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20

인사동 마당발 노광래씨가 ‘유카리화랑’ 문을 닫은 후 한동안 떠돌았으나

지난 11일 경운동 SK허브 108호에 다시 ‘갤러리 시네’를 개관했다.

개관 기념전으로 “Funny Art, Joyful Life’란 제목의 35인전이 열린다.

 

지난 14일 인사동 사진 자료들을 전해주러 가는 길에 개관전을 볼 수 있었는데,

좁은 공간에 신학철, 주재환, 최울가, 강찬모, 박불똥, 장경호, 고선례, 박성남, 박재동, 박상희,

성 륜, 김지하, 서길헌, 이목일, 이흥덕, 최소리씨 등 인사동을 출입하는 현역 작가들을 비롯하여

민병산, 권옥연, 임창열, 강용대, 이존수, 중 광 등 유고 작가 작품까지 걸려 있었다.

 

마침 전시장에는 연극배우 장두희씨가 인사동에 관한 유튜브 방송물을 만든다며

‘아리랑명품’대표 유재만씨와 섬유공예가 최정인씨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나까지 인터뷰에 참가하라지만 손을 내저었다.

제작 의도나 내용도 모르면서 무슨 말을 지껄인단 말인가?

 

인사동을 홍보하는 일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으나,

그보다 어렵사리 문을 연 갤러리나 잘 되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한 달 임대료가 백 오십 만원이라는데, 그 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개관전 “Funny Art, Joyful Life’은 오는 10월 10일까지 열린다.

 

인터뷰가 끝난 후 유재만씨와 SK허브를 운영하는 개천산업 홍수표회장 사무실로 갔다.

유재만씨가 부지런한 노광래씨의 근면성을 내세워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말이 적은 홍수표씨는 너무 늦게 출근한다는 한마디로 자르며,

홍준표가 집안 조카뻘 된다는 정치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더 이상 머물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인사동 거리나 돌아다녔다.

그 장면이 그 장면이고 그 풍경이 그 풍경이지만,

비위 상하는 정치 이야기보단 낫지 않겠는가?

 

사진, 글 / 조문호

 

최정인 (섬유공예가)

십일 년 전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인사동 이야기’는 절판된 지 오래된 책이다.

인사동 사람들이 기억하는 공간과 인사동 옛 이야기로 엮은 사진집인데, 당시 출판과 함께 인사동 ‘북스갤러리’에서 ‘인사동, 봄날은 간다’ 전시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책은 전시기간동안 절반 이상이 팔려 나갔고, 삼사 년 지난 후에는 완전 절판되어 더 이상 구입할 수 없는 책이 되어버렸다. 저자에게 한 권 남은 사진집마저 도둑맞게 된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

 

2015년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전농동588’전시를 열며 그동안 발행한 사진집을 견본으로 내놓았는데, 그 책이 감쪽같이 사라 진 것이다, 그 당시 전시장을 지키던 공윤희씨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온 사이에 없어져, 입장이 난처해진 공윤희씨가 CCTV를 돌려 본 것이다. 그런데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책을 몰래 가져간 분은 잘 아는 원로 선생이셨기 때문이다. 하기야! 예부터 책 도둑과 꽃 도둑은 도둑이 아니란 말도 있지 않는가? 그 문제는 두 사람만 아는 영원한 비밀로 묻어버렸다.

 

‘빛깔 있는 사람들’이란 부제를 단 ‘인사동 이야기’는 신경림 시인을 비롯한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추억하는 공간에서 찍은 입상사진 110여점과 오래된 인사동 풍정사진 40여점, 그리고 인사동을 추억하는 작가들의 글 47편 등 총 244페이지로 구성된 책으로 가격은 20,000원이었다.

 

 

게재된 입상사진 110여점은 2007년 인사동 ‘공화랑’에서 가진 ‘인사동 그 기억의 풍경’전에 전시한 사진이었다. 뷰카메라로 찍어 한지에 디지털 프린트한 사진인데. 파주 헤이리에 있는 ‘인물박물관’에서 5점, 오산 ‘막사발미술관’에서 4점 구입한 것 외에는 대부분 찍힌 분들에게 실비로 제공하거나 기증하여 제고를 한 점도 남기지 않은 유일한 전시였다.

 

사연이 많은 사진집이지만 절판되어 저자도 갖지 못한 귀한 책이 되어버렸는데, 노광래씨가 인사동 자료를 구하다 알게 되어 개정판을 발간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어려운 출판사 사정을 감안하여 선 구매 독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연락했는지 저자에게 확인하는 전화도 여럿 걸려 왔다.

 

아마 책에 실렸던 분들에게 전화를 한 모양인데,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의 어려운 처지를 호소해 선 구매를 부탁했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책이 나왔을 때도 전시 안내 외에는 책 판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어떤 분은 절판된 후에야 책을 구해달라고 안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노광래씨를 원망할 수 없는 것은 단지 인사동을 사랑하는 애착에서 책을 다시 찍고 싶어 선 구매를 부탁했을 것이다. 그 책이 복간된다고 해서 노광래씨에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입장에서는 2년 전 ‘진인진출판사’와 새로운 인사동 사진집을 출판하기 위해 계약까지 해둔 상태라 다른 곳에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다음 달 ‘노숙인’사진집이 나와 마무리되면 새 인사동사진집에 매 달릴 작정이었다. 그동안 찍은 사진을 정리하여 새 책 제작에 올인 해야 할 절박한 사정이나, 노광래씨의 열성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재판을 찍으려면 그대로 펴 낼 것이 아니라,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부사진을 추려내고 인사동과 관련 있는 분 중에 누락된 분을 추가로 촬영하여 개정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광래씨가 몇몇 분들에게 연락하여 촬영 스케줄까지 잡아 두었다.

 

오늘 오전 노광래씨를 만나 인사동에 사진 찍으러 따라 나섰다.

‘인사아트프라자’에서 박복신 대표와 방귀식씨를 만나 차 한 잔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뒤늦게 ‘명신당’ 필방 이시규씨와 섬유공예가 최정인씨도 만났다. 오늘은 세분을 촬영했는데, 꼭 들어가야 할 박재동씨와 김진하씨도 연락해야 할 것 같다. 촬영스케줄을 잡아야 할 텐데, 워낙 바쁜 분들이라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인사동 추억을 불러내어 삭막해 가는 인사동에 봄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래는 오래전 인사동 전시와 출판에 관련된 기사를 모아두었다.

https://blog.daum.net/mun614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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