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일 서울 인사동 한복판에 아리랑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졌다. 45명의 대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인사동 쌈지길에서 'This is Arirang(인사동 아리랑)'을 연주한 것이다. 합창단과 한복 놀이단까지 20대의 청년들 76명이 함께한 대형 아리랑 플래시몹이다.

이 대형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인사동을 거닐던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금세 군중도 모였다. 2일 유튜브에는 6분 35초 길이의 ‘인사동 아리랑’이라는 영상이 공개됐고, 이 영상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서 올린 플래시몹 'This is Arirang(인사동 아리랑)'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대박이 났다. 아마추어 대학생들이 만든 '아리랑'이 현재까지 조회 수 133만건을 기록한 것. 유튜브의 '아리랑' 콘텐츠로는 최고 기록이다. '인사동 아리랑'을 본떠 파라과이 교민들이 시내 쇼핑센터에서 공연한 '아리랑',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리버사이드 아리랑' 영상이 유튜브에 잇따라 올라왔다. 영상을 보고 감동한 국내외 네티즌들이 올린 댓글도 1400개가 넘는다.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댓글이 올라온다.

영상에서 한 여성이 바이올린으로 아리랑 선율을 연주한다. 이어 대여섯 명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아리랑 연주에 화음을 더한다. 연주자들은 하나 둘 늘어나고 어느새 완성된 오케스트라 선율은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연주에 맞춰 합창단이 아리랑을 부르자, 시민들도 함께 따라부른다. 연주의 마지막은 애국가로 이어졌다. 오케스트라를 둘러싼 시민들은 큰 목소리로 애국가를 함께 제창한다.

이 행사는 ‘우리나라의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한 대학생의 열정으로 시작됐다.

현재 경희대학교에 재학중인 김신중(23)씨는 지난해 유네스코가 아리랑을 세계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아리랑을 듣고 싶어서 인사동을 방문했지만,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는 사연도 접했다.

김신중 씨는 오케스트라 단원을 섭외하기 위해 45명의 연주자를 한 명 한 명 섭외했다. 9개의 청년 단체들도 김씨와 친구들의 기획에 함께 했다.

이들은 행사기획과 음악편곡부터 홍보, 영상 편집 등 모든 과정을 100% 청년의 힘으로 이뤄냈다. 기업의 후원이나 풍족한 예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김신중 씨는 "2012년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이 됐지만, 외국인들이 정작 한국에서 아리랑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공연을 기획했다"면서 "이렇게 호응이 클 줄은 몰랐다. 영상이 알려진 후, 공연 악보를 구해달라는 문의가 빗발쳤다"고 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영상 촬영, 진행 스태프 등 100명 넘는 인원이 참여했지만 제작비는 80만원밖에 안 들었다. 물과 간식비, 악기·장비 운반용 차량 대여비 정도다. 공연 기획 단체 프리포먼스 등 9개 단체가 '재능 기부' 형식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단돈 80만원으로 만들었지만

김신중 씨는 온라인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아리랑’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 감동이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김신중 씨는 “음악적으로 완벽하지 못할 수 있지만, 쌈지길에서 함께 아리랑을 부른 시민들, 또 영상을 접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떠올렸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1919년 일제의 억압에 맞선 3·1만세운동을 2013년 대한민국 청년들이 감동적인 문화행사로 승화시킨 것이다.

김신중 씨는 원래 클라리넷 전공으로 음대 진학을 꿈꾸다 경영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하지만 입대 후 군악대에 복무하면서 공연 기획에 눈을 떴다. 작년 여름부터 서울 도곡동 스튜디오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진행하는 피아니스트 박창수씨를 도와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 김신중 씨는 "올해 8·15 광복절 때는 팔도의 아리랑을 플래시몹으로 올려보고 싶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