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루, 제사상 물리기가 무섭게 호출이 왔다.
독거노인 대표주자 장경호화백이 연출한 번개팅이란다.
감기 걸려 빌빌하지만, 독거 서러움 다독이려 찾아 나섰다.

설 날, 이른 시간이라 ‘유목민’ 문이 열릴까 싶었는데,
전활철씨 안사람이 친정가, 그 역시 독거라 가능하단다.

닫힌 대문을 살짝 밀어보니, 불 꺼진 술집에 노광래, 장경호, 전활철씨만 있었다.
이미 빈 술병들이 더러 보였고, 난 몸이 정상이 아니라 대번 기별이 왔다.
느닷없이 백발의 여인이 나타났다 사라지더니, 공윤희씨와 채현국선생께서 나타났다,

그리고 임재경선생이 오셨다 가시더니, 뒤늦게는 신학철선생까지 등장하셨다.
무슨 연극무대 배우 들락거리듯, 출연진들이 속속 뒤 따랐다.


술이 취하기 시작하니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정치나 비평 같은 씨잘데 없는 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괜한 딴지가 딴지를 걸고, 울분이 분노를 토해낸다.
이미 고개 숙인 전사자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 때쯤이면 어김없이 전활철씨의 기타반주와 노래가 시작된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야"


‘살울림’의 ‘청춘’에 왠지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미 세상을 떠나간 적음, 강용대, 김종구 이야기 끝자락이라,
그리움인지, 회한의 추억인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인사동 ‘실비집’에서 시작된, 우리들의 낭만은 아린 사연이 많다.
30여년의 세월을 방황하다, 이제 끝자락에 머문 것이다.
모두들 인사동의 마지막 해방구라 아쉬워 하지만,

진 꽃잎 따라 지듯, 또 다시 누군가는 피우겠지...

사진, 글 / 조문호

 

 

 

 

 


 


 

 

 

 

 

 

 


 

 

 

 

 

 

 

 

 




인사동이 싸구려 기념품이나 파는 관광지로 변했지만,
밤이 되면 골목 구석구석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낭자하다.
인사동의 멋이 살아남은 곳이란 고즈넉한 골목 길 뿐이다.

지난 3일, 인사동 ‘유목민’에서 반가운 분들을 만났다.
무세중, 무나미선생을 비롯하여 김명성, 김상현, 유진오,
장경호, 정영신, 전인경, 전인미씨 등 많은 분들을 만났다.

김상현씨의 애끓는 노래 소리를 안주삼아 기분 좋게 마셨다.
옛 생각나는 많은 노래를 들었지만, 마음에 남는 노래가 있다.

“그대 나를 버리고 어느 님의 품에 갔나? 가슴에 상처 잊을 길 없네..“
바로 ‘검은 상처의 부루스’다.
사라져가는 인사동 낭만을 노래한 것 같았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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