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살아 숨쉬는 젖은 땅

김경서/ KIMKYOUNGSEO / 金慶瑞 / painting

2023_1004 2023_1010

김경서_우포 습지 23-1(경남 창녕)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인사동116

(관훈동 184번지) 3전시실

Tel. +82.(0)2.734.7555

www.topohaus.com

 

습지를 찾다 습지는 흙이 물과 만나 빚어낸 젖은 땅이다. 흙이 물을 만나 고이면서 온갖 생명을 잉태한다. 자줏빛 가시연꽃과 노란 개구리밥이 잔잔하게 수면을 덮고 있고 왜가리며 두루미가 한가로이 날갯짓한다. 온갖 벌레울음이 서로 화답하며 일순 비현실적 상상에 젖게 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다가서서 들여다보면 습지는 혼탁하다. 어둡고, 깊고, 질퍽하다. 물과 흙이 뒤엉키며 수시로 서로의 경계를 허문다. 어디까지가 뭍이고 어디까지가 물인지 불확실하다. 돌 하나만 들추어도 스멀거리는 벌레들이 그득하다. 하물며 저 불투명한 심연 어딘가에는 지구의 역사 이래 밝혀지지 않은 괴생물체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순간 섬찟한 느낌, 선뜻 다가갈 수 없는 두려움 같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맑은 물, 흐르는 물을 좋아한다. 기실 그 이유는 깨끗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시선으로 투명하게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맑은 물은 다양한 생명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 두 해전 60을 훌쩍 넘어가진 첫 개인전에서 나는 내가 평생을 살아온 동네 불광천을 그렸다. 마른 잡풀들이 어석어석 서로의 몸을 부대끼는 겨울 불광천을 차갑게 묘사했다. 처음부터 작정한 주제는 아니었다. 매일 소요하던 불광천이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었다. 나이 때문일까. 그림을 그릴수록 그 어떤 이념이나 동시대적 미학이 쉽게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도회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얕고 평범한 천변이지만 온갖 생명의 움틀임이 나를 자꾸 부추겼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했다. 겨울 불광천이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나의 청년기와 장년기의 긴 공백을 연상케 하는 바가 있었다면 이제 새로 시작하는 그림은 봄이나 여름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십여 년의 세월을 교사로 지낸 내게 정년퇴직은 자유로운 여행의 시간을 허락했다. 전국의 습지를 찾기로 했다. 기왕이면 람사르에 등록된 습지를 우선하여 책을 읽고 찾아다녔다. 람사르 1호인 강원도 인제의 용늪에서 마지막 24호인 일산의 장항습지까지 대략 반 정도는 다녀온 것 같다. 각각의 습지에는 지형적, 발생학적, 생물학적 특성도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제각각의 사회적, 역사적 서사들을 품고 있어 애틋했다. 인간의 관여가 만들어낸 슬프거나 기특한 이야기들은 그 자체가 이미 자연의 역사이기도 했다.

 

김경서_밤섬 습지(서울)_캔버스에 유채_65.1×100cm_2023
김경서_운곡 습지 23-2(전북 고창)_캔버스에 유채_72.7×116.8cm_2023
김경서_운곡 습지 23-3(전북 고창)_캔버스에 유채_80.3×100cm×2. 2023
김경서_용늪 습지 23-1(강원 인제)_캔버스에 유채_60.6×90.9cm_2023
김경서_우포 습지 23-6(경남 창녕)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3
김경서_조강 갯벌 습지 23-2(경기도 강화)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23

