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세상을 꽃피우는 고) 김기찬 선생의 대표사진선집 골목안 풍경이 출판되며,

‘Again 골목안 풍경 속으로사진전이 개막되었다.

 

지난 34일부터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리는 김기찬선생의 골목안 풍경

보면 볼수록 정겹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련한 추억을 불러 들이는 이토록 정겨운 사진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지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골목 안 풍경은 사진인 만이 아니라

그 시절을 살아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역사다.

 

더구나 권력 중심이나 가진 자들의 역사가 아니라 이름 없는 서민의 역사라 더 애착이 가고,

압축 성장에 의해 읽어버린 것들을 보여주는 터라 그 의미는 더 커다.

 

만약 김기찬 선생께서 서울의 골목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을 가정해보니, 한 순간 아찔해 진다.

그 많은 사진가들은 어디서 뭘 찍었을까?

 

35년 동안 오로지 서울의 골목풍정을 기록해 온 김기찬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 듯 십 팔년의 세월이 흘렀다.

 

모처럼 김기찬 선생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전시라 개막하기가 무섭게 찾아가 보았는데, 처음 보는 사진이 더 많았다.

그동안 골목 안 풍경 사진집을 여러 권 펴 내 대부분의 작품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진들은 어디 갔다 이제 왔을까?

 

아마 선생께서 사진을 고르며 비 컷으로 분류되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내가 보기로는 여태 선정된 사진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좋은 사진이었다.

 

바둑판을 지켜보는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이나, 강아지를 안고 뛰어가는 소녀의 모습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강아지가 가족처럼 친근한 존재임을 말해주며, 정겨움과 따뜻함까지 더해준다.

 

회초리를 들고 있는 아낙과 그 앞에서 우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사랑의 매라는 체벌이 일상화된 당시의 모습은, 지금으로서는 생각치도 못할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리어카에 달라붙어 짐을 옮기는 장면은 골목이라면 어쩔 수 없는 흔한 일이었지만,

정겨운 풍정에 가려 걱정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가파르고 계단이 많은 골목을 통해 이삿짐도 나르고, 서민의 필수품인 연탄이나 생필품을 옮기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급한 일이 생기면 소방차는 물론 구급차도 들어오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 아니던가?

 

그러한 열악한 조건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인정만은 넓은 아파트나 대궐 같은 저택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어린이들이 뛰 노는 정겨운 추억의 공간이기 이전에 서민들의 서러움이 담긴 공간이라는 것을 이 사진들이 잘 말해준다.

 

주옥같은 골목 사진들은 당시의 상황이나 애잔함을 직접 들려주는 것처럼 다정하고 생생하게 다가오며,

선생의 따사로운 온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지나치며 찍은 사진이 아니라 골목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세월에 의해 숙성된 사진이라 보면 볼수록 정겨워, 몇 차례나 돌아보았으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골목을 사랑한 김기찬 선생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간이었다.

 

그리움과 더불어 아름다운 추억이 봄 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골목 안 풍경 43일까지 열린다.

추억의 보물 창고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 조문호

 

 

정부에서 마련한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제도개선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동자동 건물주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들어보지도 못한 채 산회되고 말았다.

 

이건 명백한 공무집행방해가 아닌가?

그리고 공공주택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빈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짓밟고, 알 권리를 막은 범죄 행위에 다름 아니다.

 

여지 것 민간 개발하여 같이 살자며 알랑방귀 뀌어가며 회유할 때는 언제고, 이젠 개발안 자체를 뒤집으려고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마치 가난한 사람의 피를 더 빨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흡혈귀 같았다.

 

가난한 자들의 피만 빨아 먹는 게 아니라 마지막 남은 꿈도, 아니 빈민들의 영혼까지 말살하려는 짓거리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24일 갈월동 주민 센터에서 쪽방촌 공공주택 특별법 제도개선 내용을 설명한다는 벽보가 나붙어, 새꿈공원’으로 갔다.

