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날, 인사동 ‘통인화랑’에 감성의 꽃이 피었다.

 

'통인화랑'에서 김제민, 허보리, 신수진, 이창남, 김정선,

이광호, 이만나, 한수정, 이정은씨 등 아홉 작가의

꽃 그림을 초대해 ‘화론’전을 개최한다.

 

작가들의 꽃은 과거에서 유래한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의 일부이자

회화적 지속성의 구실이며 현실의 투영이다.

 

김정선의 확대된 꽃들은 심리적인 기억을 되 뇌이게 한다.

 

이만나의 '기둥'은 두렵기도 하고 저항할 수도 없는 생명의 거대한 집합체다.

 

김제민의 그림은 무성한 잡초를 그려 식물과의 교감을 다루고 있다.

 

신수진이 추구하는 이미지는 자연의 근원적 힘에 맞닿아 있다.

그 어느 씨앗 못지않게 수많은 꽃잎과 생의 단위들을 정연하게 생산 한다.

 

이광호는 섬뜩하도록 앙증맞은 선인장 꽃 봉우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탐스러운 사과 한 바구니와 화병 속의 꽃을 그린 이정은의 정물화는

갈색고양이 한마리가 화면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이창남의 그림은 잊을 수 없는 심리적 감성이 깔려 있다.

단순한 슬픔이나 황홀감이 아니고 복합적 감수성이다.

 

한수정은 확대된 꽃과 주변부 묘사를 통해

현실과 허구의 공간을 넘나들며 우리의 시선을 기만한다

 

꽃과 잎으로 화면을 채운 허보리는 진화된 새로운 지점을 찾아 나선다.

애써 인식하지 않는 것처럼 무심하거나 무던하다.

 

계절 따라 자연에서 피어나는 꽃구경도 좋지만,

작가마다 다른 감성을 드러내는 '화론' 꽃그림은 또 다른 울림을 준다.

꽃 그림 보러 인사동 가자.

 

전시는 4월11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이 찜통 같은 날씨에 인사동의 시원한 전시장에서 작품에 푹 파묻히는 건 어떨까?
새로이 개관한 ‘이노아트스페이스‘에서는 금보성씨의 ’한글‘전이 열리고,
‘마루갤러리’에서는 이도씨의 ‘서사를 만드는 정물’전이, ‘통인화랑’에서는 김정선씨의 ‘다시 지금 여기에’전이 열린다.


 


그리고 지난 6월 개관한 '베를린미술관‘에서는 융합서예술가 양상철씨의 전시를 비롯하여

24명의 작가들이 함께하는 ’8월의 만남‘전이 기다린다.

여러 개의 전시장에서 보여주는 작품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곳곳에 마련된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몇 몇 아는 전시가 이 정도인데, 인사동 곳곳에서 열리는 좋은 전시가 얼마나 많겠는가?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 혼에 흠뻑 빠지다보면, 스스로를 충전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9일 오후 무렵, 무작정 인사동에 나갔다. 그리운 사람도 많고, 보고 싶은 작품도 많아서다.

제일 먼저 금보성씨의 전시가 열리는 이노아트스페이스부터 들렸다.



그런데, 입구에 줄지어 선 축하 화분을 보니 가슴이 답답했다.

보내 주는 화분을 어쩌겠냐마는, 이젠 쓸데없는 낭비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전시장을 답답하게도 하지만, 쓰레기가 될 화분에 작품이 파 묻혀 버린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화분 외에는 담을 수 없단 말인가?



전시장에서 심철민 관장과 초대전을 여는 금보성씨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존의 보아왔던 한글 작품과는 좀 달랐다.


 


최근에는 아리랑을 주제로 민족의 정서에 다가간 작업을 해 왔으나

이번에는 한글의 역사성과 생명성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한글에 담긴 정신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 역사성은 암각화의 상형문자를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한글 자모를 바탕으로 철판이나 동판을 부식시켜 만든 부조였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철판의 나이테 속에는 푸른 나뭇잎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철이 한글의 역사를 상징한다면 작은 나뭇잎은 생명의 탄생을 의미했다.


