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사랑방 공제조합'에서 마련한 ‘식도락’은 조합원들을 위한 밥집이다.

밥값 아닌 성금에 다름없는 천 원짜리 한 장을 저금통에 넣는 게 전부지만,

그 곳에는 다른 곳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따뜻한 온정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른다.

장소가 협소하여 삼 십 여명밖에 이용할 수 없지만, 아주 오붓한 밥상공동체다.

동자동에 온지 한 달 밖에 되지 않는 신참이라 깊숙이는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요즘 세상사는 공부를 다시 하듯, 많은 것을 깨우치고 있다. 사는게 이런 거라고..

식당에 오는 분들도 대개 아는 분이라, 마치 한 가족이 밥상에 모이듯, 인정스럽다.

온 가족이 빙 둘러앉아 먹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는 향수어린 정겨움으로 가득하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밥상의 행복인지, 감회가 새로웠다.

더러는 농담을 건네기도 하지만, 말 없는 눈웃음 속에 서로의 고달픈 삶을 위로한다.

요즘은 배꼽시계도 무뎌졌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생활습관에 밥 시간을 번번이 놓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밖에 이용하지 못하지만,

갈 때마다 식재료비도 되지 않는 돈을 받고 어떻게 유지가 되는지 걱정스럽다.


반찬은 몇 가지 안 되지만, 마치 집에서 먹는 것처럼 담백하고 맛깔스럽기 그지없다.

시락국이나 콩나물국도 번갈아 등장해, 술에 찌던 내장을 시원하게 풀어 주곤 한다.

그러나 천원짜리 한 장도 없거나, 그마저 아끼려 무료급식에 줄 서는 사람이 더 많은 곳이 쪽방촌이다.

다들 돈 없이 살아가지만, 사람답게 살아가는 지상의 마지막 천국이다.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