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셋째 수요일은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술 생각나는 꿀꿀한 날씨였다.
이 날은 인사동 사람으로 자처하는 반가운 사람들 만나는 날이지만, 너무 일찍 나와 버렸다.
한 시간 가까이 인사동거리를 돌아다녔으나, 아는 분을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추위를 재촉하는 흐린 날씨라 자글자글 소리 내며 튀기는 호떡에 눈길이 갔다.
거들 떠 보지 않는 사과 장수의 한 숨을 뒤로하고, 모두들 총총걸음으로 지나간다.
인사동 거리에 사람은 많아도 인사 나누는 사람도, 반가운 인사도 없었다.





술집이 몰려 있는 벽치기 골목은 오후6시가 지났지만 문 닫힌 집이 두 군데나 되고,
문이 열려도 손님조차 없었다. ‘유목민’에서 전활철씨와 이른 저녁 밥을 먹고
담배 피우려 문 앞에 쪼그려 앉았더니, 사진가 윤성광씨가 반가이 달려와 사진을 찍었다.






손님들이 몰려가는 갤러리들을 기웃거렸으나, 마음이 동하는 작품도 사람도 없었다.
그때 사, ‘무의도’ 촌장 정중근씨로 부터 연락이 왔다.
“어디 있느냐?”는 전화에 ‘유목민’으로 달려갔다.






오후 일곱 시가 되어서야 술친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소리꾼 조수빈씨와 함께 나왔는데, 좀 있으니 정경호씨도 나타났다.
인사동 주객 이인섭선생이 등장하니, 이지연, 노광래, 공윤희씨가 차례대로 나타났다.






이 날은 술을 마셔도 흥이 나지 않고, 취해도 즐겁지 않았다.
정선 가서 몇 일간 쉬고 싶어, 보따리 쌀 작정을 했다.





지하철 타는 안국역6번 출구에는 늦은 시간에도 ‘빅이슈’를 팔고 있었다.
많은 홈리스들이 다시서기 위해 ‘빅이슈’ 판매원으로 나서지만,
내가 필요한 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 번도 사 주지 못했다.
이 날은 큰 맘 먹고 책 한권 사서 펼쳐보았다.






돋보기가 없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욕심은 만족을 모른다’는 글이 눈에 박혔다.
“그래! 인사동에 대한 그리움도 한 낱 욕심 이겠구나“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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