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3탄, 청담동 갤러리 세인에서 오는 26일까지
2018년 10월 21일 (일) 18:40:51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그림이라는 것은 살아서 움직여야 하고. 춤도 추고, 고함도 지르고, 말도 하고, 사랑도 하고, 증오도 하고, 술도 마시고, 미워도 하고, 사람이 살아가듯 살아있어야 그림이라는 정복수의 ‘몸의 극장’이 갤러리 세인 기획전에 초대되어 지난 12일 개최되었다.

갤러리 세인에서 기획한 <FACE to WORKS>프로젝트는 작가와 관람객의 쌍방향의 소통을 중시하는 프로젝트로 전시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인체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껍데기를 중시하는 보통 현대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직시하고 내면의 인간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조우하길 바라며 기획됐다. 박종호, 성병희작가에 이어 3탄으로 기획된 정복수의 ‘몸의 극장’전은 인간의 외면에 초점을 맞춘 근대의 인물화가 아닌 인간의 ‘몸’을 통해 본질과 내면을 표현한 작품이 선보였다.



▲ '몸의 극장'의 정복수화가 Ⓒ정영신


그림은 잘 포장된 도로를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길을 맨몸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 그림이라는 정복수화가, 예술과 삶이 하나이듯 그의 이번전시는 지난 40년간 인체에 몰두해온 작가의 미발표작과 골판지에 작업한 신작판화와 아울러 그의 예술세계의 중심점이 되는 근원적이고 실존적인 인간의 ‘몸’이 주제다. 말하는 몸으로 세상을 보는 그의 몸은 세계를 해석하는 통로이자 화두로서 인체인 물질과 인간의 정신을 모두 표현했다.



▲ 마음의일기판넬에유채/110.5x121cm 2003 (이미지제공 :갤러리세인)


그의 작품 외로운 십자가는 도적성이 고갈된 현대사회를 향해 던지는 화두처럼 보인다. 몸을 밖으로 끄집어내 그림이 더 이상 허구에 찬 가상이 아니라, 마치 우리 신체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내동댕이칠 수도 있는 사물덩어리로 바꿔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낯설게 만들어 놓았다. 의식화되고 있는 현대의 서구적 문명에 반발하듯 가장 원초적인 몸으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조차 증발해버린 동물적 욕망이 꿈틀거리는 그의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가는 과정을 발견하게 한다. 가장 원초적인 몸으로 대항하고, 원초적인 몸으로 세상을 훑어보며 발가벗은 몸뚱이를 내맡기고, 인간본연의 순결하고 순정한 삶의 세계를 꿈꾸기 위한 우리현실에 대한 절망의 몸부림을 신체로 표현했다. 또한 껍데기에 불과한 아름다움은 물질적, 정신적 본질을 날카롭게 해부해 욕망 속에 허덕이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를 보여준다.




▲ 외로운십자가_판화_72.7x91cm_2018 (이미지제공:갤러리세인)


바닥화는 미술사에서도 유래가 없는 정복수만의 고유한 회화방식으로 삶의 처절한 분노와 아픔이 담긴 현실세계를 그리기 때문에 살아있는 인간의 욕망이 생생하다. 서양미술의 아류가 되느니 작가가 그릴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자 사람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70년대 후반부터 줄곧 사람 몸만을 그려왔다고 한다.

그는 “설명하기 힘들고,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고,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심리적, 종교적, 사회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분명 어떤 한계가 있는 것은 인간의 몸이다.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 진정한 인간의 초상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얼굴_하드보드지에 색연필,연필_22x21.2cm_2000 (이미지제공:갤러리세인)


그는 쓴소리도 한마디 언급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감성이 있는데 아직도 서양미술을 흉내만 낸다. 고민하고 성찰하면서 자기세계관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가 표현하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 작업을 통해 고민해야 한다. 그림은 내게 생명이고 수행이다. 화가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목수나 수행하는 중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몸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몸이 곧 자연이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김성호는 ‘아포리즘으로서의 몸의 회화’에서 “정복수의 회화 속 몸은 정신과 나눠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몸은 정신이자, 마음이다. 이성, 정신, 영혼, 몸을 모두 ‘한 덩어리로서 안은 몸’이자 주체와 타자가 상호작용하는 몸이다. 그가 그리는 몸은 이성, 정신, 영혼뿐 아니라 욕망을 가득 안은 몸이다. 욕망은 욕구와 요구처럼 결코 충족될 수 없기에, 욕망의 대상은 계속 연기되고 욕망은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 고 평했다.



▲ 하드보드지에 색연필, 연필-20.2 x 24 2003 (이미지제공:갤러리세인)


화가 정복수가 지향하는 몸 자연주의는 우리 몸이 지닌 성스러움이다. 또한 우리정신이 자연에서 자란다고 믿는 그만의 몸에 대한 종교학이다. 그는 인간의 껍데기는 그리고 싶지 않다고 향변 한다. 치장하지 않을 것이며 의식화되고 단위화 되는 서구 문명에 반발함으로써 몸으로 그림을 그리고 세상을 관찰한다고 했다.

