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 정영신기자


▲ ‘쓴 맛이 사는 맛'으로 인사동 작가전을 연 채현국 선생 Ⓒ정영신


인사동을 사랑하는 작가 60여명 참가,. 수익금은 생활 어려운 작가들에게 

‘쓴맛이 사는 맛’이라는 이름을 내 건 이색적인 전시가 지난 15일 오후5시 ‘인사아트프라자’ 3층에서 개막됐다.

'쓴맛에 생각도 하고, 쓴맛에 괴로웠고 아팠지만, 그 쓴맛에 사람이 깊어진다'는 '건달'할배' 채현국'선생의 말씀에 따라, 회화, 사진, 조각, 서예, 도예, 새김아트, 금속공예, 섬유공예 등 인사동을 사랑하는 작가 60여명이 뭉친 것이다.


 

개막식에는 참여작가 외에도 이부영, 임재경, 이애주, 유홍준씨 등 2백여명의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이 모인 전시가 쉽지 않은데, 바로 이것이 채현국 선생의 저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 전시 축하를 위해 참석해주신 이애주,이부영,임재경,채현국선생(왼쪽부터) Ⓒ정영신


건달할배 채현국 선생은 인사말에서 같이 어울리고 함께 살자는 의미로 이번 전시를 열게 되었는데, 전시회 수익으로 생활이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을 돕는다고 했다. 욕심을 부린다면 참여 작가들과 함께 남북을 걸어서 가보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 방혜자선생의 '생명의 숨결' 15호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는 질타로 이시대의 어른으로 추앙받는 채현국 선생은 현재 경남 양산에 있는 효암학원 이사장이다. ‘쓴맛이 사는 맛’으로 세상에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하는 선생의 시원시원한 입담에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기도 하다.


  

▲ 주재환선생의 '이곳과 저곳' 캔버스에 유화 90.5x90.5cm,2008


시인 신경림 선생은 ‘쓴맛이 사는 맛’ 전시에 부쳐 “그는 거인이다. 키는 작지만 생각이 크고 시원시원하다/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고 큰 것을 향해 성큼성큼 발도 빠르다/ 그는 젊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전혀 늙지 않는다/ 그래서 늘 거침이 없고 늘 싱싱하다/ 게다가 그는 부자다. 돈은 없으면서도 늘 남을 도울 것을 생각하고/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이웃과 친구들이 다 잘 살길을 찾느라 늘 바쁘다/ 가장 크고 가장 젊고 가장 부자인 그는/ 그래서 이 나라에서 가장 바쁜 늙은이다.”라고 썼다.

이 헌시(獻詩)에 채현국 선생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 김정헌작가의 '이승과 저승-시원소주' 캔버스에 아크릴과 종이꼴라쥬,91x91cm


채현국 선생의 부름에 놓았던 붓을 다시 들어 그림을 완성했다는 화가도 있었다. 박재동 화백은 개구쟁이 같은 채현국 선생의 초상화를 선보였고, 단색화의 대표작가인 이우환 선생의 작품 등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출품한 작품으로 전시장은 가득 메워졌다.



  
▲ 민정기작가의 '우리섬 독도 삼형제 굴바위' 105x107cm oil on canvas,2015

이번 전시에 참여한 많은 작가 중 1980년대 이후 민중미술을 대표해온 작가 신학철 선생은 캔버스 위에 포토몽타주, 포토리얼리즘 기법으로 시대정신에 보다 더 가까이 접근함으로써 역사를 관념이 아닌 구체적 실체로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 ‘모내기’ 그림은 1989년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당국에 압수되었고, 3개월 동안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판문점 풍경으로 분단의 아픔을 형상화했다.


  

▲ 신학철 선생의 '가야할 길' 116x81cm,2017


조절된 에너지와 침묵의 힘을 빛의 순간으로 보여주는 방혜자 선생은 ‘생명의 숨결’을 내놓았고, 시계가 멈춘 탄광촌의 삶을 그로테스크한 질감으로 그려내는 황재형 작가는 ‘Bus’를 출품했다.