봄기운이 만연한 공원에는 많은 주민들이 몰려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은 주민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장에 가기 전에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었는데,

한 마디로 열 받아 싸우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설명회 장소가 갈월동사무소에서 모르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리가 아파 잘 걷지도 못하는데, 일행 따라 통일로에 있다는 한일빌딩까지 걸어 갈 수밖에 없었다.

 

공공개발을 기어이 관철시키고 말겠다는 주민들의 결연한 의지는 발걸음도 당당했다.

 

함께한 사람은 김정호이사장을 비롯하여 선동수, 박승민, 윤용주, 김호태백광현정대철최갑일조인형김장수정재은, 전도영, 박종근씨 등

30여명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목적지인 건물입구에 당도하니, 어떤 남정네가 지켜 선 경찰들에게 괜한 시비를 걸고 있었다,

빈민도 아닌 사람이 쪽방촌 빈민 행세를 해가며 경찰출동을 나무라는 꼬락서니를 보니, 아무래도 그 날 일이 심상찮을 것 같았다.

 

활동가들이 준비해 온 현수막을 확인하는 등의 전열을 정비하여 8층 설명회장소로 올라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지주들이 동원한 것 같은 사람들이 설명회장 대부분의 좌석을 점거하여 공공개발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성토장이 되어 있었다.

 

동자동에 거주하는 땅주인 집주인이 이렇게 많은 지도 몰랐지만, 빨간 조끼를 입은 조직적인 동원이 더 웃겼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듯이, 제발 사람 망신 그만 시키고 본 모습으로 돌아가라.

 

동자동사랑방주민들도 가져 온 현수막을 붙이려 하자 현수막을 못 걸도록 고함지르며 방해했다.

아마 싸워서 난장판을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쪽방촌 빈민들은 다들 뒷자리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피켓을 들고 설명회 시작되기만 기다렸으나, 너무 시끄러워 귀를 막아야 했다.

아무도 대응하는 사람이 없으니, 쪽방 주민 행세를 하며 나타난 한 사나이가 시비를 걸어 회의장을 싸움판으로 몰아갔다.

 

갖가지 못된 짓은 다하는 걸 보니, 아마 전문 몰이꾼을 끌어들인 것 같았다. 

출동한 경찰의 제지마저 소용 없었고, 오후3시부터 시작하려던 설명회는 4시가 되어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날의 설명회는 취소되어 다음 기회로 미루어지고 말았다.

 

동자동 쪽방촌 재개발을 위한 주민모임도 세 곳이나 된다.

민간개발을 원하는 지주 모임인 동자동 주민대책위와 공공개발 밖에 방법이 없다는 지주모임 서울역공공주택주민대책위’, 그리고 쪽방 세입자들의 모임인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으로 나뉘어져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역공공주택주민대책위의 주장에 따르면 민간개발을 주장해온 동자동주민대책위측에서 2년 동안 정부의 발목만 잡고 주민 간의 갈등만 증폭시키며 지역개발은 하나도 실현한 것이 없다는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민간개발안을 신청했으나 검토과정에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었다며, 더 이상의 민간개발안은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공공개발을 하되 지주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자동주민대책위에서는 국토부에서 주관하는 설명회를 막지 못하면 공공개발이 진행될 것이라고 착각하여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리 보수정권에서 가진 자 편을 들어준다 해도 세상에는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는 것이다.

 

동자동은 다른 지역과 다른 특수성으로 공공개발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국토부에서 주관한 관변기관 미팅 역시 공공개발이다. ‘민간개발이다 를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동자동주민대책위로 인해 지연되어 온 정책의 정상적 진행과정일 뿐이라고 했다.

 

이제 더 이상 동자동공공개발을 미루거나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국토부는 당장 지구지정을 실시하여 빈민들의 걱정부터 덜게 하라.

