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2일 아침, 컴퓨터에 달라붙어 이 것 저것 검색하는데, 마동욱씨로 부터 전화가 왔다.

지하철 서울역에 도착했다기에, 11번 출구로 나오라 했다.

아마 시위에 참여하러 온 김에, 들린 것 같았다.

사진가 마동욱씨는 엄청 바쁘게 사는 분인데, 그가 방에 앉으니 쪽방이 가득했다.
반가운 만남이지만, 대접할 건 커피밖에 없었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난 번 전시로 2천 만원이나 빚졌다고 했다.
열심히 벌면 된다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 걱정스러웠다.

어제는 '교육방송'에서 고향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프로를 방송했다는데,

몇 일 동안 고생시킨 출연료가, 달랑 20만원이란다.


마동욱씨는 참  낙천적인 삶을 산다. 살기가 힘들어도 어렵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잘 될 거라며 자기 걱정은 않고, 남 걱정부터 하는 것이다.









밥 먹긴 이른 시간이라, 동자동 공원으로 나갔다.
마침, 토요일이라 빵 얻으러 온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토요일마다 공원에서 빵을 나누어 주지만, 여기선 사진 찍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동자동 사람들보다 외지에 사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은 일찍이 자기 짐을 바닥에 놓아 대기 순서를 만들어 놓았더라.

강완우, 김진석씨는 빵 받을 생각은 않고, 공원에다 술상을 차려 놓았고...





밥 한 끼 사겠다는 마동욱씨 따라 나섰으나, 마땅한 식당이 없었다.
단골 집보다 나은 곳을 찾느라 서울역까지 따라 갔는데, 정식 일인분에 13,000원이나 했다.
‘식도락’에선 열 세 번 먹을 수 있는 돈이고, 쪽방 1층 식당에선 세 끼를 먹어도 남는 돈이었다.

덕분에 거룩한 식사는 하였으나, 맘이 편치 않았다.







블랙리스트 예술인 캠핑촌이 있는 광화문 광장으로 함께 나갔다.
캠핑 촌에서 반가운 분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는데, 모두들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땅값 비싼 서울 요지에 숙소를 만들어 놓은 이인철, 류연복, 양혜경, 이상영, 노순택씨는 피켓을 만들거나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고, 최석태, 김영중, 송경동, 박미루씨의 모습도 보였다. 다들 한 판 치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 저기 사진 찍느라 마동욱씨를 놓쳤는데, 난 동자동 주민들을 만나기로 한 남영역에 갈 시간이되어 통화만 했다.

이 날은 서울시내가 인산인해라 더 이상 만나지 못했는데, 페이스북에 고향 소식이 올라 온 것 보니, 잘 간 것 같다.








































장흥에 사는 마동욱씨를 알게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참 인정이 많은 후배다.
지난 번 정영신씨 사진전 개막식에서 찍은 사진으로 책을 만들어 보내왔다.

제작비용도 만만찮겠지만, 그 공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 보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늘 마음의 짐이 되고있다.



사진, 글 / 조문호



어제 밤을 꼬박 새워가며, 쪽방 도배를 했다.
새벽에 간신이 잠 들었는데,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인천‘무의도’를 예술 섬으로 만드는 정중근씨 였는데,
서울역 그릴에서 기다릴테니, 아침식사 하러 오라는 것이다.

잠을 더 자고 싶었으나, 한 끼라도 때우려 기어 나갔다.
설치 미술하는 최정자씨와 있었는데, 굴 짬뽕 한 그릇씩 먹어 치웠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이, 올 망년회에 인사동사람들과 멋지게 한 번 놀자는 것이다.
맛이 더 가기 전에 인사동에서 한 번 모이자는 것인데, 머리가 복잡해졌다.

확답도 못하고 돌아와 사진정리하고 있는데, 사진하는 후배 조성기가 찾아왔다.
‘눈빛 출판사’에서 만드는 사진가선 원고 전해주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데,
조금 있다 ‘수원사진축제’에 간다며 일어섰다.