서울에도 람사르 습지가 하나 있다. 서강대교와 마포대교 사이에 걸쳐있는 밤섬이다. 우리가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를 오가며 무심코 지나치는 섬이다. 없는 듯 그곳에 늘 있어왔다. 그러나 이 섬이 람사르에 등록된 습지이며, 고려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아왔고, 1960년대에 인간에 의해 폭파된 섬이라는 슬픈 사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밤섬은 원래 밤톨 모양의 바위가 솟아난 돌섬이었다. 1968년 모래섬이었던 여의도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밤섬은 폭파되었고, 당시 거주하던 62세대 594명은 강제 이주되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밤섬에 점차 퇴적토가 쌓이기 시작했고 떠내려온 씨앗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났다. 그리고 온갖 철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인간의 무관심이 역설적으로 생명의 땅을 부활시킨 것이다. 출입이 제한된 밤섬에 나 같은 일반인이 들어가기에는 절차가 너무 까다로웠다. 하는 수 없이 서강대교를 서성이며 먼발치에서 사진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 인제 대암산에 있는 용늪은 4000년 전에 형성된 해발 1,280m의 고층 습지다. 연중 5개월이나 영하에 머무는 저온 때문에 식물들의 사체가 썩지 않고 켜켜이 쌓여 이탄층을 형성하고 그 위로 빗물이 고이며 생긴 습지다. 산정 높이 분화구처럼 펼쳐진 용늪은 그래서 사철 물이 마르지 않고 평지에서는 볼 수 없는 온갖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생태 보존지구로 지정된 터라 하루에 20명 제한으로 사전 허가를 받고 오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아주 오래 그들만의 생명의 시간을 견뎌온 산사초, 뚝사초, 이끼류, 그리고 한 번도 보지 못한 들꽃들이 짙은 안개의 습기를 헤치고 겨우 모습을 드러내다 사라지곤 했다. 늪의 깊은 곳에는 엄청난 양의 탄소가 머물고 있고, 그들이 내뿜는 생명의 기운으로 아직 지구는 견디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했다. 한갓 물웅덩이와 겨우 견디고 있는 풀 한 포기가 사라질 때 지구 전체가 요동친다는 걸 깨달았으면 했다. 자연의 신비로움은 오직 겸허한 인간의 내면만이 느낄 수 있는 법이다.

 

김경서_물영아리 습지 23-1(제주)_캔버스에 유채_100×80.3cm_2023
김경서_불광천 습지 23-2(서울)_캔버스에 유채_53×65.1cm_2023
김경서_운곡 습지 23-1(전북 고창)_캔버스에 유채_89.4×130.3cm_2023
김경서_순천만 습지 23-1(전남 순천)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23
김경서_용늪 습지 23-2(강원 인제)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23
김경서_장항 습지(경기도 일산)_캔버스에 유채_112.1×145.5cm_2023

우포는 원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내륙 습지다. 신생대 빙하가 녹으며 거대한 웅덩이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물이 흘러들어 형성되었다. 우기나 홍수 때 과다한 수분을 습지 토양 속에 저장하였다가 건기에 지속해서 주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가 한창일 무렵 우포를 찾았다. 끝없이 펼쳐진 습지에는 자줏빛 가시연꽃과 노란 개구리밥, 부들과 창포가 빼곡히 덮여있다. 먼발치에서 두루미와 왜가리, 따오기,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이 유유히 서 있거나 푸덕거리며 날아오르곤 했다. 3일을 그곳에 머물며 태곳적부터 이어온 생명의 신비를 만끽했다. 제집을 빼앗기고 인간에게 기생할 수밖에 없었던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곳에 오면 늪 속으로 스며들어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강화의 매화마름 습지는 원래 농경지였으나 멸종 위기의 매화마름을 보존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성되어 람사르에까지 지정된 사례로 의미가 깊다. 반면 창원의 주남저수지는 넘치도록 완벽한 조건을 다 갖추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람사르에 등록되지 못하였다. 환경 문제는 자본의 논리와 인간의 욕망을 비껴갈 수 없음을 안타깝게 깨닫는다. 경기 북부의 DMZ와 임진강변은 여느 습지보다도 온전한 생태계를 갖춘 습지이다. 가장 풍요로운 다양성과 순환성이 숨쉬는 곳, 그러나 우린 가 닿을 수 없다.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른다.

