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초상사진에 사용할 액자를 구하러 일산 이케아에 갔다.

8X10규격이지만, 매트 여백도 좀 있어야 하고 프레임의 재질이나

색깔이 마음에 들어야 했는데, 액자는 골랐으나 수량이 모자랐다.

재고량을 전부 구입한 후 부족분은 다음에 가져가기로 했다.

 

그런데 액자매장에서 침대매장 쪽으로 들어서니 쪽방에 꼭 맞는 침대가 있었다.

나도 몇 년 전 허리 협착증이 생겨 꼼짝 못 할 때가 있었는데,

그 사연을 알게 된 안애경 작가가 함께 일하던 필란드 목공예가를 데려와

즉석에서 목침대를 만들어주어 잘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천국으로 떠났지만...

 

방이 비좁은 쪽방에 무슨 침대를 들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침대 크기만 줄인다면 비좁은 방일수록 더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침대 밑은 책장이나 설합장으로 활용해 너절한 짐은 그 속에 집어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침대를 이케아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145,000원이면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침대 필요한 쪽방 주민이 많다면 일괄적으로 주문 제작하면 가격도 더 낮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사용하는 목침대는 별도의 쿠숀 없이 이불로 쿠숀을 대신하지만, 아주 편하고 좋다.

아무래도 별도의 쿠숀이 있다면 침대 밑 수납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단점도 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선반은 물론 작은 수납장도 필요하다.

한 달 전에는 누가 버린 삼단 코너장을 주워 사용하는데, 복잡한 공간이 단출해 졌다.

 

침대는 다른 곳으로 이사해도 사용할 수 있기에 쪽방 사는 노약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온종일 방에서 지내는 쪽방 주민으로서는 잠자리가 달라지고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느끼는 행복감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특히 허리가 불편한 분들은 필수품에 가깝다.

물론 개인이 그곳에 사러 간다거나 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현실인 만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주민들께 설문을 돌려 일괄 구입하거나 제작하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냉온열의자를 동자동 새꿈공원에도 설치해 주었으면 좋겠다.

노약자들이 공원에서 오들오들 떨며 시간을 보내는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되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서울시청담당자에게 건의해 주길 바란다.

 

사진, / 조문호

 

 

또 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한 해가 지날 채비를 하지만,

동자동에 짓기로 한 공공주택은 어떻게 되었는지 감감소식이다.

 

뉴스에는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고 메가시티가 건설된다는 등

온통 정치 모리배들의 표몰이 바람에 시끌벅적하지만,

동자동공공개발은 공표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않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입을 다물고 있을까?

전세사기 대책이나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 등 눈앞에 닥친 일도 한둘이 아닌데다,

윤석렬 눈치 보느라 어느 것 하나 소신대로 하는 일이 없다.

 

  그와 달리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목표로 삼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좀 다른 것 같다.  

지난 달 동자동 온기창고개장식에서 동자동공공계발을 공개적으로 약속했지만,

동행식당, 동행목욕탕, 온기창고 등 빈민들 피부에 닿는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약자와의 동행이란 글귀가 붙었는데,

그 글은 동자동 장애주민 윤용주씨가 써준 붓 글이었다.

 

국토교통부에서 깔고 앉아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국토부를 재촉해서라도 하루속히 성사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

 

  그제는 동자동에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거리에서 노숙하는 자들은 다들 어디로 피했는지,

비에 젖은 이불만 어지럽게 늘려 있었고, ‘새꿈공원에는 비둘기들이 먹이를 찾고 있었다.

사람들조차 만 날 수 없는 비 오는 날의 한가한 동자동 풍경이었다.

 

  비가 그친 다음 날은 채남규씨가 머무는 경기여인숙부터 잠시 들렸는데,

몸이 아파 공공근로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보살펴 줄 사람 없는 쪽방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큰 일이다.

 

  거리에는 곳곳에 젖은 이불을 말리고 있었다,

노숙인이 머무는 자리에는 누가 버렸는지 매트리스가 깔려있었다.

 

  거리에서 임백수씨와 유정희씨를, 공원에서는 박소영씨와 황춘화씨를 만났다.

임백수씨와 황춘화씨는 만나 본 지가 한 참되었다.

그동안 왜 그리 나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두 사람 다 술을 끊었단다.

