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나라에 이토록 정겨운 달동네가 살아남았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자기 것 밖에 모르는, 이 야박한 세상에 말이다.

지난 2일 정오 무렵, ‘식도락’에서 밥을 먹고, 지척에 있는 ‘동자동 사랑방'으로 갔더니,

강 호씨가 반갑게 맞으며, 커피를 타주었다.


이어서, 폐지 모우는 조인형씨가 싱글벙글 나타났다. 오늘은 돈 되는 스탠 고물을 주웠다며 자랑이 대단했다.

너무 부지런해 돈을 짭짤하게 모았지만,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인정 많은 분이다.

대개들 힘들게 돈을 모으지만, 쓸 줄 몰라 고생만 하고 돌아가시는데, 이 분은 돈을 쓸 줄 아는 현명한 분이셨다.

공원으로 올라가니, 이기영씨가 손을 흔든다. 나만 보면 사진은 언제 주냐지만, 늘 조금만 기다리라고 미룬다.

곧 라이타 돌을 실은 배가 인천항에 들어온다며 너스레를 풀곤 한다.
좀 있으니, 단감 한 자루를 사와서는 공원입구에 풀어놓았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주워가고도 남았지만, 다들 하나 밖에 가져가지 않았다.

흔한 일이라, 산 사람도 생색 내지 않고, 먹는 사람도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어 먹었다.

난 익숙하지 않아 딴 전을 피웠더니, 강 호씨가 내 손에도 하나 쥐어주었다.

그 날은 후암시장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았다. 필요한 물건들이 많아 가게들도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마침 눈에 익은 잡화상을 만났다. 이 것 저 것 고르다 보니, 가진 돈이 부족했다.

물건 하나를 내려놓았더니, 모자라는 천원은 다음에 달라며 가져가라는 것이다.

사람을 믿고, 외상으로 주는 장사가 요즘 어디 있는가?


인정으로 똘똘 뭉친 마지막 달동네, 동자동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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