 

금보성씨는 금년에만 아홉 번의 개인전을 열었던, 잠시도 쉬지 않는 열혈작가다,

같은 시간에도 자하미술관에서 열리는 나랏말싸미’ 단체전을 비롯하여

외국이나 지방에서 각기 다른 전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작업에 대한 열정과 창의력은 무엇에 기인하는 것일까?


 


그는 개인 작업에만 열정을 쏟는 것이 아니라, 작가지원에도 온 힘을 아끼지 않는다.  

마치 미술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오는 819일까지 열리니, 꼭 한 번 들려보기 바란다.


 

두 번째 들린 전시는 마루갤러리’1관에서 열리는 이도씨의 서사를 만드는 정물전 이다.



작가가 그린 소재들은 사실대로 재현하기보다 화면을 이루는 계기와 연유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수확과 연결되는 시간으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그 시간은 사람의 강인한 정신을 담아 내었다.

 


작가가 보여주는 도상이 추상적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미 사유되어 정서적 이해로 얽힌 하나의 덩어리였다.

바로 정서적 운동감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사유이고 느낌이다.

단호하면서도 생략된 선들이 만들어내는 완강한 힘이 핵심이다.


 


미술평론가 강선학씨는 완만한 선, 직선이 최소화된 배분의 화면은 구성과 해체라는 자신의 어법을 보여주고,

머뭇거림 없는 단호한 선들과 색상들, 흔적은 최소의 색, 도식화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표정과 관계,

의외로 서사가 이루어지는 정물적 시선으로 인물을 구축하는 독특한 조형성 태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선이 보이는 형태의 단호한 결정, 그러나 그 단호함 밑으로 보이는 중첩된 선들의 민감한 배치, 선의 다의성이 주는 잠세적인 운동감,

대지를 밟고 선 강인함의 현재화야말로 작품을 이해하는 기항지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전시 팜프렛에 적힌 작가 프로필을 보고 약간의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수미술대전' 초대작가상 수상이라 적혀 있었는데, 그 상이 그토록 자랑스러웠던가? 

'정수미술대전'은 박근혜가 만든 '정수문화재단'에서 주는 상이 아니던가?

상이란 것 자체가 작가를 병들게도 하지만, 상에 따라서는 작가를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난, 작가주의 보다 인간주의자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인간답지 않으면 발톱에 때 만치도 여기지않는다.

여류작가 이도씨의 작품은 13일까지 열린다.


 

그리고 마루갤러리신관에서는 김동욱, 김영진, 김용식, 김주희, 김지은, 빅터조, 오재언, 왕에스더,

이우현, 이정연, 장영훈, 정현태, 제소정, 채정완, 최은서, 한민수, 허진의. 호 진 씨등 젊은 작가 18명이 함께 한

젊음 그리고 오늘전이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마루갤러리’2관에서는 세계 유일의 오가닉 그림을 그리는 황복은씨의 별이 쏟아지는 푸른 정원이 열린다,

염색기법에 의한 다양한 천들과 도자들이 어우러져 전시장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베를린미술관개관초대전으로 열리고 있는 제주의 양상철씨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서예와 회화를 융합하여 작업하는 양상철씨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장르를 해체하는 작가다. 

제주의 대표적인 작가로 나무, , . 도자 등을 이용하여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그는 과거의 서예 가치를 미래의 가치로 끌어 올린 가장 현대적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제주밀감껍질을 말려서 가루 낸 것을 석고와 풀, 아크릴로 반죽하여 바르고,

끈적이는 면 위에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붓질로 글 쓰듯이 그려 낸 작품이다.

꿈틀대는 그림의 형상들은 암각화에 새겨진 상형문자를 닮은 것도 여럿 있다



 

 필락해집'이란 작품은 '급한 붓질에 끌려 게들이 모여든다'는 뜻이다.