 

사진, / 조문호

 

 

동자동 쪽방촌의 한 방문에 붙어 있는 공공주택사업 촉구 포스터.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세상읽기] 조문영 |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정부가 서울역 쪽방촌 일대에 공공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 말 지구 지정이 이뤄지고, 2022년 말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구계획 승인까지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일부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정부 계획에 반발하고 수익성이 더 높은 민간개발 전환을 요구하면서 사업은 표류 중이다. 정부 발표 2년째를 맞아 서로 다른 집회가 펼쳐졌다. 쪽방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신속한 공공주택 지구 지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면 소유주 단체는 국토부 장관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공공개발을 철회해달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개발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토론 배틀’은 학교나 언론의 단골 소재 아닌가. 실제로 내가 만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실무자는 이해관계자들의 견해를 듣는 과정이야말로 민주주의고 시민 참여라며 사업 지체에 관한 우려를 반박했다. 그러나 나는 작금의 갈등이 주거권과 재산권을 ‘배틀’ 상황에 놓는 듯해 찜찜하다. 대한민국 헌법(23조)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산권은 신성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라 “공공필요”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헌법(35조)은 또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이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모두가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는 공공의 복리와 필요에 필수적인 것으로, 특정 개인이 재산을 증식할 권리와 맞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쪽방 세입자와 소유주를 대등하게 바라보는 태도는 양자의 분명한 위계를 가린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공공주택 사업 이해관계자들에게 지난 2년은 꽤 다른 시간이었다. 애당초 동자동 바깥에 거주해온 대다수 토지·건물 소유주는 민간개발 계획안을 국토부에 거듭 제출하면서 재산증식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년 전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정비사업 추진을 대대적으로 선포했던 국토부, 서울시, 용산구, 토지주택공사는 정권이 바뀐 뒤 담당자를 수시로 바꿔가며 침묵, 외면, 발뺌을 일삼고 있다. 아무리 회귀물이 유행하는 세상이라지만 정치인·행정가마저 시대를 거슬러야 하나.

 

정부가 뒷걸음질 치고 건물주가 재개발 운운하며 쪽방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마저 포기한 사이, 쪽방 세입자들은 기다림의 무게를 고통스럽게 견뎌야 했다. 집 아닌 집에서 살아오는 동안 이미 몸이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은 2평 미만 쪽방에 갇혀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기후재난에 심각하게 휘둘렸다. 지난 2년 동안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집계로만) 쪽방 주민 60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 와중에 공공개발 취재엔 관심도 없던 기자들이 쪽방 건물의 ‘얼음계단’을 찍겠다고 동자동에 들이닥쳤다. 겨울철에 복지수급자 한두명을 수소문해 생활고를 전하는 쉰내 나는 관행이 되풀이됐다. 기후재난으로 적정 주거가 절실해진 마당에 정부는 에너지바우처라는 땜질 처방만 요란하게 시행하고, 언론은 시야를 잔뜩 좁힌 채 바우처 지원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국가가 헌법 취지에 맞게 에너지 효율을 높인 공공주택을 지으면 될 일인데.

 

지난 2년의 험로를 돌아볼 때 서울시의 행태가 가장 기이하다. 지난해 12월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토론회’가 열렸을 때, 국토부 공공택지조사과장은 “노력하겠다”는 답답한 제스처라도 보였으나 서울시 담당자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을 자체 브랜드로 앞세우고 있다. 공공개발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쪽방 주민은 서울시가 원하는 ‘약자’가 아닌 걸까. 그가 서울시가 달아준 에어컨으로 여름철 폭염을 견디고, 서울시가 제공한 긴급복지로 당장의 위기를 면했다면, 그리고 그 정도 지원에 감사할 줄 안다면, 서울시는 그한테 ‘약자’의 지위를 하사할 것이다. 관리 가능한 ‘약자’를 선별하는 작업에 더 적합한 명칭은 ‘약자와의 동행’이라기보다 ‘시민 길들이기’ 아닐까. 하지만 쉬이 길들지 않는 쪽방 주민들은 오늘도 ‘공공주택 환영’ 팻말을 들고 분주히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바우처라는 연명 치료 대신 집이라는 인권을 당당히 요구하면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있다.