사람들과 어울리면 술 마시게 될까 염려되어 방에서 꼼짝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들 몸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해 금주를 했겠지만,

술 때문에 아들까지 잃은 황씨로서는 큰 결심을 한 것 같다.

 

  대개 보이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이사를 갔거나 교도소에 간 경우였는데, 이젠 금주로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들 방에서 티브이만 끼고 사는데, 술을 끊을 수 있었던 그 비결이 궁금했다.

 

  건강은 물론 돈까지 절약할 수 있으니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나 역시 술과 담배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라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다.

 

  모처럼 술 마시지 않은 황춘화씨를 만나 초상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뒤늦게 나온 양인숙씨도 초상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찍은 초상사진 대부분이 남자들이라 고맙게 받아들였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오갈 데 없는 노숙인들이 걱정이다.

다시서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노숙인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술을 끊지 못하는 알콜 중독자들은 어쩔 수가 없다.

 

  하루속히 약자들이 살 수 있는 주거부터 해결해 주기 바란다.

 

사진, / 조문호

 

 

 

 

빈민들의 자존감을 짓밟아 온, 줄 세우기의 오랜 관행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줄 세우지 않고 나누어 주는 동행스토어 ‘온기창고’가 문을 연 것이다.

 

지난 해 12월 중순 무렵, 줄 세우기 폐지를 요구한 대안으로 기존 남영동 ‘푸드마켓' 형식으로

물건을 배분할 것을 쪽방상담소 유호연 소장에게 제안한 적이 있었는데,

유소장은 서울시의 협력을 얻어 그보다 훨씬 유익하고 편리한 동행스토어 ‘온기창고’를 만들었다.

 

온기 창고 개소식이 열린 날에는 이른 시간부터 매장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개소식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다는 소문이 돌아, 공공주택사업을 환영하는

쪽방촌 주민들과 민간개발을 주장하는 건물주 측 사람들이 대치하기 시작했다.

 

건물주 측에서는 ‘남의 가게 장사 안 되게 왜 매장을 만드냐?’고 삿대질을 하며,

온기 창고 개장과 상관없는 쪽방 주민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쪽방 건물주들은 긴 세월 비싼 방세로 폭리를 취해왔다.

현금으로만 선 월세를 받아 탈세까지 했는데, 방세가 한 달만 밀려도 쫓아내는 돈 밖에 모르는 인간들이다.

 

“국세청은 당장 쪽방 건물주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라”

 

벼룩에 간을 빼 먹는 이런 몰염치한 악덕 건물주들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여 돈을 번, 선의의 부자들마저 도매금으로 나쁜 사람 취급 받는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24만원인 월세를  30만원으로 계약서를 써 줄테니, 월세는 28만원을 내라고 했다.

기초생활수급비 중 주거비는 월세 계약서 금액 따라 책정되는 것을 악용해 방세 올리려는 속셈이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며 거절했으나, 더러는 차액이 탐나 승낙하는 사람이 없다고 어찌 장담하겠는가?

살아 온 7년 동안 한 번도 건물 주인을 본 적이 없고, 관리인을 통해서만 방세를 주었다.

하수인에 불과한 건물 관리인은 쪽방 주민이라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었다.

이건 분명한 불법이며, 승낙한 빈민까지 범법자로 만드는 범죄행위다.

 

그 뒤 남영동사무소 주거복지 담당자를 찾아갔다.

두 달 전 주거 조사원에게 월세가 만원 인상되었다고 했더니, 변경된 계약서를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지 않아 본래의 계약서에 금액만 가필하였기에, 다시 정상적인 계약서로 교체하러 간 것이다.

 

두 달 전에 만원을 올려놓고 또 인상하기 위해 편법을 쓰는 건물주를 고발하며

주거비 책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는데, 담당자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란 말을 했다.

 

불법을 그냥 넘길 수 없는 난처한 일이기도 하지만, 공무원이 법 개정에 나설 입장도 아닐 것이다.

기초생활수급비 중 주거비는 계약서 금액 따라 지급할 것이 아니라, 일률적인 금액으로 통일해야 한다.

 

민영 개발을 강요하는 건물주들의 집단 패악질에 열 받아 촛점이 빗나갔는데,

다시 '온기창고' 개장 소식을 전해야 겠다.

 

‘온기창고’ 입구에는 쪽방상담소 전익형 실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현판식 준비하느라 바빴다.

