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10시 무렵, ‘서울역쪽방촌상담소‘에서 동자동 빈민들에게 김치를 나누어 주었다.

이 “사랑의 김장 나눔”은 ‘어린이재단’이 주관하고, 산업은행 계열인 ‘KDB생명’에서 후원하는 행사로,

평소 밑반찬 지원을 받는 주민을 제외한, 모든 가구에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김치를 나누어 주는 “새꿈 나눔터”에는 일찍부터 주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웃 사람 몫까지 손수레에 끌고 가는 분도 계셨고, 힘들어 낑낑거리며 들고 가는 노인도 있었다.

옆방에 사는 정선덕씨가 김치를 받아가며 한마디 던졌다. “빨리 가져가 김치 익기 전에 양념을 다시 해야지!”

해마다 나누어주는 김장김치지만, 늘 양념이 부족해 다시 한다는 것이다.

하기야, 그 많은 김치를 제대로 양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해마다 빈민들을 위해 김장김치를 나누어 주는 것만도 고맙기 그지없다. 그러나 김치 량이 너무 많았다.

식구가 많으면 모르겠지만, 대개 한 평 남짓의 좁은 방에서 혼자 사는 분들이다.

김치보관 할 장소도 마땅치 않지만, 많은 량의 김치는 필요 없는 듯 했다. 

혼자 사는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 ‘양을 반으로 줄이는 대신 양념을 제대로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얻어먹는 주제에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고 나무랄지 모르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듯 주민들의 바램도

고려했으면 좋겠다. 이젠 량의 시대가 아니라 질의 시대니까...


사진, 글 / 조문호

























나이가 들어가면 짐을 하나씩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내짐은 정선 움막에 있고, 작은 짐은 정영신에게 두고, 몸뚱이와 필요한 물건만 챙겨왔으니 너무 홀가분해 좋다.

쪽방 공간이 좁아, 크게 운신할 필요조차 없으니, 몸도 마음도 편한 것이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운영하는 ‘해 뜨는 집’ 105호에 살던 김영희씨 방은 짐으로 가득했다.

어디서 버려진 물건들을 주워왔는지, 쓸 만한 물건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석 달 동안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아무튼, 별 탈은 없어야 할텐데...

지난 8일, 그 쪽 방향으로 나갔더니 쪽방상담소 직원들이 그녀의 짐을 끌어내고 있었다.

밀린 방세 때문에 짐을 폐기처분할 모양인데, 좁은 방안에 짐이 얼마나 많은지, 수레로 두 차례나 실어 버리고도 남았다.





쪽방촌 사람들은 늘어나는 짐 때문에 대개 골머리를 앓는다. 심지어는 이웃 짐까지 맡아 곤혹스러워하는 경우도 더러있다.

갔다 올 때 까지 잠시만 맡아 달라했으나,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버리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인 것이다.

신변에 큰 문제만 없다면, 어디선가 또 짐을 모울 것이다. 아니면 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지...

그런데, 짐을 빼낸 ‘해 뜨는 집’ 1층의 방세를 물었더니, 한 달에 16만원이라 했다.

난, 4층인데도 23만원이나 주는데, 귀가 솔깃해 당장 짐을 옮기고 싶었다.

쪽방상담소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싼 모양인데, 한 달 방세 손해 볼 것도 아깝지만, 있는 곳에 정이들어 생각을 접었다.






이제 먹는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지난 7일은 공원에서 빵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민간 봉사단체에서 나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러나 너무 늦어 빵이 모자랐다.  돌아서려는데, 강완우씨가 걸어 와 내 손에 자기 빵 봉지를 슬그머니 쥐어 주었다.

“왜 니 모가치를 내 한테 주노?”했더니,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비시시 웃는다. 빵을 안 좋아하는 놈이 줄은 왜 설까...

이런 인정스러움 때문에 쪽방사람들을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그 날은 먹을 복이 많은지, '새꿈나눔터'에서 특별한 무료 급식도 하고 있었다.

‘연세의료원노동조합 행복 나눔 봉사회’에서 나왔는데, 닭다리를 하나씩 준 것이다.

비록 조그만 닭다리가 죽에 꽂혀 있었으나, 닭죽이라 술술 넘어갔다.

어찌 술 마시고 속 쓰린 것 까지 헤아려주니, 고맙기 그지없었다.




지난 8일의 식사는 ‘동자동 사랑방’에서 운영하는 ‘사랑방 식도락’에서 해결했다.

한 끼 천 원씩 받아, 별 반찬은 없으나 씨락국이 시원해 좋다. 내가 앞으로 많이 활용할 식당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무료배식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인정스러움이 있다.





제일 힘든 끼니 때우기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맛나샘’ 무료급식이었다.
일단, 한 끼 얻어먹으려면 한 시간 전에 가서 신청명부에 적고 앉아야한다.

자리가 없으면 복도 계단에 줄지어 쪼그려 앉아,

예수를 믿던 안 믿던 한 시간 넘게 설교를 듣고 기도를 해야한다.

난, 굶어 죽었으면 죽었지 그렇게 못하지만, 갑자기 궁금증이 발동했다.

대관절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주 길래 저렇게 까지하며 얻어먹을까? 란 생각이 든것이다.





그래서 지난 11일, 한 번 체험해 보았다.
신청서에 올리고 복도계단에 쪼그려 앉아 내키지 않는 설교와 기도를 들은 것이다.

일단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일하는 사람들의 자세부터 고압적이고 거만했다.

밥 얻어먹으러 온 사람들도 외지에서 왔는지 낮선 사람이 더 많았다.

반찬은 된장국과 돈가스 세 조각, 당면무침 정도였으나, 먹을 만 했다.



교회에서 하는 급식 보다는 카톨릭 단체에서 하는 봉사가 훨씬 신사적이다. 

"카톨릭 평화의 집’에선 월요일과 목요일에 도시락 배달을 하는데, 200여 가구에 한정되어 있다.

 골고루 혜택 받을 수 없는 게 아쉽지만, 봉사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좀 귀찮지만, 밥은 얻어 먹는 것 보다 내 손으로 해 먹는 것이 상책인 것 같더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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