굵게 내려 그은 붓질이 폭포가 되었는데, 가히 붓질의 힘이 폭포를 능가하였다.

이 그림은 어릴 적 폭포 아래서 게를 잡던, 오래된 기억에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강민기, 권치규, 김기애, 김병규, 김재호, 김지영, 나인성, 남희조, 도태근, 박건재, 박찬걸, 성도형,

송미진, 송현구, 양진옥, 이성옥, 이인숙, 이창희, 이해성, 임세현, 임호영, 장수빈, 주영호, 최승애씨 등

24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8월의 만남전도 열리는데, 두 전시 모두 13일까지 열린다.


 

오는 825일까지 통인화랑에서 열리는 김정선씨의 다시 지금 여기에전도 볼만하다.


 

김정선씨는 오래된 사진 이미지를 이용하여 유화를 그려 온 작가다.

한 동안의 관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세월 동안 사진에 의한 그 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몇 장은 가지고 있을 법한 어렴풋한 형상의 사진 이미지들은 보는 이들에게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풍경이 때로는 그의 주변 친구나 가족으로 짐작되는 인물들이 화면을 메우지만,

그 것들이 누구이며 무엇이고, 어디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작품 속 인물이나 풍경들은 존재론적인 세계에서 규정되는 어떤 것이 아니며

그 어떤 의미를 위해 임무를 부여 받은 것도 아니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인물과 풍경은 그저 그렇게 자리에 있는, 즉 실존하는 어떤 것들이다.


 

기억을 살려내는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보잘 것 없는 일상의 한 부분과

그것이 우연히 망막에 맺혀 만들어내는 색채를 그만의 기억으로 그려낸다.

그 작품이 말하는 것은 무언가를 느끼고 기억하게 하는 순간의 진실이다.


 

사라져가는 자신 안의 어떤 것들을 필사적으로 구출하고 살려내기 위한 인공호흡이며 몸짓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 모든 것들을 살려내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여러분의 삶은 어떠한가? 누구를 위해, 아니 무엇을 위해 불태우고 있는가?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스스로를 충전하러 나가자.



 사진, / 조문호






















 

 

 

 






사람이 그리우면 인사동에 나간다.

어디엔들 사람이야 없을까마는 그곳에 가면 반가운 사람을 만날 것 같은 생각에서다.

그리운 사람들은 대개 세상을 떠났거나 살아 있어도 소식조차 없다.

사라져 그리운 것인가? 그리워라 사라지는 것인가?


 

어쨌든,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고 누군가가 그 자리를 다시 채울 것이다.

나 역시 다시 채워질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떠나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그리움의 보따리가 더 크지만...


 

그래도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인사동이라 눈에 익은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잘 모르는 사이라도 마음이 쉽게 통할 뿐더러, 전시가 열리는 구석구석에 예술가들이 박혀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인사동 나들이는 꼭 보아야 할 전시가 여럿 있어 작정하고 나온 것이다.


 

새로 개관한 이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금보성씨의 한글초대전이 대표적이고,

통인화랑에서 열리는 김정선씨의 다시 지금 여기에전과 마루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도전,

그리고 무엇보다도 궁금한 것은 지난 6월에 개관한 베를린미술관이었다.


 

전시관보다 무슨 전시인지가 더 중요해 미루기도 했지만, 그동안 시간이 잘 맞않았다.

마루지하에 자리 잡은 베를린 미술관은 본래 계절밥상’이 있던 자리로 엄청 넓은 공간이 아니던가?


 

그 자리에 돈 안 되는 미술관이 들어섰다는 것이 궁금하기 짝이 없었는데,

운영하는 지승룡씨를 만나 속내를 들어보고 싶었다.

돈에 중독된 야박한 세상에 예술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100여 평이 넘는 7개 층 전관을 갤러리로 만들어 운영하다

몇 년 만에 빈손 들고 나 앉은 아라아트의 김명성씨가 어찌 떠오르지 않겠는가?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재기의 몸부림에 한 가닥 기대는 걸지만...



