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화성군 조암면



장년 층이라면 누구나 다방에 대한 아련한 추억 한 자락씩 깔고있다. 

최백호의 노래낭만에 대하여펄시스터의 커피 한 잔같은 노래는 물론,

소설이나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방은 대중들과 아주 친숙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젠 시골 변두리에 한 둘 남았을 뿐, 커피체인점에 밀려 난지 오래다.

 

예전에는 아침에는 '모닝커피'라며 계란 노란자를 그냥 주기도 하고,

'위티'라며 도라지 위스키도 한 잔 씩 팔았다.

다방마담의 눈웃음에 가슴 설랜 적이 엊그젠데, 이젠 아득한 추억이 되어버렸네.

 

청년시절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고향의 농협에 잠간 근무한 적이 있는데, 산수다방이란 곳을 자주 들렸다.

가다보니 다방마담과 눈이 맞았고, 나중에는 아버지와 직장상사인 농협의 전무까지

그 마담에 눈독들인다는 걸 알아 난감했다.

 

어느 날 퇴근 후, 다방에서 마담과 앉아 있는데, 느닷없이 아버지가 나타나신 것이다.

얼마나 민망한지 얼른 자리 피했지만, 아찔했다.

아무 말씀은 안 하셨지만, 아버지는 얼마나 서먹하셨을까?

전자전이라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것까지 빼 닮았었다.

 

그 뒤로 음악다방이란 게 유행해 뮤직박스와 디스크쟈키가 등장했고,

또 한참 후에는 티켓다방이란 것이 성행하기도 했다.

커피배달시켜, 같이 노는 시간만큼 돈 내는 티켓다방이 아직 살아남았는지 모르겠으나,

시골에는 더러 남아있다.

 

지금은 커피를 일터인 논까지 배달해 주는데, 다방은 장가 못간 노총각들의 아지터다

아가씨들이 차 한 잔에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기도 하고,

사내들이 적은 돈으로 아가씨와 노닥거릴 수 있는 유일한 유흥 공간이다.

흐르는 세월따라, 마저 기적소리처럼 사라질 것이다.


모두들 사는 게 너무 바쁘다.  그깟 낭만이 무슨 밥먹여주냐...


  사진, 글 / 조문호 



2011, 제천


2008, 제천


2009, 정선, 남면


티켓다방은 80년대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다방 풍속도였다.

지금은 사라진줄 알았으나, 아직도 성업중이라고 한다.

한시간에 2만5천원, 그리고 마음맞아 이차가면 10만원으로 주로 중국 한족여성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변질된 수법의 매춘이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고 한다.

 

사진은 13년전 충청도 제천과 강원도 여량 등지의 시골 다방에서 일하는 아가씨들 모습이다.

시간별로 티켓을 끊으면 시간만큼 술도 마셔주고, 노래방에서 같이 놀아도 주었다.

서로간의 이해타산이 맞으면 사랑까지 사고 파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시골에서는 들이나 밭에까지 커피를 배달해 주기도 하는데,

처녀가 귀한 농촌 총각들은 다방 아가씨 보는 낙으로 일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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