 

김경서_불광천 습지 23-3(서울)_캔버스에 유채_65.1×100cm_2023
김경서_물영아리 습지 23-2(제주)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3
김경서_불광천 습지 23-1(서울)_캔버스에 유채_53×72.7cm_2023
김경서_난지천 습지 (서울)_캔버스에 유채_53×65.1cm_2023

습지를 그리다 내가 습지를 그리는 이유는 습지의 신산한 느낌과 내음과 소리가 좋아서이다. 스스로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하모니가 아름답고 고마워서이다. 그 어떤 미적 이념과 감성보다 소중한 가치가 그 안에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라고 말해 놓고 보니 이 말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말인지를 깨닫는다. 저 습지의 심연이 '어떻게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작가는 언제나 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 방식대로 편집할 수밖에 없다. 내 안에서도 자연은 엄연히 작동한다. 들숨과 날숨, 피돌림으로부터 세포와 기관들의 조응, 그리고 욕망과 분노와 경탄의 감정들. 그것들 또한 알 수 없는 내 안의 자연이다. 그래서 습지의 생명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내 안의 자연이 함께 운율을 맞춰주어야 한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림의 연륜이 짧은 나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자꾸 다듬고 개칠을 한다. 습지의 생명감 있는 기운이 아니라 풀잎 하나의 형태에 자꾸 얽매인다.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생명 존재들의 화음을 놓치곤 한다. 늘 불만스럽다. 오래 창작해 온 작가들의 거침없는 필치가 부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항간의 미적 이념이나 독특한 방법론 따위의 주장들에 선뜻 동조할 수는 없다. 적어도 습지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그렇다. 불만스럽고 지난한 그 과정의 어느 지점에서 내 안의 자연이 스스로 그들과 호흡하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자꾸만 '대상의 재현'에 빠져든 듯한 내 작업이 종종 불안하고 불만스럽다. 하지만 이 재현적 이끌림이, 적어도 지금의 내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거스를 수 없는 내 안의 자연의 발로임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김경서_우포 습지 23-8(경남 창녕)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3
김경서_우포 습지 23-3(경남 창녕)_캔버스에 유채_50×72.7cm_2023
김경서_우포 습지 23-4(경남 창녕)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23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현대미술은 은연중 '재현(再現, representation)''표현(表現, expression)'보다 낮은 등급의 창작 태도로 여긴다. 그 이유는 일단 '재현'을 대상에 대한 일차적이고 시각적인 유사성으로 제한하여 보기 때문이며, '재현'의 원본성을 객관화된 자연에 두기 때문이다. 타자로 전락한 자연에서 경외감을 느끼거나 진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기실 재현과 표현은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며, 근대 이전에는 그 분리가 존재할 필요도 없었다. 재현은 '자연의 재현'이며, 표현은 '주관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이 부재한 표현이 있을 수 있으며, 주관이 부재한 재현이 성립될 수 있을까. 자연은 모든 생명들이 조응하며 늘 변화할 뿐이다. 자연에 원본은 없으며 '있는 그대로' 그린다는 것은 오만일 뿐이다. 그래서 근대 이후의 미술은 자연을 알 수 없는 신화의 세계로 규정하고 작가의 주관적 인식과 감성을 앞세운다. 작가에게 '천재' 또는 '독창성'의 작위를 부여한다. 온갖 실험을 통해 새로운 미적 개념을 쏟아내도록 한다. 경제 발전 지표가 1을 넘지 않으면 자본주의의 신화는 붕괴한다고 한다. 이 신화는 체제의 지속을 위한 믿음의 체계이다. 인공지능과 우주산업, 그리고 유전자 공학에 대한 엄청난 투자는 새로운 문명과 인류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에 앞서 체제의 붕괴를 피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신화 창조일뿐이라는 해석들이 현대의 미술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모종의 문화적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음을 예견한다. 나아가 예술의 주체적 자율성 신화가 진행되어 오는 동안 지구의 환경도 급격히 훼손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단지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오랫동안 평론가의 이름으로 생태학과 자연 미학에 대한 글을 써왔다. 뒤늦게 이론을 접고 그림을 그린다. 뜻대로 되어줄 리 없다. 그림은 때로 내 생각을 거스르며 나를 이끌어 간다. 그럼에도 생태학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림 속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내 그림이 고리타분한 풍경화로 읽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림을 그리려면 그림 그리는 몸부터 만들라는 충고를 듣는다. 늦었지만 조금씩, 그 몸을 만들어 가야겠다. 김경서

 

 


김기춘 '우포의 아침'



지난 1일 터키에 초빙교수로 가 있는 김용문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인사동 나왔으니, 대포 한 잔 하자는 전화였다.