가끔은 돈만 마약이 아니라 예술 자체도 마약이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마약이 아니라면 어찌 그 바늘구멍보다 작은 희망에 온 몸을 태울 수가 있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떠 올리며 인사동에 들어섰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랐다.

뜻밖에 만난 활로였는데, 마치 저승사자가 날 잡으러 온 것 같았다.

귀신같은 망또를 휘날리며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신창영씨가 무슨 바람이 불어 지리산에서 인사동으로 날아왔을까?

서각에 달마영혼을 불어넣는 그는 잡귀에 능한 양반인데,

지난 번 페북에서 실연의 애절함을 솔직하게 보여주어, 그 어울리지 않는 순정에 연민의 정을 느끼기도 했다.


 

저녁에 술 한 잔 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병원의 금주령이 걸려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노아트스페이스에서 초대전을 열고있는 금보성씨와 심철민 관장을 만났고,

마루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도씨의 전시를 본 후, 베를린미술관에도 들렸다.



전시장을 내려다보니 누군가 손을 흔들었는데,

초점 맞지 않는 안경을 치켜세워 보았더니, 사진가 박옥수씨 였다.

베를린 미술관지승룡대표와 제주에서 활동하는 양상철작가도 함께 있었다.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각각의 전시관에 부스 전처럼 열리고 있었는데,

먼저 입구에 전시된 양상철씨의 작품을 돌아보며 작가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 전시장은 실험정신을 실천하는 기획전 위주로 운영한다는데,
곳곳에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기도 좋았다.

작품들을 감상하며 사람도 만날 수 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 아니겠는가?


 


박옥수씨와 함께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통인화랑이었다.

전시작가인 김정선씨는 자리에 없었으나, 이계선 통인화랑관장을 만났다.


 

박옥수씨가 시간이 이르기는 하지만, 어디 가서 저녁식사라도 하자고 했다.

가까이 있는 툇마루에서 된장비빔밥에 빈대떡까지 시켰으나, 술은 마실 수가 없었다.

내가 병원 의사 말을 잘 들어서가 아니라, 박옥수씨가 평생 술과 담을 쌓고 사는 분이기 때문이다.



인사동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돌아가신 심우성선생과 사경을 헤매고 계시는 강민선생 이야기가 나왔다.

심우성선생과는 살아 생전 각별한 사이기도 했지만, 강민선생은 주부생활편집장으로 계실 때 여러 차례 뵌 적이 있다고 한다.


 

인사동 터줏대감이 한 분 두 분 떠나가는 빈자리의 쓸쓸함이 밀려왔다.

마침 오늘의 인사동을 대변하는듯한 작품이 떠올랐다.



베를린미술관에서 보았던 양상철씨의 오구동행이란 작품이었다.

가까웠던 친구들이 떠나버려 빈자리가 많아졌다는 그 쓸쓸한 식탁이

오늘의 인사동을 말하는 시어처럼 머리에 내려 꽂혔다.

 

사진, / 조문호




















 

 

 


다시 지금 여기에

김정선展 / KIMJUNGSUN / 金廷宣 / painting
2019_0807 ▶︎ 2019_0825 / 화요일 휴관


김정선_핑크뮬리 사이로 부는 바람1 swaying Pink Muhly Grass in the breeze1_리넨에 유채_34×53cm_201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60330f | 김정선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9_0807_수요일_05:00pm


후원 / 통인가게_통인인터내셔날무빙_통인안전보관(주)

