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영신씨와 울산에 급히 갈 일이 생겼다.
울산 인근의 장터를 여러차례 돌아보았으나, 가보지 않은 장이 있다는 것이다.
전국 오일장 목록을 뒤져봐도, 울산 오세필씨가 말해 준 ‘덕신장’은 없었다.
정영신씨가 그 장을 보기 위해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오세필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기가 이사장으로 있는 장애인 학교 ‘태연학원’에서 행사가 있다는 것이다.
기와 장인인 그가 전통 기와 전승에만 힘쓰는 줄 알았는데, 사회봉사 활동에 관여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평소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좋은 일을 하면서도 떠벌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마침 행사 있는 날이 덕신 장날이라 님도 보고 뽕도 딸 겸 찾아 나선 것이다.






'태연학원'에서 주관하는 중증장애인 채용카페인 ‘I got everything' 울산시청점 개소식은

오후2시부터 울산시청 제2별관 광장에서 열린다고 했다.





새벽 일찍 출발하여 덕신장부터 들렸는데, 덕신장은 사라졌다 다시 생긴 오래된 장이었다.
신도시가 생기며 자연스레 다시 형성되었다는데, 오일장 목록에 빠진 이유를 알겠더라.






장터 한 가운데 '동남마트;란 대형 활인매장이 있었으나, 시골 할머니들이 펼쳐놓은 난장은 비슷했다.

쑥과 달래, 냉이, 씀바귀 등 갖가지 봄나물들이 장터를 수놓아, 완연한 봄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지역 장돌뱅이들은 봉고차를 개조해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바둑을 두는 등 다양하게 활용했다.






오세필씨가 미리 예약해 두었다는 '온산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었는데, 난생 처음 보는 고삐리회가 나왔다.

귀한 상어회라는데, 아나고 회와 비슷하나 뼈가 좀 더세었다.





식사 후, 중증장애인 채용카페 개소식이 열리는 울산시청으로 갔더니, 행사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주관하는 (사)태연학원 오세필 이사장과 김병호 교장을 비롯하여, 송철호 울산시장, 울산시의회 황세영의장,

노옥희 교육감 ‘한국장애인개발원’ 최경숙원장, ‘장애인총연합회’ 오인규회장 등의 인사들이 참석하였고,

1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시청별관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새롭게 문을 여는 이 카페는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중증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국 공공기관 건물과 민간기업 사옥 등에 마련한 중증장애인 채용을 위한 매장이었다.
정부세종청사에 1호점을 개점한 후 이번에 문을 연 울산시청점 등 전국 37개 매장에

130여 명의 장애인들이 채용되어 일한다고 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실내장식과 기자재 등을 지원하고,

울산시에서 민원실내 카페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태연학원’에서 위탁운영하는 시스템이었다.
월요일 오전9시부터 금요일 오후6시까지 총 7명이 2교대로 근무하는데, 판매 품목은 커피와 빵, 음료였다.

카페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장애 근로자의 인건비와 카페 운영비로 사용한다고 한다.






새로이 일자리를 마련한 장애자 점원들의 의욕 넘치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김정용, 한양현씨 등 반가운 분도 여럿 만났다. 가장 귀여운 것은 오세필 이사장의 두 외손녀였다.

엄마 따라 왔겠지만, 덩달아 좋아하고 있었다, 손녀 사랑이 절로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송철호 울산시장의 부인이 그날 오전 목욕탕에서 넘어져 많이 다쳤다고 했다.

병원에서 수술 받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행사장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손님을 맞아야 하는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집 안 일보다 공익을 먼저 챙겨야 하는 공인이란 자리도 결코 녹녹치 않았다.






행사를 끝낸 후 울산의 대표적 선사시대 유적지인 반구대 암각화를 찾았다.

가는 도중에 비가 내려 사진 찍기는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 도착하니 다시 햇볕이 드는 행운을 만났다.






석양이 비친 반구대 계곡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에 빠져 있는데, 오세필씨가 그 곳까지 찾아 왔더라.

그 곳은 30여년 전, 오세필씨와 축제에 참여한 추억의 장소였다.

당시 울산 앰비씨 편성부장으로 있던 홍수진씨와 오세필씨가 주선하여 축제를 개최한 것이다.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가 반구대에 울려 퍼진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갑자기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난 홍수진씨가 보고 싶어졌다.

세상 하직할 것을 애견이나 한 듯 '내노래는 잠들지 않는다'는 시집을 출판한 적도 있다.

시 뿐 아니라 미술 연극, 음악 등 예능에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인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 버렸다.

좋은 사람만 일찍 데려가는 것을 보니, 천국이 좋긴 좋은 곳인가 보다.






오세필씨의 안내로 다양한 기하하적 문양이 새겨진 천전리 각석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암각화 주변에 있는 공룡발자국 화석을 보며 태고의 신비도 느꼈다. 
공룡 발자욱을 찍고나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세필씨를 따라 언양 '협동'고깃접에 갔는데, 소고기 암창살이 입에서 살살 녹았다.

내 평생 그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 먹어보지만, 고기만으로 배를 채웠다는 것도 처음이었다.

오세필씨 이야기로는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안창살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부위에서 나오는 량이 워낙 적어 이 식당도 누구에게나 진짜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언양이 불고기로 유명한 것은 옛날부터 전국의 좋은 고기는 모두 언양으로 몰렸다고 했다.

고기를 유통시키는 언양 사람들의 고기 판별력이 유별나다는 것이다.





오세필씨 덕분에 맛있는 고기로 포식하고 잠은 무인텔에서 자는 호강을 했다.

그런데, 촌놈이 그 좋은 무인텔을 사용할 줄을 몰라 추위에 떨며 선잠을 자야했고,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할 핸드폰 충전도 못했다.

아무래도 장돌뱅이는 싸구려 여인숙이 제격인 것 같더라.





어렵사리 울산까지 갔으면 하루 이틀 더 체류하면 좋으련만, 곧 바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오후1시에 열릴 동자동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정기총회에 가야 했다.

안 가도 그만이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주민들을 만나 볼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평생을 자유롭게 살아왔는데, 말년이 왜이리 바쁜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오세필씨가 맡게 된 장애인학교 '태연학원'이 장애인들의 큰 빛이 되길 기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