사진소설 fotofiction

휘휘(현선)展 / HWIHWI / 翬輝 / photography 

2023_0217 ▶ 2023_0302 / 월요일 휴관

휘휘_대수산봉_피그먼트 프린트_60×100cm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연구소_갤러리175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175

Gallery175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3 2층

Tel. +82.(0)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한동안 꿈에서 나는 암살자가 되어 내가 미워하는 무언가를 향해 총을 쏘았다. 꿈속에서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아주 멋지고 날렵하게 총을 쏘는 나 자신의 모습만 보였다. 하지만 일어나면 무력한 상태의 나만 남아있었다. 이 무력감은 수년간 쌓여 온 것이다. 일어나면 나를 누르고 분노하게 하는 현실 속 무력한 상태의 나만 침대에 남아있다. 나의 무력감은 수년간 쌓여 온 것이다. 80년대생 청년이 가진 무력감, 패배감, 실패감은 기본, 미래에 대한 막막함 아래, 노년에는 육지에서 내려온 자본가들에게 우리의 땅을 뺏기고 반복되는 역사처럼 쫓겨날 것이라는 두려움, 4.3으로 가족이 고생한 역사가 있으니 튀는 짓은 하지 말라는 억압, 그리고 그 무엇을 열심히 해도 이 두 가지는 내가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것.

 

휘휘_목격자_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21
휘휘_제주하늘#2_피그먼트 프린트_100×60cm_2020
휘휘_시한부 마을_피그먼트 프린트_100×60cm_2023
휘휘_활주로의 북쪽_피그먼트 프린트_60×100cm_2020
휘휘_토성의 고리_슬라이드필름, 40개의 사진과 40개의 글

무엇을 창작하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기보다는 이 답답함을 스스로 뚫어내 보고자, 답답함을 표현하고자 작업을 했다. 이 가정에서 내려오는 이데올로기와 주변 환경들로 인해 나는 어느 순간 당사자는 아니지만 방관자는 될 수 없는 위치에서 객관적일 수 없는 관점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꿈에서 만난 암살자 캐릭터를 주인공을 삼고 내 주변 인물들을 가상 인물로 등장시켜 소설의 구조를 만들고, 현시대 겪고 있는 청년의 재정, 주거 등의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고향인 제주의 현 이슈인 제주 제2공항, 4.3 유가족들의 현 상황 등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다.

 

사실 같은 글을 쓰고, 거짓말 같은 연출 사진들로 소설 사진, 사진 소설이라고 불리는 무엇을 만들었다. 어떤 것이 허구이고 어떤 것이 진짜인지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유추할 수 없지만 사실 모든 게 그냥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싶다. ■ 휘휘(현선)

 

Vol.20230217a | 휘휘(현선)展 / HWIHWI / 翬輝 / photography

사진/ 정영신

30여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일하며, 생계비 보내는 원용희씨(56)

지난 해 부터 서울역주변 노숙인과 동자동 쪽방사람을 대상으로 ‘서울역전 사람들’의 입상사진을 찍고 있다.

 

밀양에서 태어나 고아처럼 떠돌다 20년만에 안착한 박희봉씨(70)

 작업 시한은 동자동 쪽방이 재개발 되는 날 까지의 기록을 책으로 엮을 것이라 서둘 것 없이 시름시름 작업하면 되는데, 지난달 예술인 협동조합인 ’스마트협동조합‘으로부터 ‘서울문화재단’에서 ‘2023년 원로예술지원금을 신청 받는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부자처럼 낙천적으로 사는 신문황씨(81세

지원액이 300만원이라 전시지원이나 출판지원이라기 보다, 살기 어려운 원로예술인들의 생계비를 보조하는 것으로 알고 신청했다.

 

노숙자의 대부로 통하는 홈리스자활센터 최성원목사(78세)

웬만한 지원금은 신청절차가 까다롭고 선정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거들떠 보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번 지원금은 나이 많은 예술가들의 생계비 보조라는 생각에 관심을 가졌는데, 번거로운 신청절차도 ’스마트협동조합‘에서 대신 해 주었다.

 

동자동의 굳은 일을 도맡아 김반장으로 통하는 김정길씨(76세)

그동안 ’스마트협동조합‘에서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많은 예술인에게 도움을 주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술인복지 사업의 여러 정보를 알아내어, 일 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 가난한 예술인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여러가지 일을 주선해 왔다.

