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개막된 정영신의 ‘장에 가자’ 사진전이 10일간의 일정을 잘 마무리했다.

 

그동안 전시를 하면 아는 분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거나 여러 통로로 알려왔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예전과 달라 별도의 초대를 하지 않았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때라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가 있어 페이스 북으로만 알렸다.

 

그래서인지 인사동과 관련된 오래된 지인들이 많이 빠졌다.

그러나 전시 작품을 보러 오거나 책을 구입하기 위해 들리는

순수한 수요층이 많았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성과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찾아주시거나,

책을 구입하는 등 성원해 주신 많은 페친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덕분에 ‘장에 가자’ 책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아래 사진은 지난17일부터 전시가 마무리된 20일까지 방문한 분의 모습과 전시장 풍경이다.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전시장에 들린 분들을 모두 기록하려 했으나, 미처 빠트린 분도 많았다.

받은 것만큼 돌려 드린다는 다짐으로 꼼꼼히 챙겨왔으나 말처럼 쉽지 않았다.

 

지난 17일은 사진을 찍기 위해 뒷걸음질 치다 턱에 걸려 뒤로 넘어지는 봉변을 당했다.

넘어지며 오른 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오른 손에 잡혀있던 카메라가 바닥에 부딪혀 렌즈가 망가져 버렸다.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몸은 별로 다치지 않았다.

카메라를 놓았다면 그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욕심이 일을 키운 셈이다.

 

니콘AS센터에 갔더니, 단종된 카메라라 렌즈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혹시나 알 수 없어 카메라는 두고 왔으니, 이젠 사진도 찍을 수 없게 되었다.

정영신씨 카메라로 가끔 찍었지만, 총 잃은 병사에 다름아니다.

 

정오 무렵에는 ‘눈빛’의 이규상대표가 전시장을 방문하여

김남진관장과 함께 충무로 ‘뚝배기집’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그 날 이규상씨로부터 듣게 된 따끈한 소식은 홍대부근에 개장한

‘예술산책’ 책방에다 고객을 위한 작은 갤러리를 만든단다.

그 곳에서 정영신의 ‘장에 가자’전을 다시 열자고 했다.

 

시나리오 작가 최건모씨는 불광서점에서 사인회를 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 것 저 것 가리지 않고 책 판매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작정이다.

 

그날은 짐 때문에 차를 끌고 나와, 온 종일 주차문제에 시달려야 했다.

충무로는 타 지역보다 주차비가 비싸 전시장을 지키고 싶어도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동자동으로 이동하여 빈자리에 차를 세우고 모처럼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컴퓨터 켜기가 무섭게 예술감독 안애경씨가 전시장에 들렸다는 연락이 왔다.

 

차를 두고 지하철로 달려갔는데, 인사도 나누기 전에 차 빼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안애경씨가 주차한 곳까지 태워 주었는데,

손님에게 굳은 일을 시키는 부담을 안기고 말았다.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오니 에니메이션감독 주흥수씨와 화가 유준씨가 전시장을 찾아왔다.

주감독과 만날 약속은 일찍부터 한 터라 저녁식사라도 함께 할 작정이었으나,

약속이 겹쳐 잔시장을 비울 수가 없었다.

 

뒤늦게 나타난 조준영교수와 저녁식사를 하러 갔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차 때문에 술 한 잔 마실 수도 없었는데, 하루 종일 저 놈의 차가 내 발목을 잡았다.

 

전시기간 동안 동자동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 내가 없는 사이 다녀간 분도 많았다.

사진가로는 헤이리에서 ‘갤러리 움’을 운영하는 권홍, 이경희부부를 비롯하여

제이 안, 양시영, 윤성광씨가 다녀갔고, 화가 전인경씨와 전인미, 조경석, 심금숙, 심경애, 김인숙,

문금희, 박상문, 조한곤, 류순이, 강선준, 한동일, 김지욱, 이창수, 박성득, 이경애. 정진택,

박경애, 유현동, 한승훈, 김순남, 채재웅, 김욱수, 권병준, 조영기, 조용모, 정혜령씨 등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다녀갔더라.

 

그 이틀 날은 사진가 김수길씨와 이민씨를 전시장에서 만났는데,

김수길씨는 어디가 아팠는지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아마 이화마을 빨래줄 전시를 치르느라 힘들었던 모양이다.

 

늦은 시간에는 고향 후배인 사진가 하재은씨가 찾아왔다.

요즘은 페북에 통 보이질 않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는데,

그 사이 목동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등 바쁜 일이 많았단다.

이사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던 앱숀 프린트기도 처분했다고 한다.

 

하재은씨는 한 때 외국 시장을 주제로 작업을 했으나,

지금은 고향의 사계를 집중적으로 기록한다고 했다.

그 날 드론으로 공중 촬영된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고향인 영산의 가을이 그토록 아름다운 줄은 미처 몰랐다.

 

지난 19일은 공윤희씨와 최석우씨가 찾아 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최석우씨가 전시장 바로 옆에 있는 일식집으로 가자는데, 평생 일식집은 처음이라 망설여졌다.

유별나게 일본을 싫어해 그동안 일본여행은 물론 스시집 마저 철저하게 외면했지만,

손님의 배려를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음식 값이 비싸기는 해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정영신씨 말에

한 번도 데려가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전시가 끝나는 20일은 정오 무렵에야 전시장에 나갔는데,

아들 조햇님과 ‘진인진출판사’의 김태진 대표가 와 있었다.