이틀 전, 인사동 출입을 자제하며 사람을 가려 만나겠다는 결의문에 가까운 글을 올렸건만, 안 나갈 수 없었다.
그는 30여 년 동안 인사동에서 어울려 온 ‘인사동 사람들’ 원조가 아니던가.
‘사나이 명세 개 명세, 자고 나면 새 명세’란 말이 딱 맞았다.

몇 일을 참지 못한 채, 결심 자체가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담배 못 끊는 것이나 사람 못 끊는 것이나 똑 같은 이치다.
의사가 담배를 끊지 않으면 죽는다는 협박에 가까운 말에도 피우듯이,
인연을 끊는다는 것도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었다.






초저녁부터 인사동으로 들어서다, 초입에서 시나리오 작가 최근모씨를 만났다.

정영신씨 상가에서 만난 후 처음이라 같이 술 한 잔하고 싶었다.

그와 함께 ‘마루’에서 열리는 김기춘씨 전시회 부터 들렸는데,

전시 작가인 김기춘씨를 비롯하여 배병수씨도 와 있었다.






김기춘씨는 내 고향 옆 동내인 ‘우포늪’으로 간지가 7년이 되었다는데,
전시된 사진도 ‘우포늪’을 소재로 하고 있었다.
추측은 했지만, 우포늪의 생태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풍경을 찍은 사진이었다.

곽봉수, 김갑진, 김경화, 김권하, 이상근, 추향자씨 등 화가들과 어울려 여는

단체전이라 그런지, 사진보다 그림에 가까웠다.
‘마루’의 ‘빛그늘 초대전’은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김용문씨가 기다릴 것 같아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목민’은 밖이 보이도록 통유리로 창을 만들어 놓았더라.
천상병선생께서 막걸리 드시며 윙크하는 오래된 내 사진을

투명판에 프린트해 붙이겠다는데, 공정이 까다롭지 않은지 모르겠다.






그 때까지 주인공이 오지 않아, 최건모씨와 먼저 자리 잡았으나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에 김용문씨가 나타나니,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반가운 분들이 모여 들었다.
최종선, 공윤희, 김명성, 이인섭, 유진오씨가 나타났고, ‘풍류사랑’에서 넘어 온 ‘민미협’ 팀들도 속속 등장했다.
최석태, 최병수, 이인철, 김명희, 김정환, 심정수씨 등 십여 명이 모여드니, 술집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터키에서 귀국한 김용문씨는 인사동 여관방에 짐을 풀고 묵는 중이라 했다.
오는 13일부터  '통인갤러리’에서 막사발전이 ‘열린다는 소식도 전해주었다.
흐르는 세월을 잡을 수 없는 듯, 그도 삭아가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빠져 그런지, 말아 올린 상투가 애들 고추처럼 작아 졌더라.






그날의 이야기 거리는 ‘세계막사발미술관’이었다.
완주 삼례에서 ‘막사발미술관’을 폐관한다는 소식은 진즉 들었으나,
그 때가지 이전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터키에서 ‘막사발미술관’을 옮겨가겠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김명성씨의 야심찬 프로젝트도 들었지만,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닌 것 같아 입을 다물어야겠다.
김명성, 김용문, 최근모씨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나, 취기가 올라 합 바지 방귀 새듯 사라졌다.






늘 인사동에서 술 취해 나오면 갈등을 느낀다.
동자동으로 갈 것인가? 녹번동으로 갈 것인가?
유행가 가사처럼, 차라리 미아리로 가고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한국관광공사ㆍ문체부 ‘2015 한국관광 100선’ 선정

 

창녕 우포늪. 한국관광공사 제공 /2015-04-08(한국스포츠경제)

 

 

구석구석 뒤져보면 대한민국에도 풍경 예쁜 곳 참 많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리 보이는데다 역사와 전하는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니, 찾아가면 늘 눈이 호강하고 귀가 즐겁다. 이렇게 멋진 여행지가 어디에 꼭꼭 숨어 있는 걸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 한해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대표 관광지 100곳을 추려 발표했다. 이름하여 ‘2015 한국관광 100선’이다. 선정하기까지 공을 많이 들였다. 지역에서 인정받고 있는 명소를 추천 받고 국민의 관심도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빅데이터도 분석했다. 블로그, 트위터 등 SNSN에 최근 3년간 축적된 총 7,200만건의 ‘관광지’ 관련 키워드를 분석해 여행 선호도와 최근 트렌드를 반영했다. 여기에다 여행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했다.