  

▲ 황재형화가의 'Bus'53ㅌ72.7cm, 캔버스에 유채,1993


비닐과 골판지, 폐품과 종이 등을 재활용해 발랄하고 통통 튀는 작품으로 블랙유머를 시대정신으로 재현하는 주재환 선생의 ‘이곳과 저곳',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비판적 리얼리즘 작가이자 문화운동가인 김정헌 선생의 ‘이승과 저승-시원소주’, 인사동 그림판의 마당발 화가 장경호의 ‘묵시’는 삶에 지친 인간의 초상으로 오늘의 시대정신을 말하고 있다.


  

▲ 장경화화가의 '묵시' 72.7x90.9cm Oil on canvas,2011


조각가 박상희씨는 예수를 안고 있는 부처를 통해 세상의 다툼과 분리에 저항하는 ‘삐에타’를 선보였다. 우주의 근원적 생명과 사랑을 표현하는 화가강찬모는 ‘빛의사랑’을, 키치화풍의 전형성을 재창출하여 미학적 엄숙주의에 빠져있는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민정기화백은 우리시대 삶의 풍경인 ‘우리섬 독도 삼형제 굴바위’작품을 내놓았다.


  

▲ 박상희조각가의 '삐에타' 67x53x94cm, mixed media,2012


이번에 작품을 내놓은 대부분의 작가들은 채현국선생과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이다. 채현국 선생은 인사동 허름한 술집을 찾아다니며 가난한 작가들의 술값을 말없이 내주고, 힘들어하는 작가에게는 슬그머니 지폐를 호주머니에 넣어주기도 했다. 호탕한 웃음을 날리며 이 술집 저 술집을 떠돌며 주머니가 텅텅 빌 때 까지 사람 만나기를 계속해 온 구세주 같은 분이었다.


  

▲ 박재동 화백의 '채현국선생' 종이에먹,2017


작가들은 오랫동안 채현국 선생에게 빚진 술값을 갚기라도 하듯, 전시 소식에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작품을 내놓았다. 어려운 예술가들을 돕기 위한 자선바자회지만, 잘 알고 지낸 작가들이 함께 어울리는 이러한 전시는 단발성으로 끝내는 것보다 해마다 했으면 하는 작가들이 의외로 많았다.


  

▲ 강찬모화백의 '빛의사랑' 53x72cm, 한지에 한국전통채색기법및안료,2017


참여 작가인 조문호 사진가는 오래전 인사동을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인 ‘창예헌’ 사람들이 다시 뭉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2008년 창립되어 몇 년 전부터 흐지부지된 ‘창예헌’은 인사동을 사랑하는 예술가 200여명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기능을 상실한 오늘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다시 부활시키자는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채현국 선생은 돈이나 권력은 마술 같아서 아무리 작은 것도 휘두르기 시작하면 썩기 때문에 빈털터리가 되어야 인생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진다고 말씀하셨다. 선생이야 말로 염치를 아는 이시대의 진정한 어른이 아닌가 싶다.


  

▲ ‘쓴 맛이 사는 맛'전을 위해 모인 문화예술인들 Ⓒ정영신


건달 할배 채현국과 함께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전 ‘쓴 맛이 사는 맛’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3층에서 열리고, 다음달 12일부터 25일까지는 유카리화랑에서 이어진다. 전시작품을 판매한 수익금은 생활이 어려운 작가들을 위해 쓰인다.


박제동 그림



지난 15일, 가난한 작가들을 돕는 취지의 색다른 전시가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렸다.
‘쓴 맛이 사는 맛’이란 전시로, 채현국선생께서 주변 작가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인사동 마당발 노광래씨를 내세워 마련한 단체전이다.






처음엔 전시 성격이나 명분이 모호해 망설여졌으나, 평소 존경하는 분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인기작가 몇을 뺀 참여 작가 모두가 가난한 작가들이라 결국은 우리를 위한 전시가 아니던가?

다들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내 놓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불경기에 작품이 팔린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고,

팔린다고 해도 잘 나가는 작가 몇 명에 한정될 것이라 전시 명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관료와 팜프렛 제작비, 뒤풀이 비용만 고스란히 선생께서 안게 될 것이 걱정스러웠으나,

오랜만에 인사동이 들썩이겠다는 기대감은 있었다.






