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아침부터 반갑지 않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허기 때우려 새꿈 공원에 빵 타러 갔더니, 마음까지 축축했다. .
비가 와도 빵 주는 '한강교회'사람이나, 빵 타기 위해 줄 선 노숙자나 힘든 것은 다 마찬가지다.





난, 노숙자는 아니지만, 빵으로 끼니 때우기를 즐긴다.
어디서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니, 버릇 된지 오래다.
그러니 빵 나누어 주는 행렬엔 노숙자들이 더 많다.
그 빵이면 삼일을 버틸 수 있으니, 노숙자에겐 최고의 밥이다.






오후에는 공원 아래 둥치 튼 ‘황야의 무법자’ 캠프에 들렸다.
그 곳은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환대받는 곳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지들 주머니보다 내 주머니가 더 무거우니까.
막걸리 세병에 “기쁘다 구주 오셨네” 찬송가까지 나온다.






원종훈을 좌장으로 이경환, 강 원, 박상일 등 넷이서 지키지만,
조연배우처럼 왔다 갔다 하는 거지도 많다.
그 놈의 담배 값이 너무 비싸, 술보다 더 목 타게 하는 것이 담배다.
한 대 얻어 피우려고, 담배 피우기만 기다리는 시선들이 따갑다.






버려진 천으로 하늘을 가렸지만, 마시다 보면 온몸이 비에 젖을 수밖에 없다.
속옷까지 젖어 우들우들 떠는 원이의 이빨 부딪히는 소리에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쪽방에 기어올라 입지 않는 겨울 옷을 갖다주니,
지 애비 같은 나를 “형님은 죽으면 천당 갈 것”이란다. 이 썩을 놈~






그날 술상 안주는 푸짐했다.
어디서 얻었는지 해물탕 그릇이 놓여 있고, 빵 타는 날이라 술상에 빵 봉지가 너부러졌다.
비닐 벗긴 빵은 이미 빗물에 물러 버렸고, 종이 막걸리 잔에도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경환이 부르는 ‘긴 머리 소녀’에 갑자기 죽은 적음선사가 생간난다.
머리 털 하나 없는 중놈이 부르는 청성 맞은 노래에 다들 배꼽 잡지 않았던가.
그런데, 경환의 노래는 나를 슬프게 했다.
적음선사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 노래에 경환의 애환이 실려 있었다.






공단에 들어간 어린누이는 없지만, 말 못할 소녀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기 때문이다.
집나간 지 오래된 애미보다 찰떡이 목에 걸려 돌아가신 할매가 보고 싶단다.
다들 눈물 마른지 오래지만, 이 날은 빗물이 눈물 되어버렸다.


사진, 글 / 조문호


























빈민들이 몰려있는 동자동에는 주말마다 사랑의 빵을 나누어 주는 작은 단체가 있다.
한강교회 ‘브레드 미니스트리스’의 온정인데, 중요한 것은 한시적인 나눔이 아니라 꾸준하다는 것이다.

몇 년 째 눈이오나 비가 오나 같은 시간에 나타나 200여명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

빵의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아껴 먹으면 일주일은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특히 취사도구 없이 돌아다니는 노숙인에게는 최고의 먹거리다.
밥은 얻으면 당장 먹어치워야 하지만, 빵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고, 반찬이 필요 없으니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빵 나눔에는 지역주민들 보다 외지에서 온 노숙인이 더 많다,

빵 나누어 주는 날이면, 다들 한 시간 전에 나와 줄지어 기다리는 것이다.

나 역시 동자동에 들어온 후로 한 번도 밥을 해 먹지 않았으니 빵이 최고였다.

좁은 방에 취사도구를 갖출 수도 없지만,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설거지하기 싫어 일체 밥을 해 먹지 않는다.

가끔은 ‘식도락’에서 끼니를 때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회용 음식이나 빵으로 해결한다.

줄 세우는 것은 딱 질색이지만, 제일 필요한 것이 빵이니 줄서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선교를 위해 한시적인 사랑의 빵 나눔 행사이겠거니 했는데, 그 지속성에 놀란 것이다.

굳은 날씨에도 한 번도 빠트리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신의였다.
고맙다!

하루빨리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더 배고픈 노숙인에게 빵을 돌려주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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