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문호씨의 ‘성시점경’전이 지난 30일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개막되었다.


전시된 김문호 사진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병든 영혼의 실체를 보았다.
마약보다 더 무서운 돈에 중독된 자들은 병든 자체도 모르고 살지만,
덜 중독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냥 세상 돌아가는 데로 관조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진가 김문호씨가 병들어 가는 그 실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회 모순과 왜곡된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한 김문호만의 독보적인 사진세계다.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방황하는 군상들을 그만의 어법으로 하나하나 채집한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끝장이다”며 날선 비판을 해댄다.
사회를 비판하고 문명을 비판하지만, 결국은 돈에 끌려가는 인간을 비판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살풍경이 펼쳐진 도회지로 나왔다. 하지만 번쩍이는 것들만 많고 빛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우리 사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최악의 지표들,

청년실업, 최저임금, 노인빈곤, 살인적 노동, 가계부채, 자살률, 무엇보다 일상화된 부패와 갑질....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내내 ‘헬조선’, ‘이생망’ 같은 몹쓸 단어들이 떠나지 않았다.”

고 그가 말한다.





그동안 ‘온 더 로더’(2009)와 '새도우'(2013)를 지나

이제 '성시점경'으로 한 차원 높은 다큐멘터리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다.





전시장에는 30점이 걸렸지만, 그간의 작업들을 사진집으로 묶어냈다.

‘눈빛출판사’에 발행한 성시점경(盛示點景) IN THE CITY 김문호 사진집엔

80점 (168쪽 양장, 33,000원)이 실려 있고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 인터뷰 글이 실려 있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의 작품들은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강렬한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 전시는 9월 5일까지라 서둘러야 볼 수 있다.





세상은 돈 맛에 눈먼 영악한 자들이 장악한, 가짜가 판친다.

사진판도 마찬가지다. 그는 원로에 가까운 베테랑 사진가지만, 아웃사이더다.
한마디로 낙동강 오리알이다.
줄 서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는데다, 바른 말까지 해대니 미운 털 박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사진가가 그 흔해 빠진 상한 번 받지 못하고,
대표적인 기획전에서도 항상 밀려났다.
끼리끼리 해 먹던 예전에는 눈이 어두워 못 본 것인지,
학연이나 인맥이 없어 의도적으로 따돌렸는지 모르지만,
판이 바뀐 요즘에도 관습에 젖어 못 본채 지나친다.






이번 전시가 김문호씨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할 정점인 것 같다.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으니, 아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손바닥만 한 국내보다 세계 사진시장이 먼저 알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오래 전부터 기다렸던 전시다.
전시 내용은 대략 알았지만, 사진을 비평한 이광수씨나 사진집 출판을 추진한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의 확신 찬 자신감에 나마져 들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전시 개막식엔 늦어 버렸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지만, 매사 하는 일이 그렇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파장이라 와인도 한 잔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남은 술 마시랴, 반가운 사람 인사하랴, 작품 보랴, 똥 오줌 못 가렸다.





곧바로 뒤풀이 집으로 정해진 ‘명문해물탕’집으로 옮겼다.


그런데 술 맛이 귀가 막혔다.
안주가 좋아서가 아니라, 좋아 하는 사람들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거들먹거리는 똥파리들이 없어 기분이 좋으니, 술술 넘어갔다.






부산에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를 비롯하여 이규상, 이주용, 이규철, 김남진, 성남훈, 양재문, 정영신,

김영호, 석재현, 임종선, 이동준. 국수용, 임성호, 권병준, 강제훈, 이수철, 마동욱, 남 준, 곽명우,

윤길중, 이주영, 김은환, 정장식, 송주원, 권 홍, 박춘화, 성윤미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들이 모였다.





특히 김문호씨와 초창기 함께 했던 ‘사진집단 사실’ 멤버들도 여럿 보였다.
안해룡, 김봉규, 이석필씨가 왔는데, 갑자기 추연공씨가 보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화가였으나 외국통신사 사진기자로도 일했었는데,
그를 못 본지가 20년 가까이 되었다. 마침 술자리에 있던 김봉규씨에게 이야기했더니,
가까운 시일에 자리 한 번 만들겠다고 했다.






골목 맥주 집으로 옮길 때는 이미 많이 취했다.
맞은 편에 앉은, 이름도 모르는 여인에게 주책을 떨기도 했는데, 언제 철들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술이나 처 마시지, 사진도 엄청 많이 찍어놨네.





“좀 지루하더라도 술 취한  찍사들, 표정이나 한 번 봐 주이소.”

사진, 글 / 조문호
















































































































































‘On the Road’


사진가 김문호씨의 ‘성시점경(盛市點景)’전이 지난 21일 오후6시 30분 ‘갤러리 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개막식에는 사진가 김문호씨를 비롯하여 비평가 이광수교수, 김남진 관장,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 사진가 엄상빈,

강제욱, 이한구, 남 준, 곽명우, 윤길중, 정영신, 김 원, 한금선, 박병문, 이석필, 이주영, 아리미, 김자손씨 등 많은

사진가들이 모여 들었고, 미술평론가 곽대원씨와 행위예술가 타이거백의 모습도 보였다.

