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맛있는 밥집들이 많으나 꼭 알아두어야 할 맛 집들이 더러 있다.
먹거리 분야별로 선정하기는 했으나, 대개 인사동 토박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을 골랐다.

맛도 있고 부담이 덜한...  

 

 

그리고 대부분의 식당들이 골목에 있다.

찾을 때는 골목 입구에 붙은 도로번지 이정표를 참조하면 찾기 쉽다.  

 

 

 

 

개성식 만두국과 조랭이 떡국으로 유명한 ‘궁’


 

 

개성식 만두국과 조랭이 떡국이 유명한 인사동의 이름난 만두집이다. 개성만두국과 조랭이떡국이 주 메뉴이지만, 감자전, 녹두전, 파전, 모듬전 등의 전도 있다. 만두 내용물이 실하면서 맛은 담백하다. 식사 시간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 점심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수도약국 옆 길인 석정길로 조금 가다 왼편의 경인미술관 방향으로 들어가면 경인미술관 바로 앞에 있다. 전화 (02)733-9240

 

 

 

생대구탕이 시원한 ‘부산식당’

 

 

부산식당은 시원한 생대구탕으로 소문이 나 인사동을 찾는 술꾼들이 많이 몰린다. 특히 인사동의 갤러리들이 오픈하는 수요일 저녁은 예술가들 뒤풀이로 북적여 자리 얻기가 힘들다.

이 식당은 갓 지은 밥도 일품이지만, 밑반찬으로 나오는 콩나물이 고소하고 맛있다. 생대구탕 2인분에 10,000원이고 내장을 추가하면 3,000원이다. 그 외에도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치구이는 각각 7,000원이고 제육, 오징어 뽁음은 14,000원이다.

 

 

위치는 서인사마당 주차장으로 가는 인사동11길로 70미터쯤 진입하면 오른편에 있다. 전화 (02) 733-5761

 

 

 

 

만두전골로 유명한 ‘사동집’

 

 

이북식 만두로 유명한 집이다. 큼직한 만두에는 10가지가 넘는 야채가 들어가 일반 만두와는 다른 맛을 내고 있다. 만두국이나 만두전골은 맑고 깔끔한 국물 맛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만두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들이 있고 2층에는 4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연회석도 있다.

 

 

위치는 ‘인사아트프라자’ 옆 골목인 인사동5길로 들어가면 나온다. 전화 (02)735-7393

 

 

 

41년 전통 삼계탕의 본가 ‘무교 삼계탕’

 

 

41년의 오래된 전통을 가진 삼계탕전문집으로 세월의 관록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밑반찬으로는 깍두기와 김치외에 고추장으로 무친 마늘이 있는데, 은근히 닭과 궁합이 잘 맞는 반찬이다. 삼계탕외에도 닭곰탕과 감자전도 있는데, 삼계탕은 13,000원, 닭곰탕과 감자전은 모두 5,000원이다.

 

 

위치는 인사동사거리에서 오른편 '인사동5길'로 가서 우리은행 건물을 끼고 돌면 바로 나온다. 전화 (02) 734-4635

 

 

 

 

쫄깃한 수제비가 일품인 ‘인사동 수제비’

 

 

항아리에 담겨 나오는 인사동수제비는 얼큰 수제비와 들깨 수제비(각 6,000원)로 구분되어 있다. 굴이 들어간 국물 맛도 좋지만 쫄깃한 수제비 맛이 일품이다. TV에 맛집으로 소개되어 점심 식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5,000원하는 동동주를 절반도 팔아 반주 한 잔씩 곁들여도 좋다. 골뱅이(11,000원)와 해물파전(9,000원)도 있고, 여름철에는 냉콩국수(7,000원)도 판다.