이 과정을 통해 선정된 여행지는 권역별로 수도권이 18곳, 강원권 15곳, 충청권 10곳, 전라권 18곳, 경상권 28곳, 제주 11곳이다.

서울에서는 경복궁ㆍ창덕궁ㆍ창경궁ㆍ덕수궁ㆍ경희궁 등 5대 고궁을 비롯해 인사동, 북촌한옥마을, 명동거리, 남대문시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북한산, 남산ㆍN서울타워 등 전통을 엿볼 수 있고 서울의 발전상을 가늠할 수 있는 곳들이 선정됐다.

경기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과 ‘국민 관광지’ 양평 두물머리와 함께 용인 에버랜드, 한국민속촌, 가평 쁘띠프랑스, 포천 허브아일랜드,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등 테마파크와 복합문화공간이 대거 포함돼다.


강릉 정동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2015-04-08(한국스포츠경제)

 

 

강원권은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 명산을 비롯해 2005년 화재 이후 최근 말끔하게 복원된 양양 낙산사가 이름을 올렸다.

2013년 말 개장한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과 ‘맨발 걷기’로 유명해진 대전의 계족산 황톳길, 2013년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광주 무등산도 눈에 띈다.

대구 근대골목과 방천시장,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등은 젊은층 사이에서 명소로 소문난 곳들이다. 관광열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백두대간 협곡열차도 포함됐다.

 

 

대전 계족산. 한국관광공사 제공 /2015-04-08(한국스포츠경제)

 

경남에서는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동피랑마을, 장사도, 소매물도 등 통영의 명소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관련 여행지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www.mustgo100.or.kr)에서 얻을 수 있다.

 

[한국일보]김성환기자 spam001@sporbiz.co.kr

 

 

보성 녹차밭. 한국관광공사 제공 /2015-04-08(한국스포츠경제)

 

<2015 한국관광 100선>

●서울(9) 서울 5대 고궁, 인사동, 북촌한옥마을, 명동거리, 남대문시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북한산, 남산/N서울타워 ●인천(1) 소래포구 ●경기(8) 수원화성,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가평 쁘띠프랑스,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포천 허브아일랜드, 양평 두물머리, 용인 에버랜드, 용인 한국민속촌 ●강원(15) 설악산,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평창 대관령, 양양 낙산사, 강릉 커피거리, 정선 삼탄 아트마인, 강릉 정동진, 오대산, 원주 뮤지엄 ‘산’, 춘천 물레길, 강릉 경포대, 강릉 오죽헌, 속초 아바이 마을, 태백산 ●충북(3) 단양팔경, 괴산 산막이 옛길, 보은 속리산 법주사 ●충남(5) 서천 국립생태원, 태안 안면도, 공주 무령왕릉, 부여 부소산성, 서산 해미읍성 ●대전(2) 계족산 황톳길, 장태산 자연휴양림 ●전북(8) 전주 한옥마을, 군산 근대문화유산, 부안 변산반도, 임실 치즈마을, 선운산, 내장산, 강천산, 덕유산

 

 

우도. 한국관광공사 제공 /2015-04-08(한국스포츠경제)

 

●광주(1) 무등산 ●전남(9)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순천 낙안읍성, 담양 죽녹원,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보성 녹차밭, 해남 땅끝 관광지, 여수 오동도, 여수 향일암, 신안 증도 ●대구(3) 대구 근대골목, 방천시장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안지랑 곱창골목 ●경북(9) 울릉도ㆍ독도, 경주 불국사ㆍ석굴암, 경주 안압지ㆍ첨성대 일대, 안동 하회마을, 백두대간 협곡열차, 영주 부석사, 문경새재 도립공원, 소백산, 고령 대가야 고분군 ● 부산(3) 감천문화마을, 태종대, 해운대 해수욕장 ●울산(2) 반구대 암각화,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경남(11) 창녕 우포늪, 합천 해인사, 통영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통영 동피랑마을, 통영 장사도, 통영 소매물도, 진주성, 남해 다랭이마을, 남해 독일마을, 거제 해금강, 지리산 ●제주도(11) 올레길, 성산일출봉, 우도, 사려니숲길, 비자림, 중문관광단지, 섭지코지, 쇠소깍, 산굼부리,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한라산

 

갤러리 인덱스 초대전인 조성제씨의 “천년의 전설 우포”展이
오는 13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 앵콜전은 꼭 한 번 볼만하다.

