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있겠냐마는

요즘 인사동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코로나 이놈이 부채질이 아니라 에어컨을 틀어댄다.

 

여기 저기 공사 가림막 처 놨지만, 금방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간판 없는 동굴 집은 문 열자마자 휴업에 들어갔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들이 안타깝다.

 

동내 풍경 바뀐 것보다 더한 것은 사람냄새가 안 난다,

복면한 사람들이 인사동 누비는 거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인사동 사람을 만날 수가 없으니, 인사동이 인사동 아닌 것이다.

 

민병산 선생께서 회갑 생신날 돌아가신 이야기도,

천상병시인 노자 돈 보태드리며 술 마신 일도 이제 전설이 되었다.

 

도처 땡초들 객기 부리던 무협전 기억들도,

'실비대학'에서 '유목민'까지의 추태들마저 그립다.

 

갑자기 영수 군화 발에 날아 간 용대가 보고 싶다.

 

 

사진,글/ 조문호

 




인사동 끝자락에 위치한 ‘인사동 16길’이라 이름 붙인 골목으로 예술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두 길로 나누어진 첫 골목은 ‘포도나무집’과 ‘예당’으로 연결되고, 두 번째 골목으로 접어들면

‘누룩나무’, ‘유목민’, ‘푸른 별 이야기’ 등의 술집이 나온다.


종로경찰서로 나가는 골목인데, 한 사람이 간신히 드나들 수 있는 좁은 통로가 재미를 더 해준다.

한 때는 취객들의 방뇨로 음습한 지역이었으나, 인사동의 마지막해방구로 자처하는 술꾼들이 몰려들며,

한결 골목도 밝아졌고, 인사동의 멋스러움도 풍겨나고 있다.

역시 골목 분위기는 찾는 손님들이 만들어 간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일 오후7시 무렵, 인사동 낭만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술집 골목을 들렸다.
좁은 골목에서 맨 먼저 나오는 최일순씨의 가게 ‘푸른별 이야기’에 들렸더니,

건축가 김동주씨는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고, 방안에는 김명성, 강찬모, 김각환, 정영신,

공윤희씨가 앉아 있었다. 술집 마담처럼 이쪽저쪽 옮겨 다니며 마시니 더 취하는 것 같았다.

그 집에서 나와 전활철씨가 운영하는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겼다.
채현국선생과 임재경선생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옆 자리에는 이은영, 이행자, 노광래, 유진오씨 등

여러 명이 있었는데, 그 날 종로 이화동에서 열린 채현국선생의 강연 후에 들린 자리 같았다.

처음 보는 기타리스트의 노래에 신명이 절로 나는 흥겨운 자리였다.

왁자지걸한 소리에 지나가던 안영상씨 일행도 들어왔다.

신나는 자리에서 죽치고 싶었으나, 아내가 잠시 들렸다 갈 곳이 있단다.
‘로마네꽁티’로 따라갔더니, 박인식, 임채욱, 박성식, 전인미씨가 있었고,

'푸른별'에 있었던 김명성, 김각환, 강찬모씨도 합류해 있었다.

술 취해 실수하기 시작하니, 이젠  집에 가자며 눈치를 주는 것이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택시를 기다렸으나, 다들 도망가기 바쁘다.


적당히 마시려는 다짐은 매번 하지만, 늘 개 맹세가 되고만다.

사진 : 정영신,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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