 

 

위치는 인사아트프라자 옆에 있는 ‘인사동8길’ 골목으로 진입해 60미터쯤 가다 왼편으로 돌아 10미터 전방 오른편 구석 집이다. 전화 (02) 735-5481

 

 

 

싱싱한 남도 제철음식으로 유명한 ‘여자만’

 

 

'여자만'은 여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여수와 고흥 사이에 있는 만 이름이다. 싱싱한 남도 제철음식으로 유명한 이곳은 특히 양념꼬막이 맛있다. 죽, 샐러드, 두 가지 전, 생선, 불고기 뚝배기, 간장게장, 김, 맑은 순두부탕과 밥이 제공되는 한정식 외에도 단품 메뉴들이 다양하다. 안쪽에는 3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석용 큰 방이 있다.

 

 

위치는 인사동 14길 골목으로 100미터쯤 들어가면 ‘귀천’ 맡은 편에 있다. 전화 (02) 723-1238

 

 

 

석쇠 불고기가 맛있는 "이모집"

 

 

인사동 터줏대감들이 꼽는 맛집으로 게장백반이 대표 메뉴이다. 석쇠 불고기와 낙지볶음도 맛있다. 들어앉은 한옥집이라 집처럼 편안하게 먹을 수 있어 오래된 단골들이 많이 찾는 집이다. 음식들은 모두 맛있지만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위치는 '인사동3길'로 들어가 가회라는 집 옆, 골목 끝집이다. 전화 (02)720-4688

 

 

 

청국장으로 유명한 ‘일미집’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과 담백하고 고소한 청국장은 그 특유의 냄새가 적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청국장으로 잘 알려진 일미식당은 6개 남짓의 테이블 뿐인 작고 허름한 백반집이지만 일본관광객들까지 선호하는 맛 집이다. 점심식사 시간은 언제나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청국장,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모두 7000원이고, 오징어볶음·제육볶음 2인분 1만6000원, 더덕구이·해물파전 1만원이다.

 

위치는 인사동사거리에서 낙원동방향으로 가면 ‘낙원악기상가’지하148호에 있다. 전화 (02) 766-6588

 

 

 

 

나물 위주의 웰빙 한정식집 "지리산"

 

 

나물 중심으로 상을 차려내는 한정식집이다. 다양한 나물과 더덕, 버섯, 콩비지, 시래기 등의 웰빙 음식과 톳, 굴비 등 해산물로 상을 차린다. 환경 친화적인 음식 재료여서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지리산 정식은 1인분에 13,000원이다.

 

 

위치는 ‘인사동3길’로 끝까지 들어가, 신궁장에서 왼쪽으로 돌아서면 보인다. 전화 (02)723-7213

 

 

 

 

된장비빔밥이 별미인 ‘툇마루’

 

 

된장 비빔밥으로 유명한 집이다. 잡곡밥에 부추와 상추 그리고 참기름과 반찬으로 나온 열무김치를 넣어 비벼먹는 음식이다. 비벼먹는 강된장이 별미인데 가격은 7,000원이다. 그리고 녹두전과 가자미식혜도 유명하다. 지하와 2층으로 식당이 나뉘어져 있는데 지하는 마루고 2층은 테이블이다.

 

 

위치는 인사 길인 ‘갤러리 서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전화 (02)739-5683

 

 

 굴 수제비. 국물 맛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다양한 맛이 느껴진다. 굴이 들어가서 맛이 시원하고 풍부하다.

매콤하고 상큼한 겉절이가 조화를 잘 이룬다.  

 

 


누구나 자신에게 특별한 느낌이 있는 음식들이 있다. 자신만의 추억이 녹아 있는 음식,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느낌이 드는 소울푸드(Soul Food) 같은 것들이다. 내게는 이 두 가지 느낌을 모두 주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수제비다.

어릴 적 밖에서 놀다 배가 고파서 집에 오면 어머니와 할머니께서는 수제비를 만들어 주시곤 했다. 밀가루가 넘쳐날 때의 일이다. 쌀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아 정부에서 쌀 대체 식품으로 미국의 밀가루를 수입해 시중에 풀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웠던 그때 그 산업화 시절, 일반 가정에서는 싼 밀가루로 수제비를 많이도 만들어 먹었다.