관람시간 / 10:30am∼06:30pm / 화요일 휴관



통인화랑

TONGI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2(관훈동 16번지) 통인빌딩 5층

Tel. +82.(0)2.733.4867

www.tongingallery.com



Right here, right now .. 한 장의 사진, 그리고 기억들 ● 우리는 모두 그리운 무엇인가가, 누군가가 있다. 때때로 그것들이 실제로 어떠했는지, 어떠한 사건이었는지 그 실체는 알지 못한 채 그저 아름다웠던 한 조각의 기억으로 또는 가슴 저미는 아련한 어떤 것으로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 작가 김정선은 근 20여 년간 계속해서 오래된 사진 이미지를 이용한 유화작품을 내놓고 있다. 한 동안의 관심이라고 하기 에는 너무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사진을 가지고 그 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누구나 몇 장은 가지고 있을 법한 사진들을 어렴풋한 형상으로 그려놓은 작품들은 보는 이들에게 아련한 자신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풍경이. 때로는 그의 주변 친구나 가족이라고 짐작되는 인물들의 사진 이미지들이 갤러리 안을 가득 채우지만 이제는 그 것들이 진정 누구였는지, 어느 장소의 어느 나무였는지는 더 이상 중요치 않아 보인다. ● 김정선의 작품 속 인물이나 풍경들은 존재론적인 세계에서 규정되는 어떤 것도 아니며 그 어떤 의미를 위한 임무를 부여 받은 것도 아니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인물들과 풍경은 '그저 그렇게 있는 것이다.' 즉, 실존하는 어떤 것들이다. 마치 작가 김 아무개가 누구누구고 어떤 사람이고 어느 집 둘째 딸이고 가 아니라 그저 '정선아!' 하고 부르면 마음속에 느껴지는 무엇인가처럼 말이다. 아무 설명도 없이 그리고 심지어는 그것이 지금 현재 생명이 붙어있는지도 중요하지 않은 채 그저 '누구야!' 또는 '아! 그 꽃!'할 때의 그 느낌처럼 말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보는 이에게 자신의 보편적인 기억을 살려낼 수 있는 자유를 선사했는지도 모른다. ● 그녀의 작품은 설명적이거나 구체적인 구조를 가지지 않는다. 바로 그녀의 세계가 주관적인 관념적 세계에 국한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미지 뒤에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이 여전히 자리를 찾지 못하는 고독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느껴지는 까닭도 다소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작품 속 공간과 작가 자신이 현재 자리 잡은 이 공간은 이 만큼 벌어져 있고 작가 자신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 김정선의 작품이 그 간 아름다운 기억에 대해 말하고 있음에도 외로움과 소외라는 정서를 함께 전해주는 것은 그 틈으로 인해 방황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기 때문이다. 마이클 화이트(Michael White)는 '말하는 것으로부터 이미 말해진 것 구출하기(Rescuing the said from the saying of it)'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 의미를 구출(rescuing)하는 것이 그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며 그의 세계를 다시 조망하는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구출해 내기 이전의 그것들은 죽어간다고 비명을 지르지는 않지만 그저 지나쳐 버려질 뿐이다. ● 김정선의 작업은 사라져가는 자신 안의 어떤 것들을 필사적으로 구출하고 살려내기 위한 인공호흡의 행위이자 제스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없어져도 신경 쓰지 않을 모든 것들을 그녀는 필사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김정선_구름 뒤 햇살 silver lining_리넨에 유채_33×24cm_2019

