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추모문화제가 49제를 이틀 앞둔
지난 7일 저녁7시, 국회 본관 앞 잔디 광장에서 열렸다.

하늘마저 가시는 길을 밝히듯 붉게 물들였다.






‘그대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우리는 걸어갑니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날 추모문화제에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윤소하, 김종대,
추혜선의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박영선, 남인순, 맹성규 의원,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권영길, 강기갑 전 의원,
고인의 부인 김지선씨와 유족 등 1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사회를 맡은 이금희 아나운서는 무대에 올라 “이런 자리에서 사회를 보게 될 줄 몰랐다.
그러나 여전히 쉽지 않다”며 눈물을 글썽여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국회 환경미화원 김명숙씨는 “의원님은 우리를 투명 인간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우해주셨다”며 여성의 날에 늘 꽃을 선물하던 기억을 회고 했다.






노 전 의원의 오랜 정치적 동지였던 심상정 의원은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노 대표님 떠난 자리에, 마치 부재가 존재를 입증하듯
더 그윽하고 진한 노회찬의 향기가 가득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 대표님과 우리가 사랑했던 것은 이념이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이라며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유능한 정당으로 도약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정치가 불신의 대상이 아니라
내 삶을 바꾸는 희망이 되는 사회를 꼭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거대권력에 굴하지 않고 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뜻,
사회적 약자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는 진보 정치가 되어달라는 뜻,
더 크고 강한 정당이 되어달라는 그 뜻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노회찬전의원이 떠난 후로 정의당에 만명의 신입당원이 입당하였다고 한다.
그 중 한 명인 홍순태 신입당원은 당비라도 보태려는 심정으로 입당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제주에서 올라온 손세실리아 시인은 “추모를 추모하다”라는 시로 고인을 추모했고,
밴드 노랑, 416합창단, 가수 전인권, M&P챔버오케스트라가 추모공연을 했다.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추모문화재를 지켜보는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처음엔 고인의 빈 자리를 어떻게 매울 수 있을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으나,
희망의 불빛이 곳곳에서 비치기 시작했다.






입당 행렬에 발맞추어 ‘노회찬 재단’도 설립된단다.
“노회찬이 했던 정치를 '노회찬 정치'로 되살리려는, 노회찬의 삶과 꿈을 이어갈

제2, 제3의 노회찬을 양성하고 지원하겠다"는 ‘노회찬 재단' 설립 제안이

고 노회찬대표 49제에서 발표되었다.






추모문화제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심상정의원의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정치적 불신이 정점에 달한 오늘 날,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진보에 앞서 인간적인 정당이 되겠다.”는 말은
고인의 정치철학이기도 하지만, 정의당의 지향점이라 생각된다.






“노회찬 의원님!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주말마다 광화문에 나가며 오늘은 누굴 만날까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자주 만나는 분들이야 몇몇 있지만,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사람을 만난다.
그 중 가뭄에 콩 나듯 만나는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도 있다. 아들 조햇님이다.
말주변이 없어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지만, 진득하게 있을 여유도 없다.

모든 짐을 아들에게 떠넘겨, 솔직히 자식 볼 면목은 없다.
어머니와 외할머니까지 모시고 사느라 나이 사십이 넘도록 장가도 못 갔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늘 고맙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제도권에서 편안하게 살아보지 못해, 돈의 단맛은 모르고 쓴맛만 안다.
그래서 속물이 되지 않았을 거라는, 한 가닥 자위는 한다.


없는 놈이 없는 놈 심정 안다 듯, 주변의 어려움을 잘 헤아린다.
페이스 북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거나 잘 못된 관행이나 불의를 바꾸려고
일인 시위하는 사진을 볼 때마다 안쓰럽지만, 한 편으로 자랑스럽다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다.
광화문 광장에서 토요일 마다 비주류예술가들이 올바른 사회를 향한 ‘옳’퍼포먼스를 하지만,
돈과 권력이 엉켜 만들어 논 세상은 완전 개판이다.
대기업의 횡포와 각종 탈법과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과 불공정,
힘없는 소수자에 대한 멸시와 핍박이 온 나라에 만연하다.


공정한 정의사회를 만들려면 누군가는 기득권자들과 싸워야 한다.
그들과 싸우려 ‘정의당’당원이 되었다는 아들 말에, 정치에 관심 없던 나도 눈을 떴다.






지난 18일 오후5시 무렵 광화문광장에 샤드반대 집회에 갔더니,
정의당 심상정대표와 국방 전문가 김종대 의원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 쪽에는 노란색의 정의당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돌 턱에 올라 사진을 찍는데,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돌아보니 아들이었다. 정의당 깃발부대 일원으로 나와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자식 놈도 싹싹치 못해 만나도 별 말이 없다.
“욕본다”는 한마디 던지고는, 그냥 마주보기만 했다.
등짐에 넣어 둔 빵 봉지가 생각나 꺼내주었다.

먹다 남은 빵이지만, 힘내어 더 열심히 싸워주었으면 좋겠다.
빨리 박근혜를 구속시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다 같이 힘을 보태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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