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즉 알려야 하는데, 인터넷도 없는 정선서 삼일을 개기다보니, 늦은 소식이 되어버렸네요.

지난 16일 외국 출장 간 김봉규씨가 김문호씨 자당께서 소천하신 가슴 아픈 사연을 페북에 올렸는데,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상주 김문호씨는 하는 수 없이 댓글로 하소연 했습디다.
행여 걱정할까, 편안하게 돌아가신 호상이라지만,
자신의 몸을 잉태한 어머니의 임종을 가슴 아파하지 않을 불효막심한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정선 가려던 일정을 바꾸어, 정영신씨를 대동하여 안양 장례식장 부터 들렸다.
찜통같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은 문상객들로 넘쳐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생 을의 입장이었던, 김문호씨 보고 찾아 온 문상객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또 하나 놀란 것은 김문호씨가 독자이거나 남매 한 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집 안에 형을 비롯하여, 딸만 넷이나 되는 딸부자였다.
김문호씨를 알게 된지가 어언 30여년 가깝지만, 그동안 아무 것도 몰랐던 것이다.






큰 절로 예를 올리고 나니, 그 많은 문상객 중 사진가는 부산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 뿐이었다.
뒤늦게 사진가 강제욱씨를 비롯하여 김남진, 이규상씨가 나타났지만,

그 밖에 아는 분이라고는 중문학자 임계재선생이 유일했다. 
이광수교수의 쌍스럽고도 시원한 농아리를 안주삼아 졸라 빨고 싶었으나,
정선 갈려고 차를 끌고 갔으니, 어찌 술을 넘 볼 수 있겠는가?

소주 한 잔을 보약삼아 입만 적실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자리의 화두는 이광수교수가 다음 달 펴낼 사진 소설 ‘구보의 하루’였다.
눈이 나빠 글은 다 읽지 못했지만, 소설 형식을 따른 사진인들이 꼭 읽어야 할 내용이었다.
그런데, 실린 사진이 장난이 아니었다. 언제 그 좋은 사진들을 찍었는지 깜짝 놀란 것이다.
얼마나 바쁜 사람이던가? 동에 뻔쩍 서에 뻔쩍 종횡무진 하는 양반이 사진까지 잘 찍어 바리면,

사진에 목숨 건 찍사들이 어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역시 사진은 사진을 전공한 사진가보다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의 사진이 더 좋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기계의 장난에 불과한 사진에 전전긍긍하는 것 보다, 생각이 앞서고 규범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눈빛출판사’ 이규상씨는 오는 8월30일부터 충무로 '반도카메라'에서 개인전을 열게 될 

김문호씨 사진집 제작과 함께, 열반하신 범어사 관조스님 사진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따끈따끈한 소식을 주었다.
사진판을 좌지우지하는 갑들이 긴장하게 될 김문호씨 사진집도 사진집이지만,

불교사진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좋은 일들이니 쌍수로 환영할 뉴스였다.






그 무렵, 사진하는 양아치 한 놈이 나타난 것이다.
눈앞에 있는 선배들을 무시하고, 다른 자리에서 마신 후, 핫바지 방귀 새듯 사라져버렸다.
못난 놈, 그러니까 양아치 소리 듣는게지.

열차 예약시간을 놓쳐 난감해진 이광수교수 따라 일어나니, 그 많던 문상객은 대부분 사라졌고,
눈에 보이는 건, 국화로 뒤덮인 조화였다.
세상에! 저 많은 꽃 값을 돈으로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했는데,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 이광수교수가 말했다.
때로는 명사가 주위에 있다는 가오도 좀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가오 좋지! 그럼 난, 뭣으로 가오 세울 수 있을까?
돈도 명예도 인물도,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 가오 세울 것이 없었다.
차마 입으로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나도 한 때 가오 좀 세웠지. 요 모양 요 꼴 만든 계집 질로..,.”

내가 미쳤나보다. 문상와서 계집 질 타령이라니..

어머님 죄송합니다.
웃어려고 한 이야기니

그냥 웃어 넘기시고,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화가 전인경씨와 큐례이트 전인미씨의 모친 김선례여사께서 지난 1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많은 추모객들이 모여 들었다.


20일 오후7시경, 장례식장에서 이인섭, 조경석, 김명성, 오세필, 서길헌, 임태종, 정영신,

오세훈, 박성식, 이상훈, 안정민, 강기숙씨 등 많은 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골은 지난 21일 양평 하늘 숲 추모공원에 안장되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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