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트 기금마련전 'plan B를 위하여

지난 1011일부터 16일까지 인사동 57th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화가들이 나서고 예술하라‘, ’네오룩이 후원한 이 전시는

미술평론가이자 기획자인 김진하씨에게 드리는 상이자 짐이다.

 

30여 년간 '삶의 미술''비판적 형상성'을 지향하며

현장성 미술을 중시해온 나무아트의 또 다른 도약을 바라는 전시다.

 

  사실나무아트'그림마당 민'을 이은 인사동의 자존심이었다.

우리나라 민중 미술의 본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아트'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현장성 미술을 더욱 발전시켜,

사회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많은 작가가 동참한 것이다.

 

  원로급에 속한 주재환, 신학철, 김정헌화백을 비롯하여 김보중, 김상구, 김억, 김재홍,

 김주호, 김준권, 김진열, 류연복, 박진화, 손기환, 송창, 안창홍, 윤여걸,

이동환, 이인철, 이태호, 이흥덕, 장경호, 정복수, 최경선, 최병민 등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민중미술가 24명이 작품을 내 놓았다.

 

  늦장 부리다 지난 14일에서야 정동지 만나 전시장에 들리게 되었는데,

주말을 맞은 인사동과 연결된 송현동 주변에는 가을 소풍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시장에 올라가니, 우리나라 민중 미술의 원조를 만난 듯 눈에 익은 작품이 늘렸다.

 

  송현동 꽃밭 가는 길은 북새통이라 사람을 비집고 들어갔는데,

옆에서 열리는 좋은 전시에 사람이 없어니, 기분 더럽더라.

이건 모르는 국민들 잘못이 아니라 이끌고 알려야 하는 정치와 행정의 잘못이다.

 

  전시장은 홍성미씨가 지켰고, 옆 베란다에서 손기환, 김진하씨가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술이라도 한잔 마셔야 속이 풀릴 것 같았는데, 몸이 불편해 끌고 나온 차가 발목을 잡았다.

딱 한 잔만 얻어 마셨는데, 그 맛에 끌려 인사동 벽치기 골목을 배회했다.

 

  사실은 페이스북에서 보았던 이태호씨가 새긴 홍범도장군 벽화가 보고 싶었다.

마치 유목민상표처럼 유목민앞을 버티고 섰는데, 골목 분위기가 꽉 잡혔다.

이놈들! 어디 나타나기만 하라” 는듯 골목을 지켜주니, 어느 잡귀가 얼씬거리겠나?

 

  ’57th갤러리에서 열리는 나무아트 기금마련전 'plan B를 위하여

오늘이 마지막이라 보실 분은 서둘러야 한다.

일단 좋은 작품이 많다.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함께하는 의미는 더 크다.

 

사진, / 조문호

 

'plan B'를 위하여

나무아트 기금마련

2023_1011 2023_1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보중_김상구_김억_김재홍_김정헌_김주호

김준권_김진열_류연복_박진화_손기환_송창

신학철_안창홍_윤여걸_이동환_이인철_이태호

이흥덕_장경호_정복수_주재환_최경선_최병민

 

후원 / 예술하라_네오룩

 

관람시간 / 12:00pm~06:00pm

 

57th 갤러리

57th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317

(송현동 57번지) 2

Tel. +82.(0)2.733.2657

www.57gallery.co.kr

@57gallery_official

 

나무아트... 1. 지난 35여년간 '삶의 미술''비판적 형상성'을 지향하며, 이념대립 너머 개별 미술가들의 실존 현장성 미술을 중시해온 나무아트.

 

김보중_나무에 오르다_종이에 아크릴채색_40×30cm_2020
김억 _ 제주용연 _ 한지에 목판 _99×31cm_2023
김재홍_거인의 잠-202105-1_아크릴채색_130.3×97cm_2021
김정헌_풀,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1cm_2021
김준권_자작나무숲의 가을2_유성목판_32×50cm_2018
류연복 _ 겨울삼선암 _ 소멸다색판화 _60×30cm
박진화 _ 초상 _ 연작
손기환 _Wow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50×50cm_2023

2. 현존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포괄적 공공 이익에 복무하고 있는 나무아트.

 

신학철 _ Ⅰ -4  한국현대사 _2013
이동환 _ 뒷다리에 힘 팍주고 … _ 유성목판 _25×20cm_2023
이인철 _ 사과 - 탄
이흥덕 _ 소녀 _ 캔버스에 유채 _33.5×33.5cm_2023
장경호 _ 묵시 - 순천
최경선 _ 비오톱의 저녁 _ 캔버스에 유채 _60.5×72.7cm_2017
송창 _ 섬강풍경 _ 캔버스에 유채 _31×41cm_2004

3. 공간의 역사와 성격을 스스로 아카이빙 하며 한국 동시대 미술사의 뿌리이자 줄기가 되고 있는 공간. 그 미술 공간의 디렉터, 비평가, 미술사가로 현장에서의 노동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고투에 찬 미술지식 노동자 김진하. 노역의 퀄리티를 갖춘 채 동요하지 않는 정신. 해방 이후 이런 전시공간과 전문가는 일찌기 없었다고 여겨집니다. '나무아트'라는 토대를 바탕으로 더욱 더 한국 당대 미술에 기여할 수 있기 바라며, 이 행사에 저도 마음을 보탭니다. 강성원

 

박갑석 47 세

빈곤은 늙은이보다 젊은이가 더 문제다.