 

쪽방에서 반세기를 살아온 동자동의 원로 이상준(79세)

우리나라의 대표적 예술단체로 꼽히는 ’예총‘과 ’민예총‘도 있지만, 여태 이권이나 자리다툼에 연연했지, 가난한 회원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온몸이 종합병원이라는 강석남씨(70세)

그동안 예술가들의 얇은 호주머니 털어가며, 회원을 위해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인가? 그들이 못하는 일을 창립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조합원4-5백 명에 불과한 예술인 협동조합에서 해 낸 것이다.

 

서울역 주변에서 생활한지 10년이 넘은 노숙인 김지은씨 (57세)

이번 ‘서울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원로예술지원금도 '스마트협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쉽게 접수할 수 있었는데, 복권 당첨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았다. 나만 운이 좋아 선정 되었지, ‘스마트협동조합’에서 신청한 많은 원로 예술인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지원 받은 극 소수의 예술가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선외로 밀려 난 많은 원로예술가의 실망감이나 자괴감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가? 그동안의 실적과 사업계획서를 어렵사리 제출했는데도 밀려났으니, 얼마나 열 받겠나? 쥐꼬리만 한 돈으로 창작을 지원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지원하는 생색만 내고 원로예술인들 엿 먹이는 처사다.

 

지난 14일,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금 교부신청 하라는 통보를 받아  '서울시민청 태평홀'로 찾아 갔다. 지정한 장소에는 대상자 40여명이 모여 있었는데, 아무리 돌아보아도 아는 예술가는 한 명도 없었다. 서울의 원로예술가가 많기야 하지만, 어찌 이토록 생소한 분만 선정되었을까? 누가 심의를 했는지, 선정한 심사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더 웃기는 일은 1시간 30분 동안 늙은이들 모아 놓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시키는데,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창작지원과 성교육이 무슨 관계가 있으며, 요즘 세상에 그 정도 모르는 늙은이가 어디 있겠나?

오래전 정관 수술하면 예비군 훈련 면제해 주던 생각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타고난 괴으름으로 꼼짝도 하기 싫다는 이정회씨(62세)

아무튼, 제 기능도 못하는 성교육 한 번 잘 받고 접수 순서대로 신청했는데, 보름 후에 세금을 공제한 금액을 입금시켜 준 단다. 그러나 300만원에 대한 사업 결과보고를 연말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말도 덧 붙였다.

 

'새꿈공원'앞에서 구멍가게 운영하는 강재원씨(65세)

나야 하던 작업을 그대로 추진하면 될 것으로 여겼으나, 연말까지 정산하려면 전시계획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작업한 사진으로 치룰 수도 있지만, 전시내용을 바꾸어야 할 사정도 생긴 것이다.

 

아름다운동행' 식권이 생겨 굶어 죽을 일은 없다는 임백수씨(68세)

얼마 전 찍은 입상 사진을 당사자에게 전해 주었더니, “이런 사진 말고 얼굴만 크게 나오도록 찍어 달라”는 것이다. 아마 방에 걸어 두었다가 영정사진으로 활용할 생각인 것 같은데, 그들 생각이 훨씬 현실적 이었다.

 

그래서 "서울역전사람들" 전시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전시하기로 했다.

1부인 "버려진 사람의 초상“은 2023년 12월20일 부터 12월26일까지다.  

 

지원받은 삼백만원이면 사진 제작비와 액자비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목적에 의한 기록성보다 당사자의 필요성이 더 중요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며칠 전부터 '서울역전사람들" 입상사진과 "버려진 사람의 초상" 작업을 병행하여 추진한다.

사회에서 버림받아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의 슬픈 초상을 통해

사람에 대한 존중감을 일깨우고 평등한 세상을 위한 외침이다.

