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을 자료사진 스크랩]



화가 이목을씨가 인사동서 웃자 판을 벌였다.
인사동을 두 시간이나 떠돌다, 행사장에 갔으나 그 때까지 준비 중이었다.

난, 그의 예전 그림들을 너무 좋아했다.
오래 전, ‘통인옥션’전에서 처음 보았는데, 사물에 마음을 입혀 손에 잡힐 듯 닥아 왔다.
사과는 사과대로, 대추는 대추대로, 스스로의 존재를 뽐내고 있었다.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때는 한쪽 눈을 실명하는 등 절망의 세월이었지만,

결코 그림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림도 하필이면 극사실주의를 택한 것이다.

초점이 맞지 않는 한쪽 눈으로 10분 그리다가 쉬기를 반복해야 했다.

눈에 부담을 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과일, 고등어, 꽃들을 나무판에 그려 낸, 불굴의 작가였다.


몇 년 전 그가 스마일 그림으로 바꾸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극 세밀화를 그리는 작가가 왠 스마일 그림이냐며 생뚱맞게 여겼으나,
그의 시력이 한계에 달해,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어 찾은 게 웃음이란다.

2009년부터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다른 눈마저 시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화가 이목을은 자기 운명을 반전시킬 첫 번째 카드로 스마일 그림을 택한 것이다.

너무 극과 극을 달리는 작가였다. 예술과 삶의 현실에서 스스로 찾아 낸 현답이었다.

자신을 철저히 버리고 비우는 작가로, 이 땅을 사는 고달픈 청춘들에게

‘꿈’과 ‘웃음’을 선물하기 위해 전도사를 자처한 것이다.

2005년에는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이목을씨가 아닌 이목일씨도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스마일그림이 아니라 호랑이그림으로 한 판 논 것이다
십 일 년만의 두 화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바로 세상과의 소통이었다.

한 참 후에 작가 이목을씨가 나타났다.
제자들은 화판에 바탕색을 칠하느라 분주했고, 작가는 물감과 화구들을 챙기고 있었다.
‘MBC 문화사색’ 방송에서도 따라 나와 그를 취재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경영난으로 고전했던 ‘인사아트프라자’가 요즘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인다.

이목을씨의 스마일 퍼포먼스와 초대전도, 그 기획의 일환인 것 같았다.

그러나 눈치 없는 봄비는 그칠 줄 모른 채, 추적추적 내렸다.
관객동원을 위해 비가 멈추기를 기다려, 다른 사진만 잔득 찍어야 했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지? 그만 카메라 전지가 다 돼 버린 것이다.
간단히 끝 날 거로 생각하고, 보조전지를 챙기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몸은 지치고, 배는 고파, 아쉽지만 퍼포먼스를 못본 채, 돌아와야 했다.
뒤늦게나마, 이목을씨 페북에서 메인 퍼포먼스 사진 두 장을 스크랩해 낸 것이다.
이 못난 컨닝을 굽이 살펴주시길...


사진, 글 / 조문호




[이목을 자료사진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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