쪽방 살거나 노숙하는 사람 중에는 젊은 친구도 더러 있는데, 대개 아들 같은 4, 50대로

한창 자식 키우며 신나게 일할 나이에 장가도 못 가고 거리를 떠돈다.

지병이 있어 장애등급을 받으면 쪽방이라도 들어올 수 있지만,

대개 주민등록에 문제가 있거나 장애등급을 못 받아 노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중에는 알콜 중독자가 많은데, 문제는 자포 자기하며 산다는 것이다.

 

모처럼 공원에 나갔더니, 짜장면 나누어 주던 봉사원들이 일을 끝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지경학이는 짜장면을 먹다 말고 맹숭맹숭하게 앉아 있었다.

술 생각은 간절하나 돈이 없어 물주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소주 한 병에 육포 하나 사서 같이 술 한잔했는데,

술이 들어가니 마음이 편안해지며 불안감이 사라진다고 했다.

 

경학이는 이제 쉰 둘인데, 내가 오기 전부터 동자동에서 머문 오래된 사이지만.

사진 찍히는 것을 유달리 싫어해,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모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니, 사진을 안 찍는 별다른 이유도 없었다.

세수도 하지 않은 구질구질한 모습을 남기기 싫어서 란다.

 

입버릇처럼 말해 온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며,

자존감 나온 얼굴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야 할 것 아닌가? 라고 말했더니,

자존감이 밥 먹여 주냐고 구시렁대며, 얼굴을 내밀었다.

 

지경학 52 세

그러나 기념사진은 찍을 수 있으나, 초상 사진은 다음에 찍자며 미루었다.

'사진에 술 마신 표가 나냐?'며 되물었지만,

정신이 온전할 때 찍기로 한 나름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며 설득했다.

 

그 와중에 이재안씨를 비롯하여 유정희, 정수일 등 여러 명이 등장했다.

유정희씨는 품속에 감추어둔 막걸리 한 병을 꺼내 놓았고,

수일이는 배가 고프다며, 경학이가 먹다 만 짜장면을 먹었다.

한 시간도 더 지난 짜장면이라 불어 터졌지만,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먹었다.

 

수일이는 요즘 춘천에서 살고 있는데, 재미가 없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가오로 항상 나이방을 끼고 다니지만 도통 먹히지가 않는다며, 사진이나 멋지게 찍어 달랜다.

 

정수일47세

젊은이 초상사진으로는 지난 '추석 한마당'에서 찍은 강 호와 박갑석씨도 있는데,

다들 하루속히 안정된 일자리를 얻어 젊은 꿈을 펼치길 바란다.

 

강호 59 세

서울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원로작가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시작했던,

버려진 사람들의 초상사진은 이달 말까지 찍은 사진으로 일단 마감해 정산하기로 했다.

 

장정된 초상사진은 오는 동짓날(1222)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새꿈공원에서 나누어 드릴 작정이다.

오후 6시부터는 서울역광장에서 '홈리스추모제'도 열리니, 찍힌 분들은 그 날 찾아가기 바란다.

공원에 먼저 가신 분을 위한 조촐한 추모의 술상도 마련할 테니, 소주라도 한잔하면서...

 

이 초상 사진 나눔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사람 없는 초상 사진을 없애기 위해 살아 있는 동안은 지속적으로 찍을 작정이다.

개인이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제도개선을 위한 시발점이기도 하다.

 

한평생 힘들게 살다 죽는 것도 억울한 데, 죽어서 까지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이건 인간 존엄에 대한 모독이다.

"제발 인간을 모독하는 얼굴 없는 유령은 만들지 마라! "

 

사진, / 조문호

 

 

 

한때 인사동 골목대장으로 통했던 창원의 변형주가 올라왔다는 연락이 왔다.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인데, 하필 그날이 유목민정기휴일이었다.

문 닫은 술집에서 오붓하게 한잔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나섰는데,

몸은 흐느적거리지만 반가운 사람 만날 생각에 마음은 들떴다.

그러나 지하철 타고 가다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왜 안 오냐는 변형주 전화에 잠이 깼는데, 목적지를 한참 지나버렸다.

요즘은 앉기만 하면 졸아, 조심하는데도 매번 실수를 한다.

 

변형주는 창원에서 오래전부터 식당을 운영해 왔다.

지금은 저승으로 떠난 친구 정남규와 김의권 뒷바라지도 많이 했고, 내게도 도움을 준 인정 많은 후배다.

 

문 닫은 유목민에서 중화요리를 시켜 술을 마셨는데, 요즘은 시골 들어가 살 준비를 하고 있단다.