김정선_물수제비 ducks and drakes_리넨에 유채_130×97cm_2019

김정선_배꽃2 pear blossom2_리넨에 유채_130×97cm_2016


망각의 공간에서 현존의 자리로 ● 작가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작업의 과정을 왜 오랫동안 놓지 못하는가에 대해 자문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선의 작업의 목적은 계속되는 삶과 죽음, 그리고 현존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때 삶이었던 것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다시 살려냄과 기억해냄, 죽음과 삶이 인생의 클라이맥스나 끝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고 보았던 프로이트의 명제에서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게 의미와 삶을 구출해 내는 그녀의 행위는 작가의 삶의 모습이자 예술가로서의 자세였다. ● 그들의 삶은 죽음과 나란히 있음으로 해서 다시 살아 날 수 있음이며 그 생의 기간 동안 더 생생하게 살아 있을 수 있음을 그녀는 그려낸다. 심지어는 그녀 자신이 그 인물들을 다시 흐려버림으로써 죽음에 가깝게 만들어 버리는 한 이 있어도 그것이 기억되고 있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 철학자 카트린 말라부(Catherine Malabou)는 이렇게 덧붙였다. "모든 생명체의 존재의 목적은 죽음이다. 그러나 이 반복적 행위를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반복 속에 우리가 잠시 살다가 가는 것이다." 김정선의 작품은 이 반복적인 죽음과 삶의 명제 앞에 얼마나 우리가 무기력한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얼마나 처절하게 그를 구하려고 애쓰는 가를 보여 주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그녀가 옛 사진을 꺼내는 대신 작업실에 오는 길에 밟히는 민들레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사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기법 상으로는 비슷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지만 작가의 작업 인생에서 큰 변화라고 보여 진다. 관념 속 공간을 헤매던 작가가 드디어 발 밑에 있는 잡초와 같은 노란 꽃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허공 속에서 망각의 뒤편으로 사라져 가는 어떤 것들을 가지고 씨름하던 작가가 문득 '지금 이 순간' 발 밑에 있는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그녀에게 있어서 삶과 죽음, 그리고 살려냄은 관념의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고통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또 다시 망각의 뒤편으로 사라져 갈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작가의 눈앞에서 시선을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 의식적인 시선이 아니라 우연한 발견으로 선택된 민들레의 노랑이 화면 위에서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이 순간의 진실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갑자기 크고 화려한 무엇인가를 그려냈다면 그것은 몇 년 전 내놓았던 '불안함이 깃든 소녀들' 연작에서 그러했듯 다시금 불안의 징조를 보여준다고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 그러나 김정선은 잡초를 큰 화면에 옮겨놓음으로써 기억을 살려내는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보잘 것 없는 일상의 한 부분과 그것이 우연히 망막에 맺혀 만들어내는 색채를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보는 이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그녀는 기억 시리즈에서 여기까지 먼 길을 걸어 온 셈이다. 힘이 들지 라도 그녀의 노력과 작업은 헛되지 않은 것 같다. 그녀의 작품이 뒤에 남기는 것은 무언가를 느끼고 기억하는 이 순간의 진실이며 그의 작품 앞에 선 이들과 그것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주연


김정선_지금 여기에1 right here and right now1_리넨에 유채_112×291cm_2018~9
김정선_해운대 겨울 밤 바다 winter sea in Haeundae_리넨에 유채_130×97cm_2019
김정선_햇살아래 소녀 girl in the sun_리넨에 유채_65×53cm_2019

