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한가운데 12년 된 북카페가 있다. 전통의 거리 인사동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켜온 카페 ‘레아’가 그곳이다. 레아는 지하철 안국역 6번 출구를 나와 쌈지길 초입에 위치해 있다. ‘카페인 듯 아닌 듯한’ 모습으로 고서점 2층에서 영업 중이다.

 

                                                               <1층에 위치한 고서적을 판매하는 서점. 김민기 대표 누나가 주인이다.>

1층에는 고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이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인사동에 익숙한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고서점이다. 레아는 김 대표의 아버지 ‘김지헌’ 씨가 50여 년간 운영하던 고서점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1층과 2층 모두 고서로 꽉꽉 들어찼던 공간을 활용해 북 카페로 꾸몄다. 아직도 1층 가득히 쌓여있는 고서점을 제외하고도 당시 이 건물 2층에 있던 3t 분량의 책을 옮기는데 3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 한자리에 12년을 머문 비결은

인사동 일대 비싼 임대료 탓에 한 달에도 몇 개의 카페가 없어지고 새로 생긴다. 무엇이 레아를 이토록 오래 버티게 한 걸까.

‘레아’를 12년째 운영중인 김민기 대표는 “내 건물에서 인스턴트 음식 하나 없이 좋은 재료를 사용해 직접 모든 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비결” 이라며 “인사동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이고 좋은 식재료를 쓰고 있다는 점을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카페 한켠에선 보은에서 공수된 ‘대추’가 큰 냄비에서 푹푹 향을 내며 삶기고 있었다. "유자차, 인삼차, 국화차, 오미자차 등 모든 차 재료는 국산 고품질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냄비에서 삶기고 있는 대추>

이곳에선 40여 개의 음료와 함께 각 음료마다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등 사이드 메뉴가 나온다. 음료 가격은 6000~7000 원 선. 주로 오는 고객층이 누구냐고 묻자 “방문객의 99%는 한국인이시고 1%는 외국인” 이라며 “외국인 중에선 일본인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나 20대 층에게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커피와 차를 맛본 주부들이나 30대 이상 분들은 건강한 맛에 다시 찾아주는 단골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직접 커피를 주문해 맛을 봤다. ‘깔끔하면서도 쓰지 않은 맛’이 일품이었다. 곁들여 나온 부드러운 ‘치즈 맛 아이스크림’은 기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팥빙수는 계절에 상관없이 맛볼 수 있다. 직접 공수한 국산 팥과 떡을 이용해 달지 않은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 ‘느림의 미학’과 ‘정성’을 느낄 수 있는 곳

김 대표는 금강기획에서 광고를 만들며 15년간 근무했다. 회사를 그만둔 뒤 부친의 고서점 자리를 이어받아 북카페를 열었다.

혼자서 고객 주문도 받고 음료도 직접 만든다. 김 대표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일명 ‘슬로우 카페’인 이곳은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다른 카페와 비교해 느릴 수도 있다. 레아를 방문한 분들은 느긋이 대화를 이어가며 음료를 기다렸다.

 

 

 

‘레아’에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방문한 동성이나 모임을 갖기 위해 오는 주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10평이 채 안 되는 좁은 공간에 테이블도 몇 개 없지만 손님들이 신기하게도 한 팀이 나가면 다음 팀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방문했다.

김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가장 죄송할 때는 “일부러 왔는데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과 마주할 때”라고 말했다. “입소문만을 통해 알려진 카페라 단골 교수 분들이나 화가, 시인 분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소개했다.

◆ 물 흘러가듯 세월이 흘러가는 카페

“몇 년 째 전통 있는 카페를 운영하며 왜 확장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돈 욕심으로 카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 서점을 운영하며 카페도 하고 있는 것" 이라며 “많은 프랜차이즈 사업 제안이 들어왔지만 그렇게까지 돈 욕심이 없어 거절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종종 소문을 듣고 찾아와 요리법과 운용방법을 문의하는 분들이 있다" 며 “모든 음식과 차는 몇 개월간 압구정 일대 유명 커피점 등에서 아내와 내가 직접 배워 익힌 것"이라고 소개했다.

잔잔한 음악과 조용한 음악 덕분인지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은 다른 카페와 달리 느긋이 분위기를 즐기는 듯했다. “이곳이 어떤 카페가 되었으면 하냐”고 묻자 “테이블이 몇 개 없어 소문나면 손님을 다 받지 못해 미안할 것 같다" 며 “이곳을 방문한 모든 고객들이 건강한 차를 마시며 순간을 즐기고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카페 '레아' 소개
안국역 6번 출구에서 인사 사거리 방향 100m 직진, 이즈갤러리 맞은편/
영업시간 오전 11~ 오후 10시 (전화) (02)739-0939

한경닷컴 승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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