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동강할미꽃 축제가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정선읍 귤암리 ‘동강생태체험학습장’에서 열렸다.

오전10시 30분부터 진행된 개막식은 정선아리랑시장 문화장터를 움직이는 MC 정춘경씨 사회로 시작되었다.





동강할미꽃축제 최완순 추진위원장의 인사와 정태규 정선군 부군수를 비롯한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지역인사들이 참여한 동강할미꽃심기도 진행되었는데, '그림바위' 김형구 관장 내외도 자리했다.

관광객이 없는 축제라 동네잔치나 마찬가지였다.





작년에는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 한 분이 정선군에 민원을 제기한 적도 있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정선터미널에서 축제장을 잇는 셔털버스를 운영해 달라는 민원과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이 먹을 수 있는 식수를 제공하라고 했으나, 바뀌지 않았다.

올해도 축제장 차림표에 작은 생수 한 병에 천원, 자판기 커피 한 잔에 천원이란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정말 한심했다. 작은 욕심이 큰 것을 잃는 걸 왜 모를까?





개막식이 끝날 무렵 최승준 정선군수와 귤암리 최연규씨가 나타났다.

손님을 맞은 최연규씨가 차려낸 음식을 보고 불평을 쏟아냈다.

손님 대접을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냐며, 잔치 집에 돼지라도 한 마리 잡아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연규씨만이 아니라 귤암리 어른 대부분이 불만이 많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욕먹기 싫어 입 다물고 있을 뿐이다.

‘인심좋은 귤암리’란 말은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나 역시, 문제를 떠 벌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어차피 외지인이 없는 지역잔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동네잔치라도 잘 하도록 돕는 수밖에 없다.

그 대신 동강할미꽃 축제에 외지인을 끌어들이는 홍보는 일체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귤암리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함께 동강할미꽃을 만날 수 있는 삼월 하순경의 귤암리 여행은 적극 추천한다.





정선 ‘동강할미꽃’은 동강 유역의 석회질 바위틈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종이다.

다른 할미꽃과는 달리 절벽의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며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는 것이 특징이다.

하얀 솜털이 아름다운 순수한 자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동강 할미꽃의 신비와 자연의 경이로움만으로도 행복한 봄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동강할미꽃이 필 시기만 되면 전국에서 아마추어 사진인들이 몰려든다.

처음에는 꽃에 물을 뿌리거나, 꽃을 감싸는 마른 잎을 제거하는 등, 꽃이 견디지 못하도록 위해를 가했다.

이젠 그런 일이 사라졌는데도 일부 방문자가 올린 글을 보니, 아직까지 그런일이 벌어지는 것 처럼 적어놓았다.




 


그래서 동강할미꽃 훼손에 대한 지난 이야기를 다시 언급하려 한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 동강할미꽃 축제에 초대 전시된 야생화 사진가 김모씨 사진이 불씨가 되었다.

물을 뿌려 이슬처럼 보이게 하거나 마른 잎을 뜯어내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인공조명까지 비춘 사진이 있었다.

아마추어 사진인들을 지도하고, 들꽃 사진을 심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런 사진을 보고, 그 사진이 좋은 사진으로 생각하니 아마추어 사진인들이 답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15년 동강할미꽃 축제에 초대 전시된 야생화사진 전문가 김모씨의 사진, 꽃잎에 물방울이 맺혀있다. 



결국 야생화사진 전문가라는 사람조차 생태사진의 가치를 제대로 모른다는 말이다.

동강할미꽃은 햇볕이 들어 따뜻해져야 꽃 봉우리를 피우니 이슬이 맺힐 수가 없고, 사진처럼 마른 풀이 없을 수가 없다.



2015년 동강할미꽃 축제에 초대 전시된 야생화사진 전문가 김모씨의 사진, 옆에서 인공조명을 비춘 흔적이 역역하다.



생태사진이란 꽃의 습성이나 자연적인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왜 모를까?

특히 동강할미꽃은 꽃송이만 크로즈업 하는 것보다 높은 벼랑에 피는 주변 환경이 나타나야 가치가 있다.

 


 88년 4월 최초로 동강할미꽃을 찍은 이석필사진, 주변환경이 잘 나타났다



그래서 작심하고 전시된 사진을 문제 삼은 것이다.

‘서울문화투데이’ 칼럼과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에 “수난 당하는 동강할미꽃‘이란 제목으로 내막을 샅샅이 까발린 것이다.

