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사동 사람들 만나 대포 한 잔하는 셋째 수요일이다.

정영신씨 더러 인사동에서 밥 한 그릇 사달라는 전화를 했다.
어디서 만날 것이냐기에 대뜸 ‘인덱스갤러리’라는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무슨 전시인지도 모르지만, 밥값에 버금가는 찻집에서 만날 수는 없잖아.






낙엽이 뒹구는 인사동 거리는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또 겨울이 찾아오고 실없이 한 해가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황량해 졌다. 사치스럽게도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이군열 사진전이 열리는 ‘나우갤러리’부터 들렸는데, 오프닝 준비로 바빴다.
‘자연의 성’이라 이름붙인 흑백 풍경이지만,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






쓸쓸한 늦가을 분위기와 어울릴 것 같은 임춘희씨 '나무그림자'를 보러 ‘통인’으로 갔다.
변화무쌍한 감정을 마치 자서전처럼 화폭에 풀어놓았는데,
혼란스럽기도 하고 황량한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앙상한 겨울나무가 연상되었고, 아련한 향수도 밀려왔다.






정영신씨와의 약속 시간이 되어 ‘갤러리 인덱스’로 자리를 옮겼다.
김종성씨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거리는 한산해도 전시장은 북적였다.
아는 분이라고는 최건수관장을 비롯한 한 두사람 뿐이었다.






사람 틈을 비집고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사진이 왔다 갔다 했다.
정영신씨를 데리고 나와 버렸다.






정영신씨와 저녁식사를 한 후 ‘유목민’으로 갔다.
그 곳에는 유진오씨와 김완기씨가 자리 잡고 있었다.
김완기씨가 너무 오랜만이라 근황을 물어보았는데,

피맛골 가게를 처분하고, 삼개월 동안 러시아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좀 있으니, 이인섭선생이 나타났고 김재홍씨는 박기자라는 친구 분을 데리고 왔더라.
김명성, 서길헌, 김각환씨 등 반가운 분들이 줄줄이 왔으나, 앉을 자리가 없었다.





자리를 비켜주고, 옆집 커피숍으로 옮겼다.
연신내 연서시장으로 가자는 김명성씨 따라 지하철을 탔지만, 더 이상 술 생각은 없었다.
그날따라 혼자 있고 싶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계절을 타는 건지, 갈 때가 된 건지, 마음이 찹찹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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