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을 100일 앞둔 지난 20일 정오, 보신각에서 열 두번의 종이 울렸다.

 

김발렌티노가 준비한 이 행사는 보신각 타종을 시작으로 100일 동안 김수영시인을 기리는 다양한 일을 벌인다고 한다.

 

인사동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 하는 김발렌티노의 문화사랑은 남다르다.

‘인생은 아름다와라’ 대표라는 직함을 내걸고 지구별청소부로 나선 것이다.

 

얼마 전 생계에 어려움에 처한 그가 종로구청 환경미화원 공채에 응했다고 한다.

면접시험에서 “종로구를 반질거리는 자기 머리처럼 깨끗하게 하겠다”고 말했다기에 한바탕 웃은 적도 있었다.

 

아무튼 그의 열성이 인정받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데,

그가 하는 일은 청소에 국한되지 않았다. 청소 업무 외에도 의미 있는 일들을 계속 찾아 나선다.

 

3ㆍ1운동 100주년기념 100일 순례를 비롯하여 윤동주탄생 100주년 기념 100일 시음악제도 열었고,

올해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김대건 신부를 위해 그가 걸어간 스물다섯 짧은 생애를 묵상하며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발렌티노의 문화 활동은 멈추지 않는다.

그의 남다른 시 사랑에 대한 글을 한 번 들어보라.

 

“나는 모든 시인을 사랑한다. 특히 윤동주 시인과 김수영 시인을 사랑한다.

윤동주를 읽으면 더러운 피가 맑아지고, 김수영을 읽으면 식은 피가 뜨거워진다.“

 

지난 20일은 김수영 시인(1921. 11.27~1968. 6.16)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100일 기도 첫 날이었다.

이 날 가까운 지인들을 모시고, 정오에 맞추어 보신각 타종 행사를 벌인 것이다.

 

시인 류미야, 사진 찍는 소설가 정영신, 문화기획자 김석준, 경제학자 백영현, 현대무용가 김남식, 배우 이윤정,

문화기획자 전은진, ‘인사아트플라자’ 대표 박복신, ‘르프랑’ 대표 강현숙, 김발렌티노 등 10명이 참가했다.

 

그리고 김수영시인 100주년을 알리는 홍보용 동영상은 김병천 감독이 찍었고, 스틸사진은 내가 찍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분들에게 알릴 수 없어 조용히 치러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타종도 세 사람씩 세 차례에 나누어 열 두번을 쳐야 했다.

 

울려 퍼진 보신각 종소리는 분명 저승까지 날아가 김수영 시인께 전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김발렌티노가 김수영시인의 시 ‘푸른 하늘을’ 너무 좋아해 입버릇처럼 노래를 불렀다.

지난 8월1일 밤 10시경 청와대 앞을 지나갈 때, 김수영시인의 시가 빗속을 뚫고 노래로 완성되어 들려 왔다고 한다.

그 노래를 핸드폰으로 녹음하여 기타리스트 김광석씨에게 보내 악보로 옮겨 와 새로운 노래로 탄생시킨 것이다.

100일 동안 그 노래 가 담긴 엽서를 만나는 사람마다 전달하며 김수영 시인을 기리게 한다는 것이다.

 

문화전도사인 그를 도와주는 분도 여럿 있었다.

‘더숲’ 대표가 엽서 만장과 현수막 제작비를 부담해 주었고, 행사에 참가한 분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인사동 ‘르프랑’ 강현숙대표 등

몸으로 마음으로 후원하는 분들이 있는 한 김발렌티노의 문화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지구별 청소부 김발렌티노의 문화활동을 응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푸른 하늘을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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