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통인가게’에서 배일동 명창의 판소리 한마당이 열렸다.
춘향가에서는 춘향의 절절한 마음에 다 함께 아파했고,
심청가에서는 심봉사 재회의 기쁨에 다들 눈물 흘렸다.
가히 이 시대 최고의 가객이 펼치는 감동의 무대였다.





쩌렁쩌렁한 배일동 명창의 소리는 바위를 두드리며 쏟아지는 폭포수 같았고,

하늘을 가르는 우렛소리 같았다.





여지 것 여러 명창의 판소리를 들었지만, 이 같은 고음의 절창은 들어보지 못했다.

온몸으로 토해내는 절절한 소리에 다들 넋을 놓은 채. 소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일 년에 두 차례씩 열리는 통인 판소리 감상회는 지난 5일 오후5시부터 한 시간 동안 통인가게’ 5층에서 열렸다.

시대를 뛰어넘는 '통인 판소리 감상회'는 30여 년 간 이어져 온 인사동 전통문화의 마지막 지존이다.

비록 공연장이 아닌 전시장에서 열리지만, 열릴 때마다 빈자리가 없다.

육성으로 듣기 아주 적절한 공간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함이 늘 아쉬울 뿐이다



 

 


단가 이산 저산을 비롯하여 춘향가와 심청가를 부른 배일동명창의 판소리에 조상민 고수가 북채를 잡았다.

그리고 찬조 출연한 이진용씨 대금과 서영민씨 아쟁도 한 몫 했다.

흘러내리는 듯 떠는 소리와 꺾는 소리로 이어진 그 애절한 시나위가 마음이 후볐다.



 


배일동명창이 7년 동안 지리산 계곡에 초막 지어놓고 폭포수 아래서 수련 할 무렵,

막대 장단에 바위가 깨지며 득음한 소리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소리의 경지였다.

때로는 소름이 돋는 전율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는 소리 뿐 아니라 연기력도 출중하다.

극중 사연에 빠져들어 슬픔과 기쁨을 토해내며 몸짓하니, 관객 또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심 봉사가 눈 뜨는 마지막 대목은 감격 자체다. 그런 기쁨의 눈물을 흘려 본지가 언제던가?



 


심봉사의 애끓는 통한의 절규는 가슴을 파고들었다.


죽고 없는 내 딸 심청이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이게 웬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답답하여라 이놈의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심봉사 감은 눈을 끔적끔적 하더니 두 눈을 번쩍 떴구나,

이렇듯 천지조화로 심봉사가 눈을 뜨고 나니, 만좌 맹인이 모다 개평으로 눈을 뜨는디


이 얼마나 감격적이며 해학적인가.



 


판소리는 사설과 창, 무대행위로 이루어진 종합예술의 성격을 띤다.

서사적 구조의 사설은 문학 영역에 속하고, 창은 장단과 가락을 가지고 있어 음악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소리꾼의 몸짓이나 고수의 추임새 등은 연극적 성격을 가지는데, 이 세 가지가 어울려 감흥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소리를 잘 하는 대개의 명창들이 관객을 이해시키는 이론에 약하지만, 배일동 명창은 달랐다.

외국음악에 길들어 진 현대인들에게 우리음악의 우수성을 쉽게 이해시키는 탁월한 교수법을 지니고 있었다.

막간을 이용하여 그의 강의를 들었는데, 한 박자나 두박자로 되는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삼박자로 진행되는 우리소리의 독창성을 자신의 소리로 이해시켰다.



 


여태껏 선호도에서 국악이 서양음악에 밀리는 것은 교육의 부재였다. 뭐든지 알아야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인다.

지금이야 판소리의 독창성이나 음악성을 높이 사지만, 아직 대중성은 한 참 멀었다.

그래서 대중을 상대로 판소리의 제 맛을 깨우치게 해 주는 배일동씨 같은 분이 절실한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통인가게주인 관우선생으로 부터 이 산 저 산재청이 있었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가 있느냐?“



 


관우선생이 이 단가를 유별나게 찾는 것은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한 모양이다.

 

그리고 통인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해학의 풍경전에 참여한 작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상구, 김희진, 민경아, 박재갑, 이언정, 정승원, 홍승혜씨 등 소개한 중견작가 가운데 이력이 독특한 분이 계셨는데,

국립암센터 명예교수로 재임 중인 박재갑씨였다. 의술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판화의 수준도 뛰어났다.

안동 하회별신굿 탈놀이 중 파계승마당을 선보인 이 전시는 721일까지 이어진다.



 


통인 판소리 한마당이 끝난 후, ‘통인가게관우선생의 집무실이 있는 상광루에서 막걸리 파티가 벌어졌다.

인사모회원으로는 통인가게 주인 김완규씨, 박일환 변호사, 화가 김근중씨가 자리했고,

이계선 통인 관장을 비롯하여 배일동 명창, 조상민 고수, 박재갑, 김규진, 황태인, 민호기, 박영수, 최유정씨 등

이름도 잘 모르는 많은 분들이 자리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차는 다리 ’에서 빨았는데, 사진이 많아 내일 소개하겠다.

 

사진, / 조문호




















































































 



-배일동 명창의 판소리 강의도 고수-





우리 것이 밀려나는 요즘의 인사동에 '통인 판소리 한마당'이 불씨 같은 역할을 해 준다.

인사동 통인가게에서 정기적으로 마련하는 판소리 감상회는 봄 가을 두 차례 열린다.

지난 30일 오후5시부터 통인가게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열렸는데, 자리가 좁아 누구나 들을 수 없어 아쉽다.