그림은 더러운 삶의 현실에 대한 구토와 절망의 조형적 몸부림으로 인간 내면에 내재된 폭력적 진실만을 드러낼 뿐이란다. 그림은 생존을 위한 번뇌와 육체의 허망함에 대한 기록으로 고독한 인간의 심리지도라는 그는, 몸이 밥이고, 사랑이고, 종교이고, 전쟁터고, 희망이자 세상이고 우주라고 쓰면서 몸에 대한 숭고성을 내비췄다.




▲ 인생을찾는사람2 (이미지제공:갤러리세인)


갤러리세인 기획전 ‘FACE to WORKS 프로젝트 제 3탄 정복수의 몸의 극장’은 작가와 미술애호가들이

직접 작품을 두고 소통할 수 있는 신개념의 릴레이전시로 11월에 4탄 유현경, 12월에 5탄 이유미작가로 끝을 맺는다.


이 전시는 청담동 세인갤러리(청담역 10번출구)에서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초지일관 인간의 몸에 승부 거는 화가 정복수씨의 ‘몸의 극장’초대전이 열린다.
청담동 ‘갤러리세인’의 인체 주제 릴레이 기획전 ‘Face to Works’의 세 번째 주자다.
40년간 인체에 몰두해온 정복수씨의 몸 작업은 오늘의 현실에 뜻하는 바가 크다.
난 정복수씨의 작업을 몸으로 보기보다 사람으로 본다.






몸은 피조물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중심은 정신이 아니던가?
인간의 정신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표정인데,
정복수의 작품에 드러난 표정에서 인간의 양면성이나 교활함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을 보며 인간성을 잃어가는 절망적인 현실에 통분을 느낀다. 




 


몇 년 전 외딴 곳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 있는데,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마치 정형외과 병원처럼, 작업실 사방에 해체된 인체가 걸려 괴기스러움이 음습해 왔다.
팔 다리가 잘려나간 형체의 표정이 하나같이 고통스럽기보다 가증스러웠다.
마치 사악해 지는 인간의 실체를 보는 것 같았다.






이번 개인전은 ‘몸의 극장’이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발표하지 않았던 구작들과 최근에 그린 신작들을 내 놓았다.





파충류 피부처럼 보이거나, 벌레들이 구물거리는 것 같은 괴기한 몸도 있었다.
몸을 구부리거나, 하나같이 불편한 동작이었다.
다양한 표정을 가진 불구의 몸들은 각기 다른 말을 걸고 있었는데,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는 듯 했다.






전시장에는 초대작가인 정복수씨 내외와 정영숙 관장을 비롯하여
릴레이전의 선두자자 박종호, 성병희씨, 미술평론가 김성호씨,
화가 나종희, 김 구, 김재홍, 이경민, 이흥덕, 정종욱, 최경희,
함명수, 김종필, 홍선이, 홍성미씨 등 많은 분들이 모여 있었다.
전시장에 차려놓은 술상에서 목을 축이고 앉았으니,
화가 손기환씨와 사진가 정영신씨도 나타났다.






미술평론가 김성호씨가 정복수씨의 ‘몸의 극장’을 말했다.
“정복수의 회화 속 몸은 정신과 나눠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몸은 정신이자, 마음이다 이성, 정신, 영혼, 몸을 모두 ‘한 덩어리로서 안은 몸’이자
주체와 타자가 상호작용하는 몸이다. 추악한 몰골을 하고 있는 인간의 몸이란 긍정을
발현하는 장(場)으로 회화 속 몸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임을 표방한다.
결론적으로 정복수의 그로테스크적인 회화는 삶에 대한 긍정으로 충만하다”고 말했다.






긍정으로 보던 부정으로 보던 간에 인간에 대한 대수술은 이루어져야 한다.
뒤 늦게 등장한 미술평론가 윤진섭, 이태호, 김진하씨의 작품 평도 듣고 싶었으나, 욕심일 뿐이다.






뒤풀이 집으로 옮겨서야 입맛에 맞는 소주를 마실 수 있었다.
술자리 화두로 한 사람의 인격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머릿속은 온통 인간성 개조에 대한 고민이었다.
외과적 수술이 아니라 돈에 병들어가는 정신적 수술이 필요하다.
성질 같아서는 망치로 머리통을 깨부수어서라도 되돌리고 싶으나, 그럴 수는 없잖은가?
인간의 정신을 깨우칠 수 있는 전자기기로라도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정복수씨 작업노트 중 마무리 글귀 몇 줄을 곱씹었다.


 “인간의 껍데기는 그리고 싶지 않다.
나의 그림은 더러운 삶의 현실에 대한 구토와 절망의 조형적 몸부림이다.
내가 그린 몸은 밥이고, 사랑이고, 종교고, 전쟁터고, 희망이고, 세상이고, 우주다.






이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열린다. 매일 10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로 공휴일은 휴관이다.
‘갤러리세인’은 청담역10번 출구에서 가깝다. (문의전화 : 02-3474-7290)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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