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인사동에서 술 마실 기회가 많았지만,
요즘은 은평 지역에서 마실 기회가 더 많아졌다.
그 곳에 정영신씨를 비롯하여 조해인, 김수길, 김명성, 서인형씨등
가까운 분들이 많이 살아 종종 술자리가 만들어진다.
예술인 ‘스마트협동조합’이 녹번동에 있는 것도 한 몫 하는 셈이다.
지난 25일 오후 김명성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녹번동 있으면 ‘마포나루’로 오라는데, 나의 움직임을 훤히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서울역에서 녹번동으로 이동 중에 전화를 받아 술집부터 먼저 들렸는데,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조해인, 김수길, 백승호씨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포나루’는 서부경찰서 뒤편에 있는 조그만 횟집인데,
가격이 저렴한데다 주인의 넉넉한 인심까지 한 몫해 김명성씨 단골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가격이 싸다 해도 가난한 사람들이 찾기에는 부담스럽기 마련인데,
원님 덕이 아니라 김명성씨 덕에 매번 나팔 부는 집이다.
지척에 이청운씨 화실도 있으나, 함께 못함이 늘 마음에 걸린다.
갈 때마다 회에다 멍게, 전복, 생선구이 등 갖가지 해산물이 코스요리처럼 나왔다,
해산물을 골고루 맛볼 수 있어, 오죽하면 거지 영양 보충하는 날로 여길까?
이 날은 모인 사람이 다섯 명이라 두 군데 나누어 술 상을 차려 놓았다.
김수길씨는 다음 주에 ‘마루아트’에서 개인전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고,
김명성씨는 김상현씨의 두번째 ‘뮤아트’가 이틑 날 개업한다는 소식도 주었다.
그 날의 화제는 김명성씨 소장품전인 ‘백범 김구 쓰다’전과 관련된 독립운동에 얽힌 이야기였다.
사회적위치가 높은 사람들의 부친 친일이력인데, 문제는 독립운동가로 조작한단다.
고증자료를 근거로 철저하게 진위를 밝혀야 한다.
그 날은 소주 한 병 남짓 마셨는데, 숨이 차 더 이상 마실 수가 없었다.
김명성씨와 먼저 일어났는데, 조해인씨는 시동이 걸렸는지 일어 날 생각을 않았다.
난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면 더 이상 마시지 않지만, 조해인씨는 달랐다.
몸도 챙겨야 할 나이지만, 안주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술로 끝장을 본다.
그런데, 또 다른 사진들이 나를 기다렸다.
얼마 전 만해도 매일 같이 소식 주워 날라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에 올렸으나,
이젠 다른 일도 있지만, 몸이 받쳐주지 않아 일을 줄이기로 했다.
가급적 전시장 출입을 자제하고, 포스팅도 중요한 일이 아니면 안 한다.
그전 같았으면 주변 분들을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어 올렸지만,
이젠 꼭 필요한 사진만 찍고, 찍어도 올리지 않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은평에서 만난 분들 사진을 함께 엮어 소개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양산에 가 있는 공윤희씨가 전화를 했다.
역촌동 ‘양갈비에 꼬치다’에서 기다린다며 빨리 오라는 것이다.
고깃집 이름은 흥미롭지만, 그 곳은 잘 가지 않는 술집이다.
가보니, 공윤희씨 뿐 아니라 조해인씨와 김수길씨도 있었다.
그 날은 폭설을 예고한 날이라 온종일 서울역 주변에서 맴돌았다.
백설이 휘날리는 서울역 전경사진이 한 장 필요했는데,
날씨가 포근해 그런지 간간이 내린 눈도 금세 녹아버렸다.
술 마시러 오라는 공윤희씨 전화에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달려갔는데,
술을 마시다 보니 진짜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또 다시 황급히 서울역으로 달려갔으나, 도착할 무렵 눈이 그쳐버렸다.
운이 없는 건지 찍지 말라는 건지, 마치 숨바꼭질하는 것 같았다.
부득이 눈 내리는 서울역이 아니라 눈 내린 전경으로 만족해야 했다.
남은 사진은 녹번동 정영신씨 집을 방문한 최석태씨와 서인형씨 사진이었다.
때늦은 사진이지만, 그 날은 대취해 그런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또 언젠가는 연신내 청구병원 앞을 지나가는데 뒤에서 누가 불러 세웠다.
돌아보니 화가 박불똥씨 였는데, 장경호씨 집에 들렸다 돌아가는 길이라 했다.
세월이 지나면 이 사진 또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사람은 사라져도 사진은 어딘가 남아 떠돌테니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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