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은 뭐니 뭐니 해도 골목문화가 성행한 동네다.

큰 길을 가운데 두고 틈틈이 생겨 난 골목이 스무여 개나 되는데,

그 골목 축에도 못 끼어 문패도 없는 개구멍 같은 길이 벽치기 길이다.

 

안국역 6번 출구 전방의 담배 가게 맡은 편에 있는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는 샛길인데, 옛날 늦은 밤에는 취객들의 화장실이었다.

지린내를 맡으며 개구멍 같은 통로를 오갔는데,

때로는 소변 보던 취객이 길을 막기도 하지만, 얼마나 급했으면 길에 싸겠는가?

 

통행이 잦은 요즘은 그리 간 큰 사람이 없지만.

그 골목에 ‘유목민’ 같은 업소가 생겨나며 샛길로 자리 잡은 것이다.

휠체어를 탄 최혁배씨를 비롯한 많은 인사동사람들이 불편을 겪어 와,

오가는 사람마다 벽을 한 번씩 쳐 허물자는 뜻에서

‘벽치기’로 불렀는데, 그게 골목이름이 되어버렸다.

 

그 문제는 주차장에서 조금만 양보하면 될 일이지만,

종로구청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그 자체를 살리며 통행에 불편이 없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둘러 가는 ‘인사동16길’이 있으나, 지름길을 아는 이상 누가 둘러 가겠는가?

 

그 안에는 ‘유목민’ 외에도 ‘푸른별 이야기’, ‘누룩나무 등의 술집과

'유담'찻집이 있고, 마지막 코너에 있는 ‘보고사’를 돌면,

'사랑채'를 비롯한 많은 술집들과 호텔도 있다.

 

그리고 춥지만 않으면 담배 피울 곳 찾는 손님들로

골목자체가 술집이 되어버릴 정도로 통행이 많은 곳이다.

건너편에 사람이 들어오면 기다렸다 갈 수는 있으나

최소한 장애인이 탄 휠체어는 통과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비좁은 골목 자체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니, 할 말이 없다.

 

사진,글 / 조문호

 

 




지난 셋째 수요일은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술 생각나는 꿀꿀한 날씨였다.
이 날은 인사동 사람으로 자처하는 반가운 사람들 만나는 날이지만, 너무 일찍 나와 버렸다.
한 시간 가까이 인사동거리를 돌아다녔으나, 아는 분을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추위를 재촉하는 흐린 날씨라 자글자글 소리 내며 튀기는 호떡에 눈길이 갔다.
거들 떠 보지 않는 사과 장수의 한 숨을 뒤로하고, 모두들 총총걸음으로 지나간다.
인사동 거리에 사람은 많아도 인사 나누는 사람도, 반가운 인사도 없었다.





술집이 몰려 있는 벽치기 골목은 오후6시가 지났지만 문 닫힌 집이 두 군데나 되고,
문이 열려도 손님조차 없었다. ‘유목민’에서 전활철씨와 이른 저녁 밥을 먹고
담배 피우려 문 앞에 쪼그려 앉았더니, 사진가 윤성광씨가 반가이 달려와 사진을 찍었다.






손님들이 몰려가는 갤러리들을 기웃거렸으나, 마음이 동하는 작품도 사람도 없었다.
그때 사, ‘무의도’ 촌장 정중근씨로 부터 연락이 왔다.
“어디 있느냐?”는 전화에 ‘유목민’으로 달려갔다.






오후 일곱 시가 되어서야 술친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소리꾼 조수빈씨와 함께 나왔는데, 좀 있으니 정경호씨도 나타났다.
인사동 주객 이인섭선생이 등장하니, 이지연, 노광래, 공윤희씨가 차례대로 나타났다.






이 날은 술을 마셔도 흥이 나지 않고, 취해도 즐겁지 않았다.
정선 가서 몇 일간 쉬고 싶어, 보따리 쌀 작정을 했다.





지하철 타는 안국역6번 출구에는 늦은 시간에도 ‘빅이슈’를 팔고 있었다.
많은 홈리스들이 다시서기 위해 ‘빅이슈’ 판매원으로 나서지만,
내가 필요한 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 번도 사 주지 못했다.
이 날은 큰 맘 먹고 책 한권 사서 펼쳐보았다.






돋보기가 없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욕심은 만족을 모른다’는 글이 눈에 박혔다.
“그래! 인사동에 대한 그리움도 한 낱 욕심 이겠구나“



사진, 글 / 조문호






















































벽치기 길로 통하는 좁은 골목에서 인사동 16길로 빠지는 중간지점(옛 이진옥옷가게)에 '보고사'란 조그만 갤러리가 들어섰다.
아래 위층을 합하여 15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행인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의 대작 세점과 소품전으로 안성마춤이다.
대관료는 주 150만원이고, 전화는 02-722-3624









[모델은 국악인 조수빈씨와 언론인 정경호씨다.]


인사동에서 제일 좁은 ‘벽치기 길’은 길도 아닌 개구멍같은 통로다.
안국역 6번 출구 2-30m 전방의 담배 가게 맡은 편에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는 샛길인데,

주차장 주인과 건물 주인들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웃기는 골목이다,


오래전에는 취객들의 방뇨로 지저분하기 그지없었으나,

이젠 그런 놈은 없으나, 일단 멀리 내다보고 들어가야 한다.

젊은 남녀라도 부딪히면 설레기라도 하지만, 나 같은 놈 만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인사동 골목마다, 인사동 십 길이니 몇 길이니 다 이름이 있는데,

이 샛길은 이름이 없어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믿거나 말거나 ‘벽치기 길’로 명한다.

중요한 것은 이 샛길 안의 술집 터에 인사동 마지막 풍류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 안에는 ‘유목민’ 외에도 ‘푸른별 이야기’, ‘누룩나무’, '홍어가 막걸리를 만났을때', 스토그,

'백화'등의 술집과 '유담'찻집이 있고, 마지막에 있는 ‘이진옥 옷가게’자리를 꺾어 돌면,

'시골밥상', ''산골물' , '우리선희', '사랑채', '다미', +84'가 있고, 연애 걸 수 있는 PEARL모텔과

예술접경지 ‘인사아트스페이스’로 연결되는 인사동16길 입구가 나온다.

밤 늦은 시간 인사동을 기웃거리거들랑, 벽치기 길로 들어가 막걸리 한 잔 하시라.
가끔은 낮 익은 반가운 분들과 어울려 사라져 가는 인사동의 낭만을 맛보게 될 것이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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