전시가 끝난 후 본인에게 증정하게 될 초상은,

사람은 떠나도 그 사진만은 영원히 기억되는 초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원로예술가 지원사업

 

사업내용 :  ‘버려진 사람의 초상' 사진전

촬영 및 전시 작가 조문호 

촬영대상 : 동자동 쪽방촌 주민 및 서울역전에 머무는 노숙인

촬영일시 : 2023년 220일부터 12월10일까지 / 촬영인원 무제한

전시일시 : 2023년1220일부터 12월26일까지 / 전시작 50점 내외

여기, 우리가 만나는 Here, We Meet

한문순展 / HANMOONSOON / 韓文順 / photography 

2023_0206 ▶ 2023_0303 / 일,공휴일 휴관

한문순_해우-소_피그먼트 프린트_66.6×100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일,공휴일 휴관토요일_예약제

 

스페이스 mm

SPACE MM

서울 중구 을지로 12(을지로1가 50-1번지)시청지하상가 시티스타몰 새특 4-1호

Tel. +82.(0)10.7107.2244

facebook.com/spacemm1@space_mmwww.spacemm.net

 

#장면1  "존, 이번 제 전시 작품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말해줄 수 있나요?" / "자네, 내가 이전에 이라크 시인 압둘카림 카시드의 시에 대한 감상을 말해주면서 프랑스 단어인 S.D.F(일정한 주거지가 없이 떠돌아 사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해 준 것을 기억하나? 자네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S.D.F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네. 매일 매일의 삶은 있지만 그걸 둘러싸고 있는 건 공백이고, 그 공백 안에서 수백만 명의 우리는 오늘 홀로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자네 작품에서 동물들이 그런 상태로 있다는 느낌을 받았네." (존 버거,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中에서 재구성)

 

한문순_브레이크 타임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23

#장면2  "존, 그럼 제 작품의 의도를 S.D.F상태인 동물의 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계신가요?" / "자네, 내가 어려서부터 존경해 마지않아 폴란드를 사랑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로자 룩셈부르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나! 로자 룩셈부르크는 '아무리 다수라고 하더라도 특정 계층을 위한 자유는 전혀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언제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자유여야 한다. 정의라는 관념에 대한 열광 때문이 아니다. 자유가 특권이 될 때 그 효용성도 사라질 것이다'라고 하였다네. 그런 맥락에서 자네는 동물들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아르카디아의 삶을 포착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네." (존 버거, 풍경들 中에서 재구성)

 

한문순_오체투지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23

#장면3  "존, 당신은 제 작품의 의미와 가치가 '동물의 자유'에 기반한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 "자네, 내가 말했던 사진의 의미에 대한 내용을 떠올려보게. 사진은 주어진 상황에서 실행되는 인간의 선택에 대한 증거라고 했지. 사진은 이 특정한 사건, 혹은 보이는 이 특정한 대상이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진가의 선택의 결과라네. 사진은 사건 자체도 시각 능력 자체도 찬양하지 않는다네. 사진은 작가가 '나는 이것을 보는 행위가 기록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네. 결국 자네는 '이 작품이 유심히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는 작가의 믿음은, 이미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작가가 보여 주지 않기로 한 모든 것들에 비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이런 점에서 내 의견보다는 자네의 자세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나?" (존 버거, 사진의 이해 中에서 재구성)

 

한문순_파파라치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23

이번 전시 제목 『여기, 우리가 만나는』은 존 버거(John Berger)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라는 작품명을 오마주하여 지었습니다. 존 버거는 이 작품에서 각 장소마다 떠오르는,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과거의 인물들을 현재로 소환해 함께 장소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저는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경험과 기억을 특정된 장소에 투영하여 진행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해당 장소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존 버거와 함께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리스본에서 죽은 어머니와의 대화를 들으면서 저는 리스본 광장에서 맛보았던 군밤과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맛보았던 해물밥의 황홀한 식감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편, 저는 존 버거가 느낀 우울한 크라쿠프가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한껏 들뜬 활기찬 크라쿠프의 인상을, 마드리드에서는 타파스 바에서 맥주와 무료 안주를 유쾌한 현지인과 함께 즐겼던 제 행복한 경험을 존 버거에게 들려주고 싶어졌습니다.