당사자인 김모씨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밖에 없지만, 공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 당시 야생화를 찍는 엄청난 수의 아마추어 사진인들이 블로그에 접속하는 등 파문을 일으켰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부터 동강할미꽃의 수난이 수그러들었다.





결정적인 것은 생태사진에는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사진이 좋지 않은 사진이란 것을 아마추어 사진인 스스로 깨달았다는 점이다.

문제는 야생화를 찍어 달력을 만들어 팔거나 사진원고를 팔아서 사는 야생화 사진가 김모씨의 사진계 위상은 물론

상업행위에 따른 수익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그 일로 명예혜손으로 나를 고소한 지가 일 년이나 되었으나,  법원에서 아직까지 감감소식이다.



13회 동강할미꽃 축제장에 전시되어 있었으나, 누가 그린 그림인지 작가를 밝히지 않았다.



동강할미꽃이 슬픈 꽃인지, 수난이 너무 많다.


“할미야 할미야 벼랑에 핀 할미야

죽은 울 엄마 그립게 하는 동강가에 할미야“



사진, 글 / 조문호
















 

                                                                                           -벼랑에 피어난 동갈할미꽃-

 

 

조양강 산내울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들에는 들풀이 하나 둘 새순을 돋우고, 강가에는 버들강아지의 하얀 솜털이 하늘거린다.

산내울에 따뜻한 봄기운이 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게 있다.

뼝대를 수놓는 동강할미꽃 따라 방방 곡곡에서 사진인들이 찾아 온다.

 꽃이 피면 벌 나비가  날아들 듯  카메라가 몰려드는 것이다.

                                            그런데 꽃만 찍지, 아프게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제발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 줘~”

 

                                                                        -밭과 숲이 어우러진 상귤화 마을, 숲을 감싸는 운해가 신비롭다.-

                                                                                -고목 한그루가 마치 만지산을 지키는 파수꾼같다.-

                                                                                 -구름에 휘감겨 봉우리만 드러낸 만지산 수리봉-

-하귤화마을에서 내려다 본 풍경, 다리를 건너가면 만지골과 옷바우골이 나온다.-

                    -병방치에서 내려다 본 '열두절여울'. 한반도 지형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북평에 있는 한반도지형을 착각했거나 뭔가 잘 못 본 모양이다.-

 

 

귤암리는 귤화(橘花)와 의암(衣岩)에서 한자씩 따서 지었다지만, 옛 이름은 "산내울" 또는 "귤꽃마을"이었다.

마을 이름만 정겨운 것이 아니라 마을 주변을 감싸는 자연 경관들은 보는 사람을 무아지경으로 이끈다.

휘도는 물굽이가 거대한 자궁같은 '열 두절 여울'은 이미 병방치전망대로 인해 정선의 명물이 된지 오래다.

 

깎아지른 절벽과 조양강을 양쪽으로 거느리고 걷다보면 마치 무릉도원을 거니는 듯 한데,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수리봉의 위용에 그만 압도된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뼝대도 아름답지만, 강물에 비친 검 붉은 돌 그림에 현혹되어 자칫 강물에 빠질까 염려된다.

 

조양강에서 동강으로 조용히 흐르던 물길은 가리탄 여울에서 휘말리게 되는데, 물길이 험난해 물소리도 우렁차다.

옛날 이곳을 내려가던 뗏목이 여울 밑의 바위에 걸려 애를 먹던 곳이기도 하다.

그 옆 수리봉 자락에는 ’코클베리‘라 불리는 뼝대도 있다.

바위가 뚫려 움푹 들어간 모양이 옛날 화전민 가옥의 벽난로였던 ’코클‘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을 따라 내려 오다보면 ‘인심 좋은 마을 귤암리라고 새긴 입석을 만나게 된다.

동강할미꽃 마을로 더 많이 알려진 이곳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많아 장수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마을 곳곳에는 산비탈을 깎아 만든 흙 반, 돌 반의 밭과 푸른 소나무 군락이 어울려 산골마을의 정겨운 운치가 느껴진다.

 

수리봉 아래 자리 잡은 상귤화 마을 길옆으로 고인돌 하나가 놓여 있고, 그 밖에도 마을과 강변에 두 개의 고인돌이 더 있다.

이는 청동기 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정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뾰족한  수리봉이 강물에 비치어 대칭을 이루고 있다.-

          -온갖 야생화가 피어있는 강 언덕의 풀숲이 아름답다. -

-일교차가 심한 날이면 하귤화 강변에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1960년대 까지만 해도 정선 읍내로 가려면 병방산을 넘어 다니거나 광하리에서 오가는 나룻배를 타고 다녔다.