 

조성제씨의 “천년의 전설 우포”展은 몽환적 전설 속으로 끌어들이는 독특한 맛이 있다.

희뿌연 안개에 덮인 수묵화 같은 늪지 풍경이 일품이다.

 

우연히 인사동의 전시 일정을 살펴보다, 이 전시를 알았다.

지난 해 창원 전시에서 보았지만, 다시 찾아갔다.


‘인덱스’란 갤러리 이름이 생소했다.

알아보니 사진전문갤러리 ‘룩스’자리란다.

‘룩스’가 옥인동으로 옮겼다기에 그동안 ‘룩스’는 잊고 지냈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은 사진만 도드라졌다.

마치 천년의 전설 속에 빠지듯, 사진에 빠져들게 했다.


오랜 사우인 사진가 조성제씨 소식도 궁금하지만,

갤러리 주인이 궁금해, 사무실을 들여 다 보았다.


그런데, 이게 누군가?

사진평론하는 최건수씨가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청량리588전시 때 만나기는 했으나, 그냥 헤어져 더 반가웠다.


‘옥인동 ’룩스‘를 운영하는 줄 알았으나, 아니란다.

본래의 ‘룩스’는 옥인동으로 가고, 인사동 전시장을 자기가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잘못 들어 입력이 잘못돼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 옛 이야기로 추억하고, 근황도 물어보았다.

이 불경기에 손해는 보지 않는다니, 다행이다 싶다.

아무튼, 인덱스가 인사동의 사진전문 갤러리로 자리 잡길 바란다.


 

글 / 조문호

 

 

 




조성제씨는 자연생태환경을 기록하는 환경사진가다.

30여년 전, 아타 김을 비롯한 여러 명이 함께 했던 부산의 사진동아리에서 조성제씨를 처음 만났다.

그 후 흐르는 세월에 묻혀 소식이 끊겼는데, 10여년 전 환경사진가란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탱하기 어려웠던 사진작업의 한계를 일찍 알아차려 한동안 사업에만 전념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을 갖춘 후 계명대 사진영상디자인과와 계명대학원 사진전공 석사과정을 거치는 등 사진에 전념해 왔다고 한다. 그 노력의 결과로 “습‘, ’주남판타지‘, ’람사르총회 특별전, ‘WHITE SPACE', 영국’AM갤러리 초대전’, ‘동서미술상 수상 기념전 등의 전시와 세 권의 사진집을 출판하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마음속에 간직한 사진의 열정을 다시 불태워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한 것이다.

그는 ‘봉암 갯벌’과 ‘주남저수지’에 이어 ‘우포늪’의 생태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어 왔다.

기록에 앞서 우리의 자연환경을 지키고 알리는 파수꾼 역할도 톡톡히 해 온 것이다.

초창기 작업은 자연환경의 생태적 리얼리티를 기록했겠지만, 2006년도부터는 희뿌연 안개에 덮인 수묵화 같은 늪지 풍경을

촬영해 왔다. 안개로 가려진다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나 천년의 전설 속으로 회귀한다는 뜻도 있을게다.

그리고 이번에 보여 준 그의 작업은 대상의 기록에서 한걸음 나아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몽환적 전설 속으로 끌어들이는 독특한 맛이 있다.

사진 기법에 의해 우포늪의 이미지들은 흐릿하게 쓸려 나간다. 아득한 천년의 세월 속으로 다시 끌어들이기도, 점쳐지지 않는

미래로 이끌기도 한다. 그의 말처럼 늪은 가늠할 수 없는 가능성과 비밀을 내포한 곳이자 다양한 생명을 품은 곳이다.

그 베일에 가린 신비의 전설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천년의 전설 우포’ 사진전은 12월1일부터 31일까지 창원에 있는 송원갤러리(055-274-2066)에서 열리고 있다.

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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