Right here, right now.A Photograph, and Memories ● We all miss something or someone. They stay around a corner of our heart as a piece of memory or a heartbreaking wound, with their actual existence obscured. The artist, Kim Jeong-Sun, has released oil paintings using old photograph images for about 20 years. Such extended interest in photograph images has allowed Kim to create unique images. Her paintings hazily illustrate photographs with which anyone has similar ones; therefore, viewers are reminded of distant memories. ● Filling in the gallery, her paintings show landscapes or her friends and family members. However, it doesn't seem important who they were and what were where. Kim's characters and scenes refuse to be defined in the ontological world. They also refuse to be given any missions or meanings. The characters and scenes in her paintings are being, just they are. They exist. We know Artist Kim, often not by the answers to questions like "Who are you?", "What kind of person are you?", "Do you have a brother or sister?", and "Who are your parents?". Just say her name "Jeong-Sun" and you get a feeling or an idea about her existence. Without any explanation, even without knowing whether alive or dead, every one of us can bring up our knowing of someone or something simply by crying "Hey!" or "Oh! That flower!". Her paintings let viewers to reactivate and recall common memories. ● Her works neither explain nor frame. Her artistic world has been subjective and ideological, where an artist of warm and beautiful paintings may appear to be a lonely woman wandering and looking for home. Such distance between the artistic and the real world prevents Kim from belonging to one world and keeps her wandering in-between. This wandering image of herself is mirrored in Kim's works. This is why we feel solitude and isolation even when her works show us beautiful memories. ● Michael White emphasized the importance of "rescuing the said from the saying of it." Rescuing one's meaning is extending one's life and viewing one's world. Before the rescuing, one is silently passing away and being passed by. Kim's work is desperate gestures just like resuscitation to rescue and save withering things in herself. These are already forgotten and paid no attention, but she is desperately rescuing them. ● From Space of Oblivion to Place of Existence ● Kim has asked herself why she can't stop this painful work. The purpose of her works seems related to the issue of continuous life and death, and existence: Life and death of things that were once alive, and rescuing them to remember. ● Her efforts remind us of Freud's claim that death and life can be seen not only at the end or climax of one's living but also in shadows overcastting our whole lives. Rescuing meanings and lives of withering things, Kim shows us what the life of an artist looks like. ● In her paintings, withering things come back to be alive and become more alive since their lives are in parallel with deaths. Even when she paints them into faint images around death, she tells us they are alive and remembered. ● Philosopher Catherine Malabou said, "The purpose of one's existence is death. But we don't repeat this action. Rather we live a momentary life in the repetition." Kim's works show how pathetic we are in this repeating cycle of life and death as well as how desperate we are in recuing dying lives. This exhibition shows her change: Kim starts to see dandelions on her way to the studio, instead of taking out old photographs. Although this change is an extension of her previous works in terms of techniques and styles, it shows a huge transition of her life as an artist. The wanderer in the ideological world begins to see ungraceful yellow flowers under her feet. Kim, who had wrestled in the void with things disappearing behind oblivion, just "noticed" things that exist under her own feet "right at the moment." ● She had suffered from the vanity of life, death, and rescuing in the ideological world. She had faced so many things which were eager to receive her attention before passing away into oblivion. The yellow of the dandelion, which was caught unconsciously and accidentally, glows on the canvas because it reveals the truth of this moment. If Kim had painted something huge and brilliant, that might have shown another sign of anxiety, just as her series of work "Anxious Girls" did in a few years ago. Putting the weed onto a huge canvas, Kim vividly depicts the colorful image that a trivial part of the life accidentally creates on our eyes, and continues her effort of rescuing memories. She has wandered such a long path in her series of memory that viewers can't even imagine the route. ● Though arduous, her efforts and works are fruitful. Her works leave us with the truth of this moment that is felt and remembered. ■ Juyeon Han


Vol.20190807a | 김정선展 / KIMJUNGSUN / 金廷宣 / painting





休-BODY

김정선展 / KIMJUNGSUN / 金廷鮮 / painting

2014_0917 ▶ 2014_0922

 

 

김정선_용서하소서_혼합재료_109.5×78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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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인사아트센터GANA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3층 제1특별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휴화산의 자유를 즐기다 ● 김정선은 생활 속에서 체득한 경험과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유의 세계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화가이다. 그가 작품의 명제(名題)로서 말하는 메시지들도 그러한 맥락에 근거하여 읽을 수 있으며, 일상 속에서 가슴으로 느낀 파문과 스쳐지나간 기억들, 층층이 쌓인 시간들을 시각언어로 구성해내고 있음도 발견할 수 있다.

 

 

김정선_Mother I _혼합재료_53.5×38.5cm_2013

 

김정선_Mother III _혼합재료_53.5×38.5cm_2013
 

사실 그는 화가 이전에 생활인으로서도 매우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갖추고 있으며, 규범적이면서도 밝은 언어로 주위를 즐겁게 해주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또한 성실한 아내이자 사랑하는 두 자녀의 엄마로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한 사람이기에 작품 세계 또한 정돈된 상상력으로 평온한 공간을 펼쳐 보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에는 정제(精製)된 생활의 반복에서 벗어나려는 감성적 일탈의 꿈이 도사리고 있음은 참으로 의외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안정된 일상의 충실함에 자족(自足)하면서도 끝없이 분출하는 작가적 욕구 발산이자 현실과의 충돌! 그것은 평면화 된 생활의 궤도에 적응하며 창작의 갈증을 해소해 가는 예술가의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김정선 작가 또한 그런 체계 속에서 작품을 잉태하고 때때로 세상에 내 보임으로써 원초적 작가 본능을 해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선_거룩한꿈_혼합재료_107.5×155cm_2014

