트이거나 주상복합-을 촬영하여 벽돌을 켜켜이 쌓듯이 레이어를 겹겹이 놓아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전시 『도시, 생태학적 풍경』 이전, 단체전 『포스트포토 2017』에서 김경숙의 작품 「Scenes in Memory 1」을 눈여겨 보았다. 그 작품은 오래된 집과 골목을 촬영한 이미지를 한 컷 한 컷 벽돌처럼 사용해, 수십, 수백 장을 한 화면에 조립해 완성한 작품이다. 포토샵이 발달한 요즘 여러 이미지를 수집해 합성으로 한 화면에 넣는다면, 대부분의 사진가는 이미지만을 바둑판처럼 병치할 것이다. 그러나 김경숙은 작품에 포함된 각각의 이미지 사이에 검은 선으로 테두리를 둘러 쉽게 벽돌 쌓기가 연상되도록 하였고, 이미지 사이의 검은 선에 의한 공간이 작가의 의도로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구술한 적도 있다. 필자는 그 이미지 사이의 선을 보며 벽돌 담장의 '메지' 를 떠올릴 수 있었다. 작품에서 보이는 건축적 요소와 도시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건축을 전공해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그녀의 이력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김경숙_인천광역시(Incheon)_C 프린트_120×90cm_2016


김경숙_부산광역시(Busan)_C 프린트_120×220cm_2017


『도시, 생태학적 풍경』 시리즈에서 퇴락한 마을의 주택과 골목으로 구성된 작품 아랫부분은 우리나라 도시의 특색과 현재 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충주」에서는 과수원이, 「세종」에서는 다방과 식당, 공인중개사 간판이, 「수원」에서는 전파사와 신축 빌라 선전물이, 「안동」에서는 담장의 화분과 신축한 한옥이, 「전주」에서는 슈퍼, 정육점 생필품 가게, 미용실이, 「제주」에서는 제주 전통 초가집과 돌담이, 「청주」에서는 텃밭이, 「춘천」에서는 텃밭과 오래된 주택가의 골목이, 「경주」에서는 개량한옥과 큰 처마 대문이, 「대구」에서는 골목과 가지가 잘린 나무가, 「상주」에서는 방앗간과 청과가게와 목공소가, 「대전」에서는 눈 쌓인 골목과 연탄 쓰레기가, 「부산」에서는 길게 늘어선 다양한 형태의 산동네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 각 도시 출신이 고향을 기억한다면 그런 지역을 고향이라고 추억할 것이다. 그리고, 작품의 윗부분에는 각 도시에서 가장 '핫(hot)'한 지역의 비싼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그 '비싼 아파트'는 작품 아랫부분의 미래이기도 하고 그 도시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의 현재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현대의 '사직(社稷)' 즉, "'세속적 욕망'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작가는 관람자가 한 장의 사진작품에서 한 도시의 역사와 경제, 인간의 욕망 모습을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김경숙 작품은 미술의 영향보다는 영화에서의 몽타주 기법과의 유사성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그녀의 작품에서 "정치(精緻)하지 않게 결합한 이미지들은 에이젠시테인의 '충돌의 편집("collision" of shots)'처럼 이미지들을 병렬시킴으로써 이미지들의 상호 작용을 유도하고, 이미지의 편집은 섬세한 연결이 아니라 거친 충돌이며 서로 다른 두 개의 쇼트가 부딪혀 새로운 관념을 창출하는 행위" 라는 이론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몽타주(montage)의 어원이 프랑스어 'monter(모으다, 조합하다)'라는 뜻에서 사용되어 온 건축용어" 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건축을 전공한 작가가 벽돌을 쌓듯이 이미지들을 쌓아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며 인간의 욕망에 대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몽타주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도 있다.



