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그리는 마음도 예전 같지 않다.

그토록 좋아했던 친구였건만, 흩날리는 낙엽 같다.

 

난, 어릴 적부터 유달리 친구를 좋아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듯이 커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정불화의 대부분이 친구와 연관되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살다보니 가치관이나 생각도 달라졌다,

종교나 정치적 갈등도 생기고, 말 한마디에 상처도 받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

전화기를 멀리 한지도 일 년이 넘었다.

속내를 털어 놓을 사람은 동지이며 친구인 딱 한 사람 남았다.

이제 사 철든 것 같다. 아니, 죽을 때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먼저 떠난 친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술만 취하면 전화하던 정남규는 전화를 걸고 있고,

온 몸을 흔들며 파안대소하던 적음은 웃고 있다.

무게만 잡던 콧수염 김영수가 측은한 듯 바라본다.

'내 노래는 영원히 잠들지 않는다'던 홍수진이 노래 부른다.

 

먼저 떠난 것을 서러워했지만, 살아남은 자가 불쌍하구나.

나도 갈 날 머지 않으니, 조금만 기다려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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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작




오늘이 셋째 주 수요일이면 인사동에서 반가운 사람들 만나는 날이 아니던가.

그 징그러운 더위가 물러나고, 날씨까지 받쳐주네.

산들 산들 부는 늦바람에 마음까지 날릴까보다.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장욱진화백의 회고전 ‘동심과 불심’도 보고,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강행복씨의 아티스트북 설치전도 보자.

시간 남으면 ‘갤러리그림손’에서 열리는 ‘초월시공’전에도 한 번 가보라.

국대호, 유봉상, 이재삼, 이태량, 채성필씨가 냈단다.

친구는 오래된 친구라 했으나, 더러운 꼴 덜 본 새 친구도 좋더라.

벽치기 샛길에 있는 ‘유목민’에서 만나, ‘부산식당’도 좋고 ‘낭만’도 좋다.

소주 맥주 주종 불문이고, 남자 여자 인종 불문이다.

돈 없으면 거지처럼 놀면되고, 돈있으면 부자처럼 놀면된다.

만나면 만나는 대로 좋고 못 만나면 못 만나는 대로 한 잔 빨자.

빠세 빠세 살아 빠세 죽고 나면 못 빠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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