이 날도 120여명이 가득 메워, 우리 소리의 진맛에 흠뻑 빠지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봄에 이어 세 번째 소리판을 연 배일동 명창은 이 시대가 낳은 걸출한 소리꾼이다.

그의 판소리는 들을수록 심금을 울리는데, 소리꾼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득음의 경지야 말할 것도 없고, 청중의 감정을 끌어내는 흡인력에 혀를 두를 지경이다.

이 메마른 세상에 어디서 이처럼 울고 웃을 수 있겠는가?

 

단가 이산 저산을 비롯하여 춘향가 중의 사랑가’, 쑥대머리, ‘어사와 춘향모친 상봉대목’,

심청가 중의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차례대로 불렀는데, 춘향의 사랑가는 애간장을 다 녹였다.



 


사랑사랑 내 사랑아 어허둥둥 내 사랑아~

저리가거라 가는 태를 보자. 이만큼 오느라 오는 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얼마나 좋았으면 저리 간 들어지게 놀았겠는가?

수청 들기를 거부하고 옥중에서 신세 한탄하는 쑥대머리에서는 눈물이 절로 났다.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 보고지고애끓는 절절함에 가슴이 아렸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여지 것 판소리 듣고 웃은 적은 많지만, 눈물 흘린 적은 처음이었다.

그게 바로 소리 속으로 끌어당겨 일심동체가 되도록 만드는 배일동 명창의 매력이다.

입으로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부르는 소리라 이심전심이 되는 것이다.



 


어사와 춘향모친 상봉대목에서는 춘향 모친의 해학이 절정이다.

거지행색을 보고 모른다고 푸대접하던 장모가 사위 다그침에 급변하여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하운이 다기봉터니 구름 속에 쌓여왔나, 풍설이 쇄란터니 바람결에 날려왔나.

이 사람아 뉘 집이라고 아니 들어오고 문밖에서 주저 하는가"



 


또 한 가지 귀가 번쩍 뜨이는 대목은 심봉사 눈뜨는 대목이다. 바로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한 것이다.

죽고 없는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웬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답답하여라 이놈의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심봉사 감은 눈을 끔적끔적 하더니 두 눈을 번쩍 떴구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님이 딸을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딸을 알아볼까 걱정되었다.


이렇듯 천지조화로 심봉사가 눈을 뜨고 나니, 만좌 맹인이 모다 개평으로 눈을 뜨는디

 

심봉사의 절절한 회한에 눈물 흘리게 하더니, 두 눈을 번쩍 뜨는 대목에서 기쁨으로 몰아치다

마지막 대목에서 그만 웃음이 터지게 만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판소리 맛이다.

구절구절마다 온갖 내용이 다 들어있지만, 소리꾼이 그 감정에 흠뻑 빠지지 못한다면 어찌 청중에게 전해지겠는가?

 

이 날 고수로는 배일동 명창의 삼십년 친구인 김동원 교수가 북채를 잡았는데, 너무 조가 잘 맞았다,

옛날부터 ‘1고수, 2명창, 3청중이란 말이 있듯이, 고수가 소리꾼의 온갖 감정을 다 끌어내는 지휘자고 바람잡이가 아니던가?



 


그리고 배일동 명창이 들려 준 판소리의 이해에 다들 귀가 솔깃했다.

한 박자나 두박자로 되는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삼박자로 진행되는 우리소리의 독창성을 이야기하며

직접 소리로 이해도를 높였다. 뭐든지 알아야 귀에 듣기고 눈에 보인다.

우리가 배일동 명창의 소리에 빠져 웃고 울었던 비결로, 소리뿐 아니라 교수법도 탁월했다.



 


여지 것 선호도에서 국악이 서양음악에 밀리는 것은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판소리의 독창성이나 음악성을 높이 사지만, 아직 대중성은 한 참 멀었다.

그래서 대중을 상대로 판소리의 제 맛을 깨우치게 해 주는 배일동씨 같은 분이 필요한 것이다.



 


악보가 필요 없는 판소리가 외국의 오페라 보다 한 수 위지만, 교육이 따르지 못해 밀린 것이다.

나 역시 어릴 때, 잔칫날 소리꾼 불러 벌이는 소라판에 별 흥미 없었다.

판소리 가사야 조금 알았지만, 시조는 뭐가 뭔지도 몰랐다. '영감들 무슨 귀신 싸나락 까먹는 소리 할까?' 생각했다.

가사를 모른다면 잘 모르는 외국노래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러다 뒤늦게 음악을 좋아하며 LP판을 사 모아 음악실을 차린 것이 판소리 가치를 알아 본 계기다.

락이던 재즈든 가리지 않을 때였으나, 점차 우리 음악의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결국 부산 남포동에 한마당이란 국악전문 주막까지 차렸는데, 생각 외로 손님이 밀려들었다.

동아대 학생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사실 자글거리는 레코드에서 나오는 임방울선생 쑥대머리맛을

제대로 아는 손님이 얼마나 되었겠는가.

단지 우리 소리고 우리의 정서라는 매력이 손님에 손님을 끌어 들인 것일 게다.



 


그런데, 뽕짝 가수를 모시는 밤무대는 지천에 늘렸는데, 명창들 모시는 밤무대는 왜 없을까?

다 우리 것을 우습 게 보고 외국 문명에 놀아난 결과다.



 


통인 판소리 한마당이 끝난 후, 통인 관우선생 계신 상광루에서 막걸리 파티가 열렸다.

그 많은 술이 바닥나 낙원동 아구찜 식당에서 포장마차로 전전했는데,

그 날 관우선생께서 술이 취해 이산 저산을 쉼 없이 불렀다.

그 단가에 나오는 내용이 마음에 박혔을까?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가 있느냐?“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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