 

김정선_교집합_혼합재료_77.5×53.5cm_2014

 

김정선_기다리소서_혼합재료_109×77.5cm_2014
 

빈센트 반 고호, 이중섭, 잭슨 폴록처럼 기인(奇人)의 행적을 남기고 천재성을 활화산처럼 터트리다 간 화가만이 진정한 예술가라고 할 수 없는 일이며, 예술가는 슬픔, 고독, 현실적 결핍 등을 자양분으로 해야만 한다는 고착된 사고(思考)에 강박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따라서 창조성이 새로운 시대정신의 현상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화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조적 결과물은 그의 심연에 잠재된 자기실현 욕구의 파생물이자 새로운 조형성의 제안이기도 하다. 김정선의 작품 또한 그처럼 내면에 휴화산처럼 잠재된 창작 욕구를 즐기듯 향유하다가 참을 수 없는 어느 시점에서 마그마가 용출하듯 화폭에 옮겨낸 것이며, 그가 영원히 추구하는 감성의 조형적 표출이자 모천(母川)으로 돌아가려는 연어처럼 태생적으로 갈구하는 창작의 회귀본능(回歸本能)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에 화가 김정선의 전시회에서 꿈과 현실을 공존시키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한 작가의 순수하고 청량한 예술 세계를 함께 유영(遊泳)하며 창작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 임헌혁

 

김정선_기억 I _혼합재료_39×107cm_2014

 

김정선_기억 II _혼합재료_39×107cm_2014

 

김정선_ㅅㅇㅎ_혼합재료_84×118.5cm_2014

 

 

Enjoying Freedom on a Dormant Volcano ● Jung-Sun Kim sublimates her personal experiences in life and the private world of hers in her art. The character of her work reflects such an attitude, as her work reconstructs the ripples of her heart, flashbacks from the past, and layers of time all in a visual language. ● Before being an artist, Jung-Sun Kim is the loving wife and mother of two, a role model for others who brightensup the room with her positivity. She perceives the world with a warm heart, and I was prejudiced to believe that her work will demonstrate peace withan organized imagination. However, to see a longing for an emotional escape from the stagnant routine of life in her work was rather unexpected. A clash between relief from the stability of reality and a never-ending artistic desire yearning for release! Such can be seen as the two sides of any artist who satisfies his or her thirst for creation while adapting to the flatness of ordinary days. Jung-Sun Kim also relieves her artistic instinct in such a world by giving birth to her art from time to time. ● There is no reason to label only those eccentric artists like Vincent Van Gogh, Joong-Sub Lee, or Jackson Pollock who explode in their genius as genuine artists Nor is there a reason to limit the inspirational source of artwork to the typical – sorrow, solitude, or material inadequacy. Thus, if one agrees that creativeness is the new phenomenon of this age, the creative production of each artist today is derived from a subconscious desire for self-realization and a suggests a new formation. The work of Jung-Sun Kim is also the magmatic explosion of an intuitive artistic craving thathas been drifting inside her. Furthermore, it is the formative expression of emotion, which she pursues – a rare instinct for artistic creation she was born with, just like salmon returning to their birthplace. ● From Jung-Sun Kim'exhibition, we will see her wisdom in putting reality and yearning into coexistence, as well as find pleasure and meaning from taking a look inside the innocent world of a genuine artist. ■ LIMHUNHYUK

 

 

 

Vol.20140916c | 김정선展 / KIMJUNGSUN / 金廷鮮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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