아마 정의당 동지로서 가까운 사이 같았다.

 

김태진씨는 ‘장에 가자’ 책 내용이 좋아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분에게

선물할 책을 여러 권 구입해 와서 서명을 받아 갔다.

많은 책을 구입해 준 것만도 고마운데, 작품까지 한 점 사주었다.

인사치레만이 아니라 고향을 그립게 하는 정감도 한 몫 한 것 같았다.

 

이번 전시의 작품판매는 곽명우씨가 사간 작품에 이어 두 번째인데, 너무 고마웠다.

여지것 살아오며 많은 전시를 치러 왔으나, 손해 보는 줄 알면서도 치루는 병중의 큰 병이다.

경제적 손실보다 그 곳에 쏟아 붓는 공력 또한 여간 아니기 때문이다.

난, 전시를 열어준다고 해도 한사코 손사래를 쳐 왔으나, 정영신씨 경우는 달랐다.

어렵사리 책을 내준 출판사 사정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진집으로 대중성을 갖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지만,

이 책은 따뜻한 이야기 거리가 담겨있어 대중성에 기대 걸만도 했다.

다행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사는 정이 그리운 때라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것 같았다.

 

출판사의 주도면밀한 접근으로 일단은 출판 몇 일만에

재판에 들어갈 정도로 잘 팔리는 책으로 낙점 되었다.

 어쩌면 이 전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뒤 이어 사진가 이동준씨와 강정효씨가 나타났는데,

제주에서 온 강정효씨는 다음에 전시할 작가였다.

남태영씨의 도움을 받아 작품 철수에 들어갔는데, 액자가 없으니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저녁에 전시를 끝낸 기념파티를 ‘뮤아트’ 김상현씨가 마련한다는데,

점염병이 기승을 부려 지인들을 마음 편히 초대할 수도 없었다.

 

아무튼, 전시를 추진한 김남진관장을 비롯하여

도움준 많은 분들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사진: 정영신 / 글: 조문호

 

'장이 가자' 책을 소개한 신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blog.daum.net/mun6144/5805

 

 

 

 

 

 



몇 일전 정영신씨로 부터 인사동 사진집 출판에 대한 제안이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출판사 ’ZININZIN’ 김태진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는데,
김태진씨는 이광수교수 강의 때 한 두 차례 만난 적도 있지만,
정의당원인데다 페친 중의 한 분이라 관심 두고 지켜 본 분이다.




얼마 전 페북에 인사동 사진집을 년 말까지 출판해야겠다는 생각을 밝힌 적은 있지만,

어떻게 절묘하게 출판 제안이 맞아 떨어졌는지 궁금했는데, 아마 이광수교수의 입김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지난 3일 오후6시경 정영신씨를 만나, 김태진씨와 약속했다는 인사동 ‘툇마루’로 갔다.
귀가 어두운데다 말이 어눌해 소통이 어려울 것 같아 정영신씨에게 모든 걸 위임한다고 했으나,

처음 상의하는 자리라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안경까지 깨져 눈 뜬 장님이나 마찬가진데, 자리만 지키는 로봇 신세였다.




안국역에서 인사동으로 들어가는 벽치기 골목은 한적했고,
‘조금’ 앞에서는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들이 기념사진 찍느라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인사동 박람회가 끝난 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아 청사초롱이 훤하게 불 밝혔는데,
오늘 만나기로 약속한 김태진씨가 바로 옆에 지나가고 있었다.




‘툇마루’에서 된장비빔밥에다 막걸리와 빈대떡을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나,

대화 내용을 대충 짐작만 할 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꾸어다놓은 보리자루처럼 밥그릇만 비웠다.




 김태진씨와 오래전에 명함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에 올라오는
‘인사동이야기’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고 했다.
아마 인사동 이야기 출판에 관한 전체적인 가닥은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진인진’은 그동안 고고학이나 미술사학 등 학술지출판이나 학술정보DB개발에 주력해 온 출판사지만,

이번에 사회문화 방향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작업 중인 책은 역학에 관한 만화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 만들 책이 인사동 사진집이라 한다.




시끄러운 식당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울 것 같아 찻집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김태진씨가 너무 맛있게 식사를 하셨다.
옆에 있는 사람이 군침이 돌 정도로 드셨는데, 큰 복 하나 타고난 것 같았다.
한 조각남은 빈대떡까지 싸 가지고 찻집 ‘수요일’로 자리를 옮겼다.




책 내용은 내가 먼저 정리할 일이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출판계약서를 전달 받는 등 가닥만 잡았다.
아무래도 작가 입장에서는 작품 위주로 책을 만들고 싶겠지만, 출판사는 팔리는 책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여지 것 책을 만들 때는 일체 간섭하지 않고 출판사에 위임해 왔다.
아무리 좋은 책도 독자가 외면하면 쓰레기에 불과 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작가의 의향을 존중해 그런지 별 말씀이 없었다.
원고를 정리하는 중에 여러 가지 조언을 줄 것으로 여겨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삼개월 가까이 인사동 작업에만 주력해야 할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인사동 풍류를 어떻게 보존할 것이며, 인사동다운 환경이 지켜지도록 최선을 다 할 작정이다.
아무쪼록 인사동의 정체성이 정립될 수 있는 좋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바라며, 내년 초에 선보이게 될 인사동 사진집을 기대하시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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