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부터 용돈이 불어나  한결 마음이 든든하다.
정부에서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으로 올려줘 고맙기는하지만,
그러다 나라가 거덜나지 않을지 염려된다.

강 민선생과의 오찬약속에 인사동으로 나가며, 밥값은 내가내기로 작정했다.
약속장소인 포도나무집에는 강 민선생을 비롯하여 김가배, 신동명선생 그리고 여행작가 정선모씨가 함께 계셨다.
오뎅탕과 복분자를 주문하였으나 음식도 나오기도 전에 신동명시인께서 계산해 버렸다.
급히 나오느라 은행에 들리지 못해 잠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고맙기 그지없었다.

그 흔한 신용카드 한 장 없는 신세를 빨리 면해야 할텐데...

뒤늦게 이행자시인이 나타났다.
이행자시인은 술이 거나해지면 대화가 과거형으로 돌아간다.
옛날에는 어떠했고, 누구와는 어떻게 지냈다는 등 별 재미없는 이야기 일색이지만,
가끔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동요를 불러주는 애교도 있다.
그 날 몰랐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된 것은, 이행자시인이 50여 년 동안 왼쪽 무릎 없이 버텨왔다고 한다.

멀쩡한 다리로도 걷기 힘들어 짜증 부린 자신이 부끄러웠다.
분위기를 바꾸려 느닷없는 이행자시인의 애정 편력을 물었는데, 그 답이 걸작이었다.
“연가는 많이 불렀지만 히트곡이 없다”는 것이다.

오후8시부터 시작되는 ‘넋전 아리랑’을 보고 가려니,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전시장도 가고 사진도 찍었으나 도무지 시간이 가지 않았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통인가게 대표 김완규씨도 만났고, 미술평론가 유근오씨도 만났다.

정말 일하는 것 보다 노는 게 더 힘들었다
공연이 끝날 무렵, ‘유목민’으로 오라는 공윤희씨의 전화가 왔다.
'유목민'에는 공윤희, 전활철, 김왕기, 김명성, 신현수씨가 있었고, 뒤늦게 노광래씨를 비롯하여 

무세중, 무나미선생도 오셨다. 몸이 편치 않으니 술 맛도 없지만 즐겁지도 않았다.
하루종일 마신 술이라고는 ‘포도나무집’에서 마신 복분자2잔, ‘예당’의 막걸리2잔,
‘어머니가 구워주신 생선구이’에서 소주2잔 등, 몸 생각하느라 술을 찔끔찔끔 마셨으나,
결국 마지막 들린 ‘유목민’에서 취하고 말았다.

 

 

 

 

 

 

 

 

 

 

 

 

 

 

 

 

 

 

 

 

 

 

 


시인 서정춘선생께서 다섯번째 백자예술상을 받았다.

백자예술상은 초정 김상옥선생께서 제정한 상으로 그동안 이원섭, 송하선, 오세영, 정완영씨등이 수상한 바 있는데,

이번 서정춘선생의 수상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인사동에서 마늘 장사하다 우연히 존경했던 초정선생을 만난 이후로 그의 시작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7일 오후4시부터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시인 강 민선생을 비롯하여 민 영, 문효치, 송상욱, 이명수, 김윤태, 김명옥, 김가배, 신동명, 이소영, 조 명, 김현숙, 고정애, 이연분, 장건섭, 이채민, 함수곤, 허형만, 서정란, 박주영, 오세영, 강상기, 박추자, 강금희, 양인숙, 이병달, 김영복, 노광래, 편근희씨 등 많은 문인들과 지인이 참석하여 서정춘선생의 시상 수상을 축하했다.

서정춘선생은 부상으로 거금 천만 원을 받았는데, 완전 빈 집에 소 들어간 격이었다.
행여 술값에 탕진할까봐 주최 측에서 상금을 사모님께 전달했으나, 그는 시종 싱글벙글했다.

잔득 차려놓은 음식들을 보니 배는 고픈데, 서선생의 수상소감이 너무 길었다.

 

마지막으로 던진 사회자의 맨트가 걸작이다.
“시는 짧은데 소감은 길었다”고...

 

 

 

 

 

 

 

 

 

 

 

 

 

 

 

 

 

 

 

 

 

 

 

 

 

 

 

 

 

 

 

 

 

 

 

 

 

 

 

 




 

                                               신동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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