 

한문순_사생활침해_피그먼트 프린트_50×70cm_2023

어찌 보면, 우리는 자신만의 경험을 은밀히 간직하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도 함께 지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개인 안에서 은밀히 잠들어 있던 경험이 남들과 공유될 때, 사회적으로 변화되고 다른 이들의 경험과 결합하면서 생명력을 지닐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문순_한입만_피그먼트 프린트_50×70cm_2023

그의 작품 제목을 오마주한 것은 자신의 경험을 저와 공유함으로써 저의 개인적 경험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존 버거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원래 제목에서 굳이 '곳'을 뺀 이유는 제 작품의 관심사가 '장소'가 아님을 명확히 밝히고자 한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생명'에 대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번 전시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기획한 것입니다. '환경과 동물 보호'라는 흔하다 못해 질려버린 식상한 레토릭이 아닌, 저만의 '생명'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제 작품에 등장하는 '생명'은 제가 이제껏 대면했던 '생명'입니다. 제 작품 속 생명들을 마주하시는 시간 동안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 만났던 '생명들'을 떠올려 저의 경험과 여러분들의 에를레프니스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한문순_점핑 캣_피그먼트 프린트_50×70cm_2023

마지막으로 존 버거의 작품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면서 마칩니다. ● "네가 찾아낸 것만 쓰렴. / 제가 뭘 찾아낸 건지 끝끝내 모를 거예요. / 그래, 끝내 모를 거야. 다만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지, 그것만큼은 알아야 해. 더 이상은 그걸 혼동하는 실수를 용납할 여지가 없으니까."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中에서)  한문순

 

Vol.20230206a | 한문순展 / HANMOONSOON / 韓文順 / photography

창문 없는 쪽방은 사람 살 곳이 아니다.

햇볕 구경은커녕, 바퀴벌레나 쥐가 서식하기 좋은 구조라 사람이 살 수 없다. 죄 지은 사람이 갇혀 사는 교도소도 창 없는 감방은 없다.  벼랑에 몰린 빈민들은 창 없는 쪽방이라도 따질 겨를이 없다. 그들은 창이 있느냐 없느냐 보다 방세가 한 푼이라도 싸냐 비싸냐 부터 따지니,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창문이 있고 없음에 따라 방세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삶의 격이 달라진다.

중세 유럽에서는 창의 숫자로 세금을 매겼다니, 창이란 오래전부터 부를 가늠하는 기준이며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동자동 쪽방도 창이 있으면 26만원에서 30만원 이고, 없는 방은 20만원에서 18만원까지 방세가 달라지니 창이 바로 돈인 셈이다. 지하방이나 쪽방마저 창에 따라 삶의 등급이 나뉘는 것이다.

 

창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열고 닫는 방법에 따라 들창, 여닫이, 미닫이, 벼락닫이, 붙박이로 구분되고, 막아버리는 봉창까지 합하면 그 종류가 많기도 하다. 내가 사는 쪽방 창문은 미닫이지만, 창의 기능을 반 밖에 하지 못하는 구조다. 옆 건물의 봉제공방 창과 붙어 있어 서로의 사정을 훤히 드려다 보고 살지만, 햇볕 구경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공기는 통해 담배연기 빠져나가는 대는 아무 지장이 없다. 한 달 방세는 23만원인, 입주한지 칠년이 가깝도록 한 번도 방세는 올리지 않았다. 4층까지 오르내리기가 불편해 찾는 사람이 없는지, 관리인이 봐주는 건지 모르겠다.

 

가난한 빈민들은 창문 없는 창고 같은 골방도 감지덕지하며 살지만,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제공하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던가? 2년 전에 발표한 동자동 공공개발을 더 이상 깔아뭉개지 말고 지구지정부터 실시하라. 튀르키에 난민구제에 팔을 걷어 부치듯, 짐승처럼 살아가는 국민들의 삶도  살펴다오. 다시 한 번 조속한 동자동 공공개발을 부탁드린다.

 

"히말라야 산골 사람들은 창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하얀 설산이 내다보이는 창 하나 새로 내달고는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하루 종일 잔치를 벌인다 / 창은 신성하다. 창은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달빛과 별빛이 스며들고, 새소리 빗소리가 넘어오는 곳이다

[김홍성시인의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부분 ]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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