김경숙_수원, 경기도 도청소재지(Suwon)_C 프린트_160×120cm_2017


김경숙_춘천, 강원도 도청소재지(Chuncheon)_C 프린트_220×164cm_2017


김경숙_청주, 충청북도 도청소재지(Cheongju)_C 프린트_160×120cm_2017


김경숙_전주, 전라북도 도청소재지(Jeonju)_C 프린트_220×164cm_2018


작가는 『도시, 생태학적 풍경』 시리즈에서 대상에 거리를 두고 조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리즈 대부분 작품에서 화면의 (주로) 아랫부분에 '노년의 여성'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 '노년의 여성'은 압축 성장의 시대를 용케도 견뎌낸 '한국 사람' 혹은 '농촌 공동체적 가치'를 상징하고 있다. 작품의 대상이 된 우리나라의 여러 도시는 삼국시대 이래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오랜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도시의 모습은 1960년대 이래 도시화에 의한 것이다. 산업화로 인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도시에서 살았으나 그 의식과 삶의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그들은 시멘트 블록으로 된 집 한쪽에, 혹은 사람들이 드물게 다니는 골목에, 한 뼘의 땅이라도 있으면, 심지어 공간이 없으면 버려진 화분과 낡은 스티로폼 박스를 모아서라도, 무언가를 심는다. 작가는 이들을 작품에 포함함으로써 차가움을 따스함으로 바꾸고 있다. 이 '노년의 여성'은 할머니라 읽힘으로써 작품을 인간적으로 만든다. 도시 변두리는 할머니에 의해 비로소 고향의 모습을 갖는다. 할머니의 존재는 글자가 없던 시대에 이야기와 노래로 마을의 역사를 구전하는 마을 원로, 즉 샤먼의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작품에 이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도시의 과거와 현재는 유기적 연결성을 가지며, 작품의 서사성을 완성하고 있다. ● 그러나 할머니들은 늙었다. 그들이 사는 집만큼이나, 골목만큼이나 늙고 낡았다. 변두리는 허물어지고 그 위에 새로운 집이 지어질 것이다. 새집은 그 전 집 형태와는 다른, 높고, 비싸고, 그리고 효율적이지만 더 차가운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할머니들을 위한 공간은 없을 것이다. ● 2017∼2018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 재건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강남 아파트는 30∼40년 된 것이 자고 나면 몇억씩 오른다는 뉴스가 보인다. 전 국민이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용적률, 초과이익환수 같은 부동산 용어에 익숙해졌다. 시간이 지나면 2018년은 아파트 재건축 광풍의 시대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 『도시, 생태학적 풍경』 시리즈 작업을 위해 작가는 전국의 도시 후미진 곳과 화려한 곳을 돌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나의 의견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김경숙이 선택한 작가적 태도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은 이 시대를 증언하는 도시의 모습이자 욕망의 초상이다. ■ 김동욱


김경숙_상주, 전통도시(Sangju)_C 프린트_220×164cm_2018


김경숙_경주, 전통도시(Gyeongju)_C 프린트_160×120cm_2018



도시, 생태학적 풍경 ● 찢겨 버려진 비닐 장판을 얼기설기 덧대 비를 막은 지붕, 크고 작은 세월의 상처를 받아내어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래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벽돌 벽, 빨간 고무다라에 담긴 싱그러움이 가득한 푸성귀, 옥상에선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외줄로 꼰 빨랫줄의 빨래는 의지할 곳 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모른 체 여전히 한쪽 귀퉁이에 정답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들, 궁둥이 붙일 자리도 없는 땅에는 작고 연한 생명체가 할머니의 손길로 커가는 텃밭… 바로 이번 『도시, 생태학적 풍경』을 작업하며 둘러보게 된, 재개발이 예정된 주택가의 모습이다. ● 이처럼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한 옛날 주택가의 모습은 새롭게 조성된 획일적인 신도시와 달리 저마다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각기 다른 형태의 지붕 안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인간들이 거주하면서, 그들의 인생과 추억을 공간 속에 켜켜이 눌러 담고 쌓아올리며 공존했기 때문이다. ● 독일의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건축을 "인간이 죽을 자로서 지상에 거주하는 한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어쩌면 하이데거는 한 지붕 아래 여러 세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어 사라지는 일련의 삶의 행보를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포착해냈던 것이 아닐까? 나 역시 많은 인간의 삶이 공간의 재활용으로 극대화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색적인 풍경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우리나라의 옛날 주택가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은 깊은 감동과 울림으로 다가왔다. ● 옛집의 풍경이 이토록 살갑고 아름다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후유증으로 주택난을 겪으면서 1970년대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고, 이후 80년대, 9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재개발 열풍이 불어 나라 전체가 획일화된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아파트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매일 접하는 신문기사와 뉴스조차 재개발 아파트에 관한 보도를 연일 쏟아내기에 바쁘다. 마치 우리나라의 경기는 아파트가 끌고 가는 것처럼… ● 그래서 지난 50여 년 동안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확장되어온 대한민국의 모습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려 했다.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뿌리'라고 평가받는 프랑스 사진작가 으젠느 앗제(Eugène Atget)처럼 도시를 기반으로 나의 예술적 관심을 표현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 작업 순서는 먼저 카메라 앵글에 원하는 구도로 사진을 담고, 다시 그 사진을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각색하였다. 여러 장의 사진을 하나의 사진으로 조합하여 재개발이 예정된 낡은 주택가와 해당 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를 한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 이번에 준비한 작품들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나아가 나만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각 도시별 건축물의 특징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김경숙



김경숙_나주, 전통도시(Naju)_C 프린트_160×120cm_2018


Vol.20180425a | 김경숙展 / KIMKYUNGSOOK / 金敬淑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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