그가 준비해 온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니, 옛날 생각이 절로 났다.

부산 에덴공원 음악실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데,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시절인 것 같았다.

그 시절을 그리며 홀짝홀짝 마신 술에 그만 취해버렸다.

주량을 초과했는지 아니면 몸에 이상이 생겼는지, 갑자기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전활철씨 부축을 받아 간신히 자리에 누웠는데, 한 시간쯤 지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더 취하면 가기도 힘들지만, 4층까지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요즘 몸 상태로는 병원에 입원해야 할 처지지만, 병원에 들어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버틴다.

세상사 아무 미련은 없으나, 한 가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서다.

다가오는 동짓날 전해주기로 한 버려진 사람들의 초상사진 때문인데,

그날이 제삿날이 될 지언정, 이를 악물고 버텨내야 한다.

 

사진, / 조문호

 

 

 

추석을 맞아 미국계신 매형이 귀국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귀국모임에는 사정에 의해 만날 수 없었지만,

지난 6일 어머니를 모신 일산 추모공원 하늘문에서 만난 것이다.

 

누님 조미희는 암에 걸려 8년 전 세상을 떠나셨다.

누님 생전에, 미국으로 이민가기 위해 모든 가산을 정리한 적도 있었다.

당시 '중앙정보부'에 근무하던 매형께서 직장까지 그만두고 준비를 했으나,

출국장에서 제동이 걸려 이민을 포기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몇 년 뒤 다시 이민 길에 올라 외로운 이국생활에 적응해 갔으나,

느닷없는 병마를 만나 오랜 세월 키워 온 행복의 꿈이 풍비박산 난 것이다.

혼자 미국에 남게 된 매형은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직장에 나갔으나, 팔순을 맞은 올해부터 일손을 놓았단다.

 

누님께서 세상을 떠날 때와 3년 전 귀국 때 뵙고 처음인데, 건강은 여전하셨다.

나보다 두 살이나 많은데도, 내가 더 늙어보였다.

매형과 일산 사는 동생 조창호를 추모공원에서 만나

납골당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뵈며, 오랜만의 해후를 풀었다.

 

  인근에 있는 식당 강강수월래로 옮겨 회덮밥에 소주 한잔 했다.

5년 후에 살아 있다면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받았으나, 아무래도 마지막인사가 될 것 같았다.

부디 건강하시길 빕니다.

 

사진, / 조문호

 

장소가 생각나지 않는데, 지난 번 귀국 때 찍은 사진같다.

  한상진의눈멂- Blinding Scenery’전이 안양 두나무아트큐브에서 지난 6일 열렸다.

 

지난 7일 아산 꿈에실농장가는 길에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정동지 전시도 있었지만, 몸이 편치 않아 오랫동안 아산에 들리지 못했더니,

지난 추석에는 아산 농장 식구들이 서울로 올라 오기도 했다.

 

  가을걷이라 해야 고추 밖에 없지만 겸사겸사 시간 내어 안양 한상진씨 전시부터 들린 것이다.

 

  약속이나 한 듯 전시 작품들을 보고 있으니 작가가 나타났다.

 

전 날 인사동 정복수씨 전시장에서 만남에 이은 연이은 만남이었다.

 

  전시장에는 수묵드로잉을 비롯한 페인트작업이 걸렸고

바닥에는 버려진 사물들을 채집하여 가지런히 진열해 놓았는데,

사진으로 본 작품의 느낌과 실제의 느낌이 너무 달랐다.

 

  눈멂이란 수동적으로 이끌리는 '중지'의 순간으로,

길을 가다 만난 풍경과 풍경 속에 담긴 삶의 모습이 아련하지만 친근하게 다가왔다.

 

  대상을 만나 스스로 성찰하는 과정을 그치며 그려 낸 작품에는 고요한 울림이 번지고 있었다

찰나가 전해주는 잔잔한 울림으로, 마치 수행자의 묵상처럼 고요한 정적감도 감돌았다. 

 

  볼수록 풍경 속으로 빨려 가는 심오한 흡인력이 느껴졌다.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난 계곡의 돌들도 저마다 소리를 내고,

말없이 흐르는 구름마저 손짓하며 암시한다.

그렇게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그의 되돌아 봄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 있을까... 그곳에는 이름 없는 풍경과 스쳐 지나가는 사람, 돌아올 수 없는 시간, 보잘것없는 사물들, 변화하며 사라져가는 자연의 풍경들이 자리하고 있다. 서양의 전통적 사유가 자연을 인위적인 환경으로 조성하는 것임을 의미한다면 동양의 사유에 있어서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것'을 말한다. 작가가 그려가고 있는 소박하면서도 현대적인 회화작업 속에는 이러한 전통적 사유와 함께 우리가 성찰해야 할 '오래된 미래'가 스며들어 있다.” - 두나무아트큐브

 

  이 전시는 안양시 예술로공원에 있는 두나무아트큐브에서 111일까지 열린다.

 

사진, / 조문호

 

한상진'눈멂, Blinding Scenery' :: 인사동 사람들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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