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프렛 표지에 실린 찬조출품작 

김정일 /120cm x 85cm Achival pigment print 2018

 

 

‘안국동 '밝은 방’은 사진가 한정식선생께서 몇 년 전 사용한 작업실이다.

2016년 제자 김정일씨가 ‘밝은 방’에서 개강한 사진아카데미에,

후배들이 한정식선생께서 추구한 ‘고요’를 모티브로 창작의 길을 모색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 ‘존재는 고요하다’전이 지난 29일부터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렸다.

 

노재학 / 사진을 찍는다 / 120cm x 80cm Achival pigment print 2016

 

 

이 전시는 노재학, 박설림, 장성자, 조헌윤씨가 참여하고,

김정일씨가 찬조 출품한 23점으로 구성되었는데,

원로사진가 한정식 선생 ‘고요’의 모방일 수도 있고 오마주이기도 하다.

다양한 시도를 통한 ‘고요’에 대한 나름대로의 탐색전이라 할 수 있다.

 

노재학 / 사진을 찍는다 / 150cm x 100cm Achival pigment print 2016

 

 

한 선생은 70년대 ‘나무’에서부터 2000년대 이후의 ‘고요’ 연작에 이르기까지

오 십 여년을 사진의 추상성에 집착해 온 분이다.

선생의 성함에도 고요할 정“靜”자가 들어 있지만, 가히 스님 못지않은 불가와의 인연도 깊다.

 

박설림 / 규정되지 않은 사물을 추상하다 / 120cm x 80cm Achival pigment print 2018

 

 

“이게 선(禪)의 경지구나”라고 느껴질 정도의 시적 감수성과

불가의 초월적인 명상세계가 합쳐 선생만의 독창적인 사진세계를 이룩했다.

사물이 부유하는 느낌이 일거나, 때로는 무에서 시작되어 무로 돌아가는 무위의 사상을 일깨우게도 한다.

 

조헌윤 / 틈을 비집고 시작된 존재 / 120cm x 80cm Achival pigment print 2019

 

 

이번 전시에서 한정식선생의 대표작도 함께 전시할 계획이었으나,

작품을 보관했던 수장고 화재로 불발에 끝났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뒤늦게 접했다.

 

조헌윤 / 틈을 비집고 시작된 존재 / 120cm x 80cm Achival pigment print 2019

 

 

한정식선생께서 몸이 불편해 전시장에 나올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마치 선생을 대하듯 반가운 마음이 일었는데,  빠른 쾌유와 건강을 기원한다.

'눈빛출판사'에서 선생님의 '포토에세이'를 편집하고 있다는데,

책 나올 때는 완쾌하여 인사동에서 술 한잔 올릴 수 있게 하소서!

 

장성자 / ~좋았더라 / 100cm x 56cm Achival pigment print 2017

 

 

마침 정영신씨 방에 걸린 한정식선생의 작품 ‘도갑사‘ 한 점을 대신 소개한다.

이 작품은 선생께서도 좋아하셨지만, 보면 볼수록 정적감이 느껴지는 명상적 작품이다.

절집에서 공양시간을 기다리다 안내된 방이라고 한다.

 

한정식 / 영암 월출산 도갑사 1986

 

 

이 전시는 8월4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글 / 조문호.

 

전시장에서 만난 출품작가 노재학씨

 

 

 

 

 

 

 

 

 

 

 

 




지난 22일은 은평구 동내배움터 “뽀데모스”에서 사진 공부하는 날이었다
아들 햇님이가 진행하는 공부방인데, 나더러 사진 강의 좀 해달란다.
평생 강의라고는 서너 번 밖에 하지 않았는데,
갈 때마다 죄지은 놈 청문회 끌려가듯 어쩔 수 없어 나갔을 뿐이다.




첫 강의 할 때는 얼마나 혼 줄 났는지, 그 다음부터 술의 힘을 빌었다.
술에 취하니 수강생 눈이 보이지 않아 입이 열리기는 하는데,
쌍시옷 자가 수시로 나와 나이 값을 못했다.




그런 강의 공포증이 있지만, 아들 부탁인데 어찌 거절하랴.
죄 많은 애비 마음을 알랑가 모르겠다.




걱정되어 정영신씨 까지 대동해 갔으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아들 페북을 보고 알게 된 몇몇이 오겠다고 했으나 오지 말라고 말렸다.
가보니 며느리와 손녀 하랑이까지 나와 있었는데,
사진가 노재학씨를 비롯한 몇 사람밖에 되지 않아 아주 가축적인 분위기였다.




큰 걱정은 덜었으나, 이 빠져 삭은 소리라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사진 찍지, 예술 하지 말라는 말도 했고, 멀리 가지 말고 가까운 주변을 찍으라는 말도 했다.

아들에게는 전몽각선생의 ‘윤미네’처럼 하랑이를 지속적으로 찍으라는 주문도 했다.




그런데, 강의 자료로 열장이 넘게 쳐 갔으나 눈에 보이지를 않으니 말이 연결되지 않았다.

독수리 타법으로 치느라 얼마나 고생한 자료인데...
한 시간으로 강의를 끝내고, 남은 한 시간은 정영신씨 장터 사람으로 떠 넘겨 버렸다.

하랑이 보려는 속셈도 작용했다.




하랑이는 엄마 품에서 풀려나고 싶어 몸부림 치고 있었다.
책상 의자에 세워주니 연필로 뭔가 적는 듯 끄적거렸다. 무슨 사진을 안다고...
그동안 공부할 때 마다 공부방에 나온 모양인데,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 다는 말도 있으나, 이 녀석은 일 년도 되지 않았는데...




정영신씨 강의가 끝나 헤어질 시간이 되니, 노재학씨가 맥주 한 잔 하잖다.
소주가 아니고 맥주란 말에 사양했더니, 가서 마시라며 술값을 건네주네.
염치없이 받아서는 활인마트에 들려 와인 한 병, 안심 한 팩을 사왔다.
징그러운 걱정거리 해결한 기념으로 정영신씨와 한 잔 했다.




술자리가 끝나 자리에 누웠으나, 하랑이 모습이 아른거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옛 말이 실감났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조햇님 담벼락에서 퍼 온 사진인데, 표정 하나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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