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되어도 보름달빛은 골고루 비쳐주지 않았다.
동자동 공원에서 잠깐동안 지켜 본 가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다.




허기져 먹을 것이 필요한 노인이 공원을 찾았는데,
그만 발을 헛디뎌 공원계단에서 넘어져 버렸다.
“쿠당”하는 소리와 함께 굴러 떨어져,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몸을 살펴보니, 머리에서 피가 흘렀고 붕대를 맨 팔목에서도 피가 흘렀다.
119 요원들이 달려들어 응급조치 후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으나
한사코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손사래 친다.
온 몸이 상처투성인 것으로 보아 한두 번 넘어진 것이 아닌 듯 싶다.




요양원에 계셔야 할 분이 살기위해 움직이니 수시로 넘어지는 것 같았다.
다리에 힘이 없다고 굶어 죽을 수야 없지 않은가?




머리에 부딪힌 게 염려되어, 집에 데려달라는 애원을 마다하고 병원에 이송시켰다.

병원비가 없는 노인의 걱정같은 건 구조 절차에 묻혀버렸다.
노인이 원하는 것은 약이 아니라 빵이고, 삶이 아니라 죽음이었다.




좀 있으니, 경찰차에서 술 취한 젊은이가 끌려 나왔다.
아마 술이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경찰이 공원으로 데려온 것 같았다.




대개의 노숙자나 쪽방촌 사람들이 아무 곳에나 쓰러져 자는 것은 힘이 없기 때문이다.
먹은 것이 부실하여 탈진한 상태이니 술을 조금만 마셔도 인사불성 되어 뻗어 버린다.




눈만 뜨면 고통을 잊으려 다시 술을 찾게 되고, 마시면 쓰러져 자는 일상이 반복된다.
알콜 중독자라는 낙인을 찍어 방치한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보름달님~ 이 불쌍한 사람들에게도 빛을 비쳐주소서!

사진, 글 / 조문호
























사람이 참 간사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덥다고 난리치더니, 하루아침에 춥다며 웃옷을 찾는다.


사실, 쌀쌀해지면, 술 맛 나는 계절 아니던가?
술 생각에 새꿈 공원으로 나갔더니, 여기 저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구멍가게 강재원씨는 이미 맛이 가버렸더라.
어머니 몰래 소주 몇 병을 빼돌려 놓고 허풍을 떨어댔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자락에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었다.
이남기씨의 빠진 이빨 사이로 즐거움이 넘쳐 흘렀다.






이홍렬씨는 소주파가 아니라, 주위만 맴돌았다.
내가 막걸리 한 병을 사서 자리를 만드니,
그 때야 한 잔 하시며, 옛이야기를 꺼냈다.
아마 추석명절의 쓸쓸함이 유난히 길어, 그 때가 그리운 것 같았다.






20여 년이 지난 추석 전 날, 공중화장실 청소를 하다 돈뭉치를 주웠다는 것이다.
거금 백만원이나 들어있는 쇼핑빽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그 날 청소하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코가 비틀어지게 마시고,
남은 돈은 명절 보너스 로 나누어 가졌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냐마는, 없는 사람들 적선했으니, 아마 복 받았을 거다.
그래도 혼자 챙기지 않고, 함께 나누었으니 인간적이지 않은가?
신고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도리지만, 어찌 혼자 독식하는 야박함에 비할소냐.





지난 해 동자동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린 다섯 쌍 중의 두 내외도 나와 있었다.
이기영, 홍홍임씨 내외와 김만귀, 이경희씨 내외는 찰떡궁합이다.
그 날도 두 내외가 짜장면으로 정분을 나누었는데,
김만귀씨 아들 정훈이가 동내재롱 다 부린다. 동자동의 유일한 기쁨조다.






이 날은 ‘구글 보지’로 통하는 유씨도 등장했다.
사실은, 이름보다 별명이 더 잘 기억된다. 옆에서 나누는 이야기도 그랬다.
“꼭다리 옆방이 짹짹이 방이잖아” 이름은 얼른 기억나지 않지만, 별명은 바로 나온다.
날 어떻게 부르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찍새로 불러다오.






그날의 화제는 어딜 가나 지갑 분실사고 였다.
지난 추석 전 날, 이모씨가 지갑을 분실한 모양인데, 그 일로 뒷말이 많았다.
CCTV에 줏는 사람 모습이 찍혔다며 경찰까지 개입했으나,
아무도 이씨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만큼 동내에서 인심을 잃은 것이다.






이미 술이 취해 있었는데, 인사동에서 술친구들이 날 불러 재꼈다.
인사동‘툇마루’로 자리옮겨 마시느라, 지갑에 만원짜리 한 장 달랑 남겼는데,
그마저 임자가 따로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서울역에서 지하계단을 올라가다 옆방에 사는 최완석씨를 만났는데,
구석에서 노숙자 한 사람이 손을 흔들어댔다.
자세히 보니 “소주 한 병과 김밥 한 줄이 소원”이라던 이상구씨였다.






몇 달 만에 만났는데, 얼굴도 많이 상했지만, 다리를 다쳐 목발을 옆에 두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찾길래, 한 장밖에 남지 않은 지갑을 마저 털어야 했다.
누구에게 구제 금융을 요청하던, 그건 내일 일이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든 이상구씨의 고마워하는 표정에 내일 걱정까지 사라지더라.






“돈은 돌고 도는 것이 아니던가”


사진,글 / 조문호




페이스북 친구가 된 김길석씨와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내 손이 잛아 나는 반토막만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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