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일 정오 무렵, 옛 태화관 터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다고 했으나
날씨관계로 행사가 취소되었는지 아무도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인사동 거리는 몇몇 사람만 종종걸음 칠 뿐 한산했다.
허탕치고 돌아가는 길에 안국역 대기의자에 앉아
그 날의 함성을 떠 올리며 순국열사를 추념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안국역은 2018년 독립운동 테마 역으로 지정되어
여러 형태의 독립운동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대기의자 기둥에도 무명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사연을 빽빽이 새겨 놓았는데,
그 중 한 기둥에는 사방이 여성 독립 운동가들로 채워져 있다.
학생과 의병은 물론 연약한 기녀들까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싸운 것이다.
아직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을 위해
자리를 남겨 두었다는 빈 칸들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
독립유공자 혜택은커녕 이름도 남기지 못한 열사를 찾아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가난에 찌들어 어렵사리 연명하건만,
일제에 빌붙어 민족의 피를 빨아먹은 친일세력들은 자손 대대로 잘 산다.
그 것만도 분통이 터져 죽을 지경인데,
친일 집안이 독립운동가로 날조되는 현실에 치를 떨 수밖에 없다.
어찌 선열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있겠는가?
마치 인사동에 내리는 빗방울이 선열들의 피눈물 같았다.
이제 위선의 가면을 벗겨내야 한다.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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