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천씨의 ‘한국의 발견’ 강원도 편이 지난 7월16일부터 30일까지 ‘스페이스22’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와의 대화가 있었던 지난 21일,  ‘눈빛출판사’와 함께해 온 사진가들이 사진전을 보러갔다.

강원도 곳곳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며, 사진전의 성과와 보완해야 할 점들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가 의외의 선언을 했다.
“앞으로는 싸움 닭 노릇 그만하고, 좋은 책 만드는데 전념하겠습니다.”
갑작스런 심경변화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잘 생각한 것 같았다.


전체 사진인들을 포용해야 할 사진출판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늘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진계을 바로 세워야한다는 이대표의 정의감이 사라진 것은 아닐 게다.

이제, 그를 대신해 사진인들이 힘을 모아 나서야 할 차례다.

참석한 분들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임재천씨 사진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성과를 격려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문제점을 지적하며 걱정하는 분도 있었다.


평생 강원도와 함께 해 온 엄상빈씨는 안타까운 점이 더 많았던 모양이다.

넓은 강원도 산하를 일 년이란 시한 아래 작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작업을 마무리할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아래 보충촬영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 해 ‘제주도’ 작업에 이어 전 국토를 기록하는 임재천씨의 ‘한국의 발견’ 프로젝트는

사전에 후원자를 모집하여, 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추진되는 작업이라,

많은 기대 속에 사진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 왔다.

전시작도 소장자인 후원자가 골란 사진인데, 전문가의 시각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대개 아름다운 풍경 위주로 골랐는데, 아무리 소장자 취향이 우선이라지만,

그에 따르다 보면 작가의 자리가 없어질 뿐더러, 작품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자연 풍경 못지않게,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삶의 자취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바라며, 모두들 축배를 들었다.


이 자리에 함께한 분은 임재천씨를 비롯하여 신임 ‘스페이스22’ 관장으로 취임한 이유홍씨, 

 ‘눈빛출판사’ 이규상씨, 사진가 엄상빈씨와 홍성인 내외, 김보섭, 김상훈, 김 원, 남 준, 한선영,

하지권, 김지연, 김봉규씨 등 열 다섯 명이었는데, 뒤늦게 성남훈, 장 숙씨도 함께했다.

글 / 조문호



















































지난 3일, 강원도 작가들의 모임으로 춘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지공 도사증 받은 지가 삼년 째 되지만, 이런 장거리 공짜는 처음 타 봤다.
춘천까지 땡전 한 푼 받지 않고 데려줘 고맙기는 했으나, 이건 아니다 싶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겠나? 그 부담을 고스란히 누가 떠안을 것인가.
노인들을 예우하는 것도 이런 식은 아니다.

남춘천역에 내려 모임이 있는 ‘보릿고개’란 식당을 찾아갔다.
그 곳에는 춘천의 황효창, 태백의 황재형, 그 외에도 최형순, 신대엽, 서숙희, 길종갑, 김용철,

고중흡, 김대영씨 등 강원도 곳곳의 환쟁이들이 모여 있었는데, 권용택, 백중기씨는 바쁘단다.

춘천으로 이렇게 몰려 던 것은 무슨 역적모의 하러 온 게 아니라 강원도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전시를 작당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평론하는 최형순씨가 혁명공약 같은 초안을 만들어 놨으니, 술 마실 일만 남았다.
주모자는 이미 전체 작품들을 받아 보았을 것이므로 술김에 한마디 했다.
“최형! 냉정해야 합니다.
나는 물론, 추진위원인 황재형씨 작품이라도 기획의도와 다르면 모두 빼야 합니다.“
자칫하면 쪽 팔리는 지역 동아리 전 꼴 됩니다.“
노파심에서 지껄인 말이지만, 알아서 잘 할 것 같았다.

‘보릿고개’ 술이 모자라서는 아니지만, 황효창 선생께서 단골집으로 가잔다.
술 취해 길종갑씨의 짐칸에 올랐더니, 나이생각도 해야 된다며 황재형씨가 끌어 내린다.
황재형씨의 차에 실려 꼬불꼬불 얼마나 갔는지 모르겠다.
전망 좋고 아담한 카페에 도착했는데, 괜 찮은 그림들이 카페 분위기를 돋구고 있었다.

사진가 김문호씨가 자기 친구라는 가게 주인도 맘에 들었다.

그리고 황송하게 베풀어 준 골초들의 흡연 자유권은 미녀소개 버금가는 고마운 일이었다.


황재형씨가 처음 태백갔을 때, 탄광에 들어간 이야기를 꺼냈다.

함께 일하던 광부들이 황재형씨를 사주나 정보부서의 프락치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뽀얀얼굴에다 고운 손으로 봐 탄광에서 일할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험악한 분위기를 간파한 황재형씨는 불알에 손톱이 안 들어갈 정도로 쫄았단다.

그 곳에서 사람하나 죽이는 게 식은 죽먹기라는데, 사고사 처리면 간단히 끝난단다.

그래서 애써 험상궂은 표정으로 쌍욕을 지껄이며 대들었는데, 그게 먹힌거라.

"아! 씨발~ 감방에서 나와 사람구실 좀 할라 했더니, 좃같은 것들이 속석이네, 한 놈만 나와봐~ 같이 죽자.."

그 말에 오해가 풀렸는지, 나중에 묻더란다. 무슨죄로 들어 갔냐기에 간통죄라 했단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집에서 술자리가 벌어져도 절대 황재형씨를 집에 데리고 가지 않더란다.

자기 마누라와 눈 맞출까바...ㅎㅎㅎ


좌우지간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로 술이 술~술~넘어갔다.

‘일품’이라는 술도 처음 마셔보았는데, 도수가 약간 높은 듯 했지만, 취중이라 그런지 꿀맛이었다.

돌아가며 십팔번을 부르고 객기를 부린 것 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취해 잠들어 버린 것이다.
깨어보니 파장인데, 지하철에 실려 갈 일이 아득했다. 공짜고 지랄이고....


사진,글 / 조문호



























 

 

 

30여년동안 전국의 522개 장을 모두 다니며 촬영한 정선의 향토작가 정영신씨가 촬영하고 글을 쓴 `전국 5일장 순례기'가 눈빛 포토에세이 제5편으로 출간됐다. 이번 책에는 태백 철암장, 동해 북평장, 고성 거진장, 삼척 도계장 등을 비롯해 전국 8도 50곳의 5일장 스토리가 담겨있다.눈빛 刊. 255쪽. 1만5,000원.

최영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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