집에서 수제비를 만들 때면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뚝뚝 떼어 국물에 집어넣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여 나도 달려들어 손으로 쪼물락거리며 거들기도 했다. 내가 태어나서 만들어본 첫 번째 음식이었다. 꽤 자주 먹었지만 물렸던 적은 없고 항상 달고 맛이 있었다고 기억되는 것을 보면 소박한 음식이라도 맛있게 만들어 주시기 위해 두 분께서 늘 열심히 노력하셨던 모양이다. 하긴 내 기억 속에 그분들께서 만들어 주셨던 것은 모두 맛있었다.

이제는 수제비는 더 이상 대체 음식이 아니다. 다들 별미로 찾는 음식이어서 만들어 내는 식당들도 꽤 있고 유명한 맛집들도 많다. 원래 옛날에는 귀한 음식이었던 수제비가 제자리를 찾았다.


 2 외부 모습 3 내부 모습. 옛날 한옥집 그대로의 모습이다. 사진 주영욱   

내가 좋아하는 수제비 집은 인사동에 있는 ‘인사동 수제비’라는 곳이다. 20여 년 동안 수제비만 전문으로 해왔다. 요즘 들어 인사동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관광지가 되면서 옛날에 있었던 정겨운 곳이 많이 없어졌지만 이곳은 지금까지 옛날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중 하나다.

인사동 요식업계에서 오래 일했던 지영운(63)사장이 독립해서 93년 문을 열었다. 본인이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었던 경험은 없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쌓아온 눈썰미를 바탕으로 식당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인사동이라는 지역의 특성과 자신이 요식업계에서 보고 들었던 경험을 종합할 때 수제비라는 단일 품목으로 승부를 보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개업을 하고 나서 친분이 있었던 요리사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잘한다는 집들을 다니며 먹어보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맛을 잡아 나갔다. 이런 노력들이 고객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입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잘 자리를 잡아 왔다.

이런 성공에는 지 사장 개인의 성실함과 맛을 유지하기 위한 원칙을 지키려는 고집스러운 노력이 있었다. 개업 이후 20여 년 동안 매일 새벽 다섯 시 반이면 가게에 출근을 해서 그날 판매할 수제비 반죽을 하고, 육수를 끓여 국물을 준비하고, 겉절이를 버무리는 일을 직접 해왔다고 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 오랜 시간을 그렇게 매일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본인이 직접 그렇게 음식을 만드니까 항상 일관된 맛이 유지되었던 것은 물론이다.

이곳은 굴 수제비가 특징이다. 국물 맛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여러 가지 맛이 조화롭게 느껴지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멸치와 다시마를 기본으로 하고 생강·파뿌리·고추씨·무 등을 넣어서 다양한 맛을 더했다. 굴 특유의 짭짤한 바다 향기가 느껴지는 것이 맛을 더 풍부하게 해 준다. 고급 제면 용 밀가루를 써서 매일 정성스럽게 반죽하는 수제비는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쫄깃거리면서 맛있게 씹힌다.

매일 담그는 겉절이는 이 집의 명물이다.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수제비 맛에 매콤하고 상큼한 맛을 더해 주면서 잘 어울린다. 일본의 여행 가이드 북에 이 집이 실리면서 일본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이 겉절이 맛에 반해 돈을 줄 테니까 별도로 싸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날 팔 양만 만들기 때문에 못 판다고 하면 식탁에 있는 것을 몰래 비닐봉지에 싸가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란다.

수제비를 먹을 때면 나는 옛날 어릴 적 어머니의 손길, 할머니의 목소리가 느껴진다. 부드러운 밀가루 반죽을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재미있어 하던 어린 소년의 모습도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나는 수제비가 좋다. 그리고 인사동 골목길 구석에 옛날 모습으로 남아 있는 이곳은 정겨워서 좋고, 맛이 있어서 더 좋다.

**인사동 수제비 :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29-2 전화 02-736-3361 휴일에도 쉬지 않고 영업한다. 예약은 받지 않고 선착순이다. 전체 60석 정도의 작은 규모. 굴 수제비 6000원

출처 [중앙선데이 /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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