 

온기창고 매장에 들어가 보니, '세븐일레븐'에서 후원 받은 갖가지 생필품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매장 안쪽에는 개소식 준비로 서울시 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분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동행스토어 ‘온기창고’는 창고형 매장으로 쪽방 주민을 위한 수요맞춤형 물품배분 시스템이었다.

 대형 냉장, 냉동고,  전자식 금전등록기 등의 기자재를 준비해두고,

편의점처럼 물품을 편리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매장에 붙어 있는 이용약관을 살펴보니, 개인이 배정받은 적립 포인트 내에서 물품을 자율적으로 골라가는 방식이었다.

 

이용 대상은 ‘서울역쪽방상담소’ 등록 회원에 한해서다.  

회원에게 적립금 카드를 발부하여,  월 10만점의 적립금만큼 필요한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또는 자선단체로부터 후원물품을 전달 받았으나,

대개 물품 수량이 주민 숫자보다 모자라 후원품이 들어올 때마다 줄 세워 선착순으로 배부했다.

 

물품을 배분하는 날은 주민들이 일찍부터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는데,

춥고 더운 날씨에 따른 고통은 차지하고라도, 주민들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이미 있는 물품을 이중으로 받는 경우도 많았지만,

비좁은 쪽방에 필요 없는 물건들이 널려 어지럽기 그지 없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약자들이 배분 과정에서 항상 불이익을 받아왔다.

 

업체에서 보내주는 후원품 외에도 사업 취지에 공감한 ‘세븐일레븐’에서,

원활한 운영을 위해 향후 3년간 월 천만 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하기로 했다.

 

여름철마다 쪽방촌 주민들의 여름 나기 물품을 후원해 온 ‘세븐일레븐’의

정기적인 후원을 약속 받으면서, 안정적인 운영의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물품 후원 외에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인 '세븐카페' 운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세븐카페 운영 수익금은 온기창고 운영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그리고 ‘서울교통공사’에서 20,210,000원의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여태 임의로 지원한 물품들은 수량도 부족했지만, 심지어 유효기간이 임박한 식료품도 많았다.

이젠, 후원물품을 보낼 것이 아니라 가급적 ‘서울교통공사’ 처럼, 현금으로 후원하라.

‘온기창고’에서 주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여 비치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주민들이 가장 절실한 물품이지만, 여태 한 번도 준 적이 없는 상품도 있다.

예를 들어 일회용 부탄가스나 일회용 믹스 커피, 화장지 등인데,

‘온기창고’ 메니저는 주민들이 무엇이 필요한지도 항상 점검하길 바란다.

 

문을 연 ‘온기창고’는 상시 문 열 것을 목표로 하지만, 당분간 주 3회 이상 운영된다.

전담인력(매니저) 1명과 참여주민 2명(공공일자리)이 함께 꾸려갈 예정이다.

 

지난 20일 개소식을 가진 동행스토어 ‘온기창고’의 본격적인 운영은 8월 1일부터다.

 

이날 개소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경호 '세븐일레븐' 대표,

이재훈 '온누리복지재단' 이사장,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유만희 부위원장,

그리고 쪽방 주민과 기자 등 많은 사람이 참석하여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개소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경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가 업무협약서에 사인한 뒤,

서울시와 ‘세븐일레븐’이 동행 스토어 ‘온기창고’ 운영을 위한 업무 협약식도 가졌다.

 

오세훈 시장은 인사말에서 “자신 있게 말씀드리지만 동행식당이나 온기창고를 주민분들께서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다시 원상 복귀시킬 일은 거의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이런 변화를 원하시는

좋은 아이디어를 전달해주시면 제가 늘 신경 쓰면서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자동의 공공개발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고개 숙이는 오세훈 시장의 자세에서 그의 진심이 읽혀졌기 때문이다.

공공개발만 성사된다면, 더 이상 동자동에 머물 필요가 없다.

 

‘버려진 사람들의 초상’ 작업을 끝낸 후, 당사자들에게 사진집을 전해주는 대로

시골 농장에 빌붙어 죽을 자리 마련할 일만 남았다.

 

그 날 '온기창고' 개소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식수에 소원 카드를 달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오는 9월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온기창고’ 2호점을 개소할 예정이라며,

두 곳을 1년가량 운영해 본 후, 나머지 3개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행스토어 ‘온기창고’ 개소식을 끝낸 후,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위해 생필품을 대신 구매하여 쪽방을 방문했다.

