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10월26일

▲조문호 사진가



서울역 건너편은 우리나라 대기업 빌딩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그 거대한 빌딩 틈으로 쪽방들이 코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옛날 사창가였던, 양동을 비롯해 동자동, 도동 에 전세 100만원에 월20만원 정도하는 한 평 남짓의 쪽방들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외롭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아내와 헤어져 동자동 쪽방 촌에 들어 온지가 한 달 가까이 되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어서다. 간단한 살림살이라 당장의 불편함은 따르지만, 맘 편하게 산다. 그러나 가장 번거로운 일이 끼니 때우는 일이었다. 이젠 얻어먹는 것도, 굶는 것도 이골 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서울역 주변의 쪽방에서 절망스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천 백명이나 되는데, 대부분 독신이었다. 아직까지 그런 집이나 방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했다. 위생이란 말 자체가 사치스럽게 들릴 정도였다.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좁은 방에 늘린 어지러운 용품들, 자칫하면 넘어질 것 같은 비좁은 계단의 거미줄 같은 전선들이 불안감을 조성했다. 좁은 쪽방에서 짐이 많아 다리를 못 펴고 주무시는 노인도 많았다. 그들의 방에 가려면, 대낮인데도 어두워 조그만 후레쉬를 지녀야 할 정도다. 그 경사진 좁은 계단을 오르다 자칫하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

대개 기초생활 수급비로 사는데, 기초생활수급비 받는 조건이 까다로워져 혜택을 못 받는 분들도 많았다. 혜택에서 비켜난 사람들이 노숙자로 전전하는 것이다. 당장 살기가 급급한데, 무슨 놈의 행정절차가 그리 복잡한가? 조그만 수입만 생겨도 수급자에서 잘려나니, 모두들 일할 생각조차 안 한다. 아니 못하게 한다.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막은 것이다. 그리고 악덕 건물주들의 횡포도 심했다. 방세는 꼬박 꼬박 받으면서 난방시간을 줄여 추위에 떨게 하거나, 집의 보수조차 하지 않고, 지자체나 봉사단체에서 해 주기만 바란다.

그렇지만,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인정 하나는 살아 꿈틀거린다. 다들 없이 살아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다. 아마 돈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인정이 살아남았을 게다. 돈이 사람을 망친다는 것을 재인식시켜 주었고, 가진 자보다 없는 자들이 더 인정이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대개들 하는 말이 ‘요즘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몸만 움직이면 무료급식도 늘려있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비로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단다. 그렇지만, 그들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 한다. 20여명이 사는 쪽방건물에 화장실이 하나뿐이니, 아침이면 곤욕을 치룬다. 그러한 육체적 고통보다 더 무서운 건 사회로 부터의 소외고 외로움이다. 다들 복에 없는 돈보다 사람 사는 정에 더 목말라 했다.

어떤 분은 귀가 어두워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셨지만, 어떤 분은 하소연하기도 했다. 자식들이 있지만, 찾지 않는다는 분도 계셨고, 죽는 날만 기다린다며 체념한 분도 계셨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한 푼이라도 생기면 가난한 자식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그게 부모의 마음일 게다.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 짝사랑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지난 추석 무렵, 동자동 쪽방에서 십 여 년 동안 사셨던 박정용(71)씨가 목메어 자살했다. 경찰이 가족을 찾아 불렀는데, 10여 년 동안 제대로 안 먹고 모은 돈이 1700만원이나 나왔다. 그런데, 가족이란 자는 돈만 챙겨가고, 시신은 두고 갔단다. 어떻게 사람 사는 도리가 짐승보다 못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가는 서울역 주변에서 죄인처럼 숨죽이고 사는 쪽방촌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자. 그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자. 다들 가난을 물려받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죄 뿐이다. 이제 날씨마저 추워지고 있다. 추위나 더위, 화재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 모두들 쪽방촌 사람들의 어려움과 마음의 상처를 다독여 주자.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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