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참 아름다운 결혼식을 보았다.


글도 그림도 깨어있는 이 시대의 청백리 이 성구청장의 둘째 아들 영일군과

이병직씨의 딸 민석양이 ‘신도림웨딩시티’에서 화촉을 밝힌 것이다.


이 날은 ‘눈빛출판사 30주년 기념전’ 부대행사인 이광수씨의 강의가 강남에서 있었지만,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매번 늦장 부리는 이 못된 버릇은 죽을 때까지 고치지 못할 것 같다.
장소를 잘 모르면 일찍 서두르면 될 걸, 뺑뺑 돌아 신도림역에 내렸는데, 이미 결혼식은 치루어 지고 있었다.

아는 사람들은 모두 식당으로 옮겼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영일군 장가가는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두려 남은 것이다.





어린 소년 소녀로 만나 친구에서 연인으로 부부로 골인한, 그 일편단심 민들레 커플이 아니던가.

그런데, 또 하나 놀란 것은 의례있는 주례사를 생략한다는 것이다.
성혼선언서를 갖고 나온 이 성씨가 주례사 아닌 주례사를 간략하게 대신 한 것이다.
처음엔 좀 의외로 생각되었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짜 바람직한 일이었다.
부모보다 잘 아는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이 성씨가 아들 영일군의 장점과 단점을 일일이 열거했다.
착하고 명석한 두뇌는 장점이 되겠으나, 끈기나 용기가 좀 부족하단다.
부족한 것은 신부 민석양이 보완해 주고, 신부가 부족한 것은 영일이가 보완하라는 부탁을 했다.
아무리 유명 인사의 공자 말씀도, 이보다 더 좋은 주례사는 있을 수 없었다.

이름이나 간판 위주로 내 세우는 주례의 내용이라는 게, 다 그렇고 그렇지 않던가?
어떤 이들은 돈으로 주례 설 사람을 사기도 하는데, 다 필요 없는 낭비고,
즐거운 결혼식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일 뿐이다.






잘 못된 허례의식을 가감하게 바꾼 이 성씨의 혜안이 돋보였다.

그리고, 축의금도 오만원이 넘어면 장학금으로 보내겠다고 공지했다.


이 성씨가 누구던가?
80년도에 행정고시로 서울시 공무원이 되어, 시정개혁단장을 역임했다.
많은 일들을 바꾼 장본인으로, 중요한 것은 그의 생각이 항상 깨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글 잘쓰는 '인사동 사람'으로, 지금은 구로구청장을 연임하고 있다.
한 때는 '월간문학'에서 ‘돈바위산의 선물'을 펴냈고, ’아버지‘로는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성단장의 온가족 세계 배낭 여행기“는 세간의 화제를 모우기도 했다.





그런데, 아들 영일군 칭찬을 해야 할 자리에서 아버지 이야기만 늘어 놓았네.

사실, 영일이는 잘 모르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워낙 훌륭해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영일군도 밀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신랑신부가 퇴장하는 사진을 찍고,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회장은 장소가 너무 넓어, 아는 분들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연극배우 이명희씨와 소설가 박인식, 시인 김명성, 성악가 이경오씨 등, '인사동 사람들'이 여럿 왔다는 전갈 받았는데...

혼자 음식을 챙겨 소주 반 병만 마시고 나왔더니. 그 때야 전화가 빗발쳤다. 

 

영일아~ 민석아~  부디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아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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