우리나라에 사진가들이 많지만, 김문호씨 처럼 깊이 생각하며 작업하는 다큐 사진가는 그리 흔치않다.

이십여 년 전에 ‘사진집단 사실’ 동인으로 함께 할 때부터 그의 사진 작업에 대한 진지함은 알고 있었지만,

작년에 열었던 ‘wasteland’전에서 결정적인 감명을 받은 것이다,

그의 사진들을 보면 문명비판에 대한 시각이 압도적이다,
그가 발표했던 ‘On the Road’의 사유는 대상에 대한 그의 고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변혁에 눈 돌릴 때, 그는 자신의 일상을 성찰한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현대문명의 비정함을 텅 빈 도로와 자동차 그리고 지하철을 기다리는 직장인들의 모습으로,

현대 문명에 물들어가는 도시인들의 일상을 들추어 낸 것이었다.

한 때 찍었던 초상 사진들이 인간에 대한 애정의 눈길이었다면 ‘온더 로드’는 인간이 만든 문명에 대한 사유로 넓혀졌고,

그 다음에 보여 준 ‘Shadow’에서 제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객관적 사실을 주관적 사실로 바꾼 대표적인 사진가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사진가 김문호씨의 관심적 대상은 무엇을 찍느냐가 아니고, 사실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로 점철된다.

그가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미지를 만드는 결정적 순간이나 미학적 형상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정신이다.

사회와 역사에 대한 고민이나 사유가 그만큼 깊은 사진가를 여지 것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런 우리나라 대표적 사진가가 변방으로 밀려다니다, 이제 사 조명 받는 우리나라 사진판의 현실이 너무 한심스럽다.

어쩌면 더러운 사진판에 휩쓸리지 않았기에 그가 온전히 살아남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나의 부족한 식견으로는 아무리 나발 불어도 사족에 불과해,

정확하게 김문호씨의 사진을 읽어 낸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 평으로 못 다한 이야기를 대체한다,

“인간이 소외된 도시 풍경, 인간이 사라져버린 현대 문명, 그 위에서 사진은 더 이상 객관성을 담보하는 다큐멘터리로 존재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진가 김문호의 인간과 문명에 대한 사진 담론이다. 2015년 전시한 <wasteland>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는 이미지로 말하는 인간에 대한 담론. 인간을 정면으로 응시하지도, 그것을 이미지로도 담을 수도 없게 되어버린 세상. 그런 문명사적 맥락에서 사진가 김문호는 사진이 사실에 대한 사유 재현을 위한 매체로서 매우 적확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사진가 김문호는 이번에는 도시의 기호화 된 상징에 주목한다. 미완성작 <인더시티>는 특별한 내러티브로 구성되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그렇지만 또 다시 사실과 사유의 고민을 이끌어낼 수 있는 표상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중이다.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의 건물들이 서서 만들어내는 풍경, 그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이미 우리에게는 사실로 기호화 되어 존재한다. 아파트는 거대한 산 앞에 자리하여 너무나 떳떳하게 자연의 풍경을 바꾸어버리면서 그것이 자연의 위치에 서버렸다. 광고판에 그려진 이미지는 비실재지만, 그것보다 더 실재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이 다 획일화 되어 버린 판타지의 세계, 사진가 김문호는 이 시대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천착해야 할 과제를 여기에 두는 중이다."


30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사진인이라면 꼭 한 번 보아야 할 전시다.

장애인 가족사진 2005


'wasteland' 팽목항2015


'wasteland' 매향리2015


'shadow'2013-2015

'인더시티'2013-2016


그런데, 김문호씨 전시에 들려 큰 낭패를 당했다.


김남진 관장과의 오래 전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죄로 ‘브레송’ 가기를 꺼려했지만,

김문호씨는 워낙 좋아하는 사진가라 들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날 발목 잡힌 것이다.

‘사진가를 찿아서’란 브레송 기획전 마지막 주자로 정했다며 여러 사람 앞에서 공표해 버린 것이다.


여지 것 사양해 온 것은 쟁쟁한 젊은 사진가들도 많은데, 늙은이가 끼어 더는 것도 그렇지만, 마음 편히 사진전을 열 형편이 아니었다.

더구나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름정도 남겨두고 결정한 것은 무리였다. 

전시비용도 비용이지만, 전 작품을 보여 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있는 사진으로 전시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옛날 필름을 스캔 받아 수정할 일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죄 없는 정영신씨가 모든 어려움을 뒤집어쓰게 되었는데,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동자동에 할 일도 많은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낭패를 당하는지 모르겠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 듯이, 한 번 최선을 다해 보는 수밖에 없다.
오는 12월 10일이 마지막 매 맞는 날이니, 부디 오셔서 힘껏 두들겨 주십시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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