험준한 고갯길 병병이재는 옛날 귤암리 주민들이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던 통로였으나

지금은 아리랑재 올레길로 조성되어 강원 명품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 도로는 새마을 운동이 시작된 1969년부터 주민들이 강 옆 가파른 절벽을 망치와 정으로 깨가면서 만든 것이라 한다.

 

하귤화마을에서 내려다보면 강 건너편으로 유료캠핑장(옛 귤암분교)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가면 만지골이 나오고 좁은 길 따라 곧장 가면 옷바우(衣岩) 마을에 이른다.

골짜기로 오르다 보면 개울가에 7미터쯤 되는 긴 바위가 드러누워 있는데, 이것이 정선의 유명한 전설 가운데 하나인 ‘옷바우’다.

 옛날 사람들이 이 바위에 무명옷을 해 입혀 부자가 되었다는데, 소원을 빌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동강할미꽃 축제가 열릴 때면 마을사람들이 이곳에서 제례를 올린다.

 

그리고 하귤화 마을에는 어미의 주검을 거두어 함께 죽은 효자 강아지의 설화가 남은 개바우도 있다.

 

 

                                                                                          -도라지꽃으로 뒤덮인 상귤화 강변-

-눈 내린 겨울 강변의 풍경은 더 아름답다-

                                                             -푸른 강물과 단풍이 어우러진 기우산자락, 강따라 난 길이 귤암리 가는 길이다.-

                                위 사진 석 장은 1999년 '한국환경사진가회'에서 발행한 아우라지 물길따라 2백리 "동강"환경사진집에 수록된 사진이다.

 

 -본 탐사작업 때 숲에가린 병방치 전망대가 발견되어 열두절여울의 전경이 공개되었으며, 

                                                 88년 최초로 촬영된 이석필씨의 동강할미꽃을 비롯해, 동강자연생태계가 대부분 수록되어 있다-

 

 

 

이 천혜의 자연경관에 둘러싸인 귤암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며 주변에 새로운 레저시설이 속속 생겨난다.

병방산에서 내려오는 짚와이어 하강장에는 동강생태체험학습장이 조성되어 있다.

넓게 펼쳐진 동강생태체험학습장은 야생화, 수목, 습지, 동물 등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자연박물관이다.

마사토길 맨발걷기 체험장, 청정 생태를 전달하는 애니메이션 상영관, 석회암 동굴 지대, 뗏목 체험장, 자전거라이딩 체험장,

생태계 체험장, 동강생태지도를 나타낸 공간 등 다양한 시설들이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 병방치에서 동강생태체험학습장으로 짚와이어가 내려와 있다.-

                                                                              -동강생태체험학습장 연못에 오리들이 노닐고 있다.-

                                                                                       -동강생태체험학습장의 토끼사육장이다.-

                                                                            -원두막이 기다리고 있는 동강체험학습장의 숲길, -

                                                                                           - 동강생태체험학습장의  체험관 전경-

                                                                                           -생태계 체험을 즐기는 어린이들-

                                                                                        -영상을 보아가며 뗏목체험을 하고 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많다.-

                                                                            -박쥐를 비롯해 동굴속에 서식하는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한번 타면 내려 올 줄 모르는 자전거라이딩 체험장-

 

 

하귤화 마을에는 무료로 운영하는 ‘동강숲속갤러리’가 조성되어 있지만, 아무도 찾지않는 곳일 뿐이다.

그 위에서 조망하는 조양강 풍경이야 일품이지만, 설치된 조형물들이 유치하다.

왜 이 좋은 자연경관에다 쓸데없는 것들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토목공사를 많이 벌여야 남는 장사인지 몰라도

결국은 국민들의 혈세낭비일 뿐이다. 문제는 관리하는 사람도, 관광객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 착공하게 될 병방치 ‘아리힐스 조성사업’에는 친환경펜션, 로프웨이, 동강 자전거 탐방 시스템 구축,

수목원, 동강녹색 모험의 숲, 맹꽁이 습지공원 등이 조성될 계획이라고 한다.

너무 급박하고 무질서한 개발로 천혜의 비경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천혜의 비경이 변하기 전에 빨리 구경해야 될 것 같다.

 

찾아 가는 길은 평창에서 정선가는 42번 국도로 가다 광석교를 지나 오른쪽 강변길로 따라 내려가면 된다.

 

 

 

                                  -아래 사진들이 하귤화마을에 있는 ‘동강숲속갤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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