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강원도 작가들의 모임으로 춘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지공 도사증 받은 지가 삼년 째 되지만, 이런 장거리 공짜는 처음 타 봤다.
춘천까지 땡전 한 푼 받지 않고 데려줘 고맙기는 했으나, 이건 아니다 싶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겠나? 그 부담을 고스란히 누가 떠안을 것인가.
노인들을 예우하는 것도 이런 식은 아니다.

남춘천역에 내려 모임이 있는 ‘보릿고개’란 식당을 찾아갔다.
그 곳에는 춘천의 황효창, 태백의 황재형, 그 외에도 최형순, 신대엽, 서숙희, 길종갑, 김용철,

고중흡, 김대영씨 등 강원도 곳곳의 환쟁이들이 모여 있었는데, 권용택, 백중기씨는 바쁘단다.

춘천으로 이렇게 몰려 던 것은 무슨 역적모의 하러 온 게 아니라 강원도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전시를 작당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평론하는 최형순씨가 혁명공약 같은 초안을 만들어 놨으니, 술 마실 일만 남았다.
주모자는 이미 전체 작품들을 받아 보았을 것이므로 술김에 한마디 했다.
“최형! 냉정해야 합니다.
나는 물론, 추진위원인 황재형씨 작품이라도 기획의도와 다르면 모두 빼야 합니다.“
자칫하면 쪽 팔리는 지역 동아리 전 꼴 됩니다.“
노파심에서 지껄인 말이지만, 알아서 잘 할 것 같았다.

‘보릿고개’ 술이 모자라서는 아니지만, 황효창 선생께서 단골집으로 가잔다.
술 취해 길종갑씨의 짐칸에 올랐더니, 나이생각도 해야 된다며 황재형씨가 끌어 내린다.
황재형씨의 차에 실려 꼬불꼬불 얼마나 갔는지 모르겠다.
전망 좋고 아담한 카페에 도착했는데, 괜 찮은 그림들이 카페 분위기를 돋구고 있었다.

사진가 김문호씨가 자기 친구라는 가게 주인도 맘에 들었다.

그리고 황송하게 베풀어 준 골초들의 흡연 자유권은 미녀소개 버금가는 고마운 일이었다.


황재형씨가 처음 태백갔을 때, 탄광에 들어간 이야기를 꺼냈다.

함께 일하던 광부들이 황재형씨를 사주나 정보부서의 프락치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뽀얀얼굴에다 고운 손으로 봐 탄광에서 일할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험악한 분위기를 간파한 황재형씨는 불알에 손톱이 안 들어갈 정도로 쫄았단다.

그 곳에서 사람하나 죽이는 게 식은 죽먹기라는데, 사고사 처리면 간단히 끝난단다.

그래서 애써 험상궂은 표정으로 쌍욕을 지껄이며 대들었는데, 그게 먹힌거라.

"아! 씨발~ 감방에서 나와 사람구실 좀 할라 했더니, 좃같은 것들이 속석이네, 한 놈만 나와봐~ 같이 죽자.."

그 말에 오해가 풀렸는지, 나중에 묻더란다. 무슨죄로 들어 갔냐기에 간통죄라 했단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집에서 술자리가 벌어져도 절대 황재형씨를 집에 데리고 가지 않더란다.

자기 마누라와 눈 맞출까바...ㅎㅎㅎ


좌우지간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로 술이 술~술~넘어갔다.

‘일품’이라는 술도 처음 마셔보았는데, 도수가 약간 높은 듯 했지만, 취중이라 그런지 꿀맛이었다.

돌아가며 십팔번을 부르고 객기를 부린 것 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취해 잠들어 버린 것이다.
깨어보니 파장인데, 지하철에 실려 갈 일이 아득했다. 공짜고 지랄이고....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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