어쨌든, 인사동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 60여명을 규합한데다, 백낙청씨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사 90여명이 뜻을 같이 하여, 마치 창당 대회 같은 대규모 전시였다.

한편으론 우려 섞인 주변 분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서로 잘 만나지 못하는 인사동 사람들을 모아, 한데 어우러지게 한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했다.

가히 이산가족전이라 할 만큼 많은 지인들이 모였는데, 근간에 우리가 이렇게 많이 모여 본 적 있었는가?






작품보다 사람을 더 기다린 전시였지만, 개막시간을 오후6시로 잘 못 알아 한 시간이나 늦어 버렸다.

도착하니 뒤풀이 장소로 옮기고 있었는데, 그 때까지 축하공연은 이어지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반가운 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인사 나눌 겨를도 없이 닥치는 대로 카메라부터 들이댔다,

그게 내 인사법으로 여겨,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전시장은 작품 반, 사람 반이었다. 그 많은 작품을 어떻게 다 걸지 걱정했는데, 용케도 다 걸려 있었다.

한정된 공간이라 유치원생 사생대회처럼 다닥다닥 걸 수밖에 없었으나, 좋은 작품이 산만한 주변에 묻혀 아쉬웠다.

분단풍경을 보여 준 신학철선생의 ‘가야할 길’을 비롯하여 발길 잡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사진 찍기 바빠 작품 감상도 제대로 못하고 뒤풀이 장소로 옮겼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낭만’과 ‘아리랑’으로 갈라져야 했다.

술 마시고 사진 찍기도 바쁜데,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느라 불알에 요령소리 날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하나 둘 빠져나갔고, 잔당들만 유목민으로 몰려들었다.





매월 셋째 수요일마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술 마신지가 몇 개월 되었지만,

이 날은 채현국선생 덕에 완전 대박 난 것이다. 뒤늦게 나타난 손연칠씨는 전시도 모르고 있었다,

오늘이 인사동사람들 만나는 셋째 수요일이라 나왔다고 했다.

‘부어라 마시어라’ 얼마나 흔들며 온 몸으로 놀았던지, 그 이튿날 죽어났다.

죽어도 좋았던 그 많은 이야기가 절절하나,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하얗더라.






그 날 만난 분들을 떠올려야 하는, 이 부분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고 머리 아프다.

사람은 생각 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를 뒤적일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사진이 너무 많다.

그 날 카메라 총알이 떨어져, 김재규가 박흥주 권총 빼앗아 박정희 쏘듯,

정영신이 카메라까지 빼앗아 갈겼으니 오죽하겠나? 더러는 정영신이가 찍은 사진도 있다.





낮 시간에는 강민, 방동규, 구중서, 이행자, 김승환, 장봉숙선생 등 연세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겠다.


먼저 채현국선생 내외분을 비롯하여 주재환, 임재경, 유홍준, 신학철, 이애주, 서정춘, 장경호, 박불똥, 이인철, 이인섭,

김 구, 김명성, 노형석, 전강호, 이명희, 구중관, 김상현, 임계재, 조준영, 박상희, 황외성, 서길헌, 노광래, 정영신, 이은영,

안영상, 김수길, 하형우, 정명수, 고선례, 신미라, 백남이, 배평모, 강고운, 박구경, 이희종, 최혁배, 전종덕, 김영복, 이두엽,

임경일, 전활철, 이만주, 이지녀, 김종근, 김태서, 박 건, 덕원스님, 박 철, 김봉준, 김효성, 정영철, 최명철, 김이하, 장순향,

김대희, 공윤희, 강선화, 홍석화, 임경숙, 편근희, 유진오, 김형구, 박수영씨 등이다.

이 전시는 21일까지 열리고, 유카리화랑에서 12월1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2차전도 있는데,

벌써부터 전시에 대한 구설수가 많아 걱정이다.

가난한 작가 돕는다는 핑게대고 재미는 엉뚱한 곳에서 본다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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