오후에는 인사동에서 조준영시인과의 약속이 있었다.
인사동 ‘유목민’으로 갔더니, 조준영씨와 전활철, 김기영씨가 있었다.
좀 있으니, 김태서와 신상철씨도 들어왔다.
반가움도 잠시였고, 점심 겸 저녁을 두 그릇이나 먹어치우며,
소주 반병 마셨더니 졸음이 쏟아져, 아쉽지만 작별하고 나왔다.

인사동거리는 시꺼러웠다.
촛불을 든 국민들의 박근혜 퇴진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갑자기 잠이 확 깨어, 나도 목이 터져라 외쳤다.

“대통령도 아닌 박근혜는 내려온나! 검찰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사진, 글 / 조문호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 졌습니다.

요즘 반가운 자리를 가급적 피해, 더욱 춥게만 느껴지는 그런 날씨입니다.

그러나, 사랑하던 마누라까지 내치고 나온 놈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더 혹독한 겨울을 절감해야 합니다. 보상의 길이 있다면, 이웃들에게 조그만 힘이 되어 주는 것이지요.

처음 나올 땐 사진이 우선이었지만, 그 또한 나 자신을 위한 이율배반적인 짓이라 갈등이 생깁니다.

 

그래서 내가 들어 온 쪽방은 돌아갈 수 없는 나의 마지막 무덤이라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처음엔 일 년 쯤 작업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 갈 작정이었으나, 그 생각마저 접었거던요.

엊그제 겨울 옷가지와 당장 필요한 자료들을 챙기러 정선 집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무덤 앞에서 술 한 잔 올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한 평생 걱정만 끼친 통한의 눈물을 흘렸지요.

자주 찾아뵙지 못해도 잘 봐 달라며 부탁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작은 쪽방이지만,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정 붙여 사는 일이 더 시급합니다.

그래서, 정선에 모아 둔 오래된 전시 포스터를 몽땅 가져와, 쪽방 도배부터 할 생각입니다.

죽고 나면 쓰레기에 불과할 것을 뭐가 중요하다고, 뭉쳐 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독거의 외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 중이지요.

 

그리고 일에 대한 우선순위도 정했습니다.

캘린더에 빽빽하게 적힌 일정들을 쫓아다니다 보면, 내 일은 아무 것도 못합니다.

똥개처럼 쫓아다니며 공술 얻어 마시는 일도 이제 줄일 것입니다.

술 생각나면 주변의 노숙하는 친구들과 마시면 되니까요.

 

제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동자동에서 벌어지는 길흉사나 약속들입니다.

그러나 급하게 서둘지 않고, 차근 차근 공부하듯 배워 나갈 것입니다.


두 번째는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올 년 초에 시작한 문화알림방포스팅말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 혜택만 받게되면 더 이상 돈이 필요없겠지만,

어려움에 처한 노숙자들에게 막걸리도 사 주어야 하고, 정영신씨도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녀는 어머니 병원비에다 학비까지 마련해야 할 처지거던요.

병 주고 약 준다고 욕할지 모르지만, 나도 조그만 양심은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발 쓸데없는 추측들은 하지 마십시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조문호가 새 여자가 생겨 나갔다느니,

정영신이가 너무 쪼아 나갔다느니, 별의 별 소리가 다 들리는데,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이상 없습니다.

처음, 갑작스런 제안에 문제가 되긴 했지만, 전 정영신을 잘 알아, 내 마음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했지요.

그러나 이젠 충분히 공감대를 가져 몸은 남이지만, 마음은 늘 함께합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관습이나 규칙 따위는 지킬 사람이나 지키라는 것이지요.

기회가 된다면 멋진 데이트도 신청할 작정입니다.

 

그 외의 시간들은 내 꼴리는 대로 살 것입니다.

이 개 같은 세상, 틈만 나면 신명난 잔치판을 벌이고 싶습니다.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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