 

 윤용주씨 방을 찾아 생필품을 전달하며. ‘약자와의 동행’이란 붓글씨를 받기도 했다.

 

서울특별시 오세훈 시장과 '서울역쪽방상담소' 유호연 소장을 비롯한,

‘온기창고’ 마련에 힘쓴 직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제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는 쪽방의 주거 문제만 남았다.

서둘러 동자동 공공개발을 착수해 주기 부탁드립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시에서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약자와의 동행’ 쪽방주민 무료식사 지원사업이 빈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여름 쪽방촌에 설치하기로 했던 에어컨 사업은 탁상공론에 불과했지만, 쪽방 빈민들에게 하루 한 끼,

본인만 먹을 수 있는 팔천원짜리 식권을 나누어 주는 동행식당 사업은 독거노인에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박원순시장 재임 시 만든 쪽방공동세탁소에 이은 두 번째로 환영받는 사업이었다.

년 말까지 한시적인 프로젝트지만, 노인들 기초생계비를 삭감하더라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할 요긴한 사안이다.

 

다들 하루 한 끼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선택해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빈민복지가 어디 있겠는가?

기초생활수급비를 절약해 모은 돈은 줄 사람도 쓸 곳도 없지만,

밥 한 끼 사 먹는 것조차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빈민들의 숙명이 아니던가?

 

먹는 것이 귀찮아도 사라질 돈이 아까워 먹게 되므로, 힘없는 독거노인에게는 딱 맞는 복지사업이다.

 

굶는 이 없을 것이고, 요식업도 잘될 것이고, 농민들까지 혜택이 돌아가니, 이게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매 월말이 가까워오면 다음 달에 사용할 식권을 ‘쪽방상담소’에서 나누어주는데,

왜 벽보에는 매번 700명 선착순이라 적어놓았을까?.

 

서울시내 5개 쪽방상담소에 등록된 주민에게 주기로 했으면, 처음부터 인원수를 정해놓고 시행했는데,

선착순이란 말은 주민들을 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아마 주민등록상의 인원이 아닌, 실제 거주하는 주민은 700여명으로 추정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동사무소처럼 시간 날 때 찾아가게 하지 않고,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왜 줄을 세우지 못해 안달일까?

더 이상 빈민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갑 질의 잔재를 청산하길 바란다.

 

10월분 식권은 지난 9월 27일 오후2시부터 나누어주기로 공지되었으나,

식권을 받지 못하게 될까 염려되었는지, 다들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 전부터 모여 들었다.

 

긴 줄은 쪽방상담소 골목을 두 바퀴나 돌았지만, 나누어 주는 시간을 앞당기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쪽방상담소 직원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무런 불만도 더러 내지 않았다.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기필코 받아야 할 절박한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이제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며 다들 좋아했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임백수(68세)씨 고향은 장흥이다.

여기저기 떠돌다 동자동에 둥지 튼 지도 수십 년이다.

세상살이에 골병 들어 몸 한 곳 성한 데가 없지만, 가오만은 살아있다.

술을 마시지 않아 멋 부리는 재미로 사는데, 자기 사는 쪽방 방문은 절대 사절이다.

좁은 방에 늘린 구질구질한 것들을 보여주기 싫어서다.

식사는 했냐? 고 물었더니, 오세훈 식권으로 해결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서울시에서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약자와의 동행’에서 쪽방 빈민들에게 하루 한 끼,

본인만 먹을 수 있는 팔천원짜리 식권을 나누어 주었는데, 독거노인으로서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년 말까지 한시적인 프로젝트지만, 기초생계비를 삭감해서라도 전국적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

다들 한 끼만은 먹고 싶은 것 골라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일이 어디있겠는가?

줄 사람도 쓸 곳도 없지만, 수급비 받으면 밥 한 끼 사 먹는 것조차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빈민들의 숙명이 아니겠는가?

먹는 것이 귀찮아도 사라질 돈이 아까워 사 먹게 되어,

독거노인에게 딱 맞는 복지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굶는 사람 없을 것이고, 요식업은 활성화될 것이고, 농산물 소비까지 늘어나니,

이게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어차피 하루 한 끼 인생이지만, 이제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는 임백수씨,

갈 곳도 오라는 곳 없으나, 오늘도 전동차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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