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1일 정오 무렵, 밥 얻어먹으려 나갔더니, “형! 술 한잔해요”라며 정대경씨가 손을 끈다.
소주 한 병과 우유 한 팩을 사들고는 구석진 놀이터로 끌고 갔다.
그 때까지 이불을 감고 벤취에 자는 사람도 있었고,
한 쪽에선 열심히 운동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대경씨는 이미 취기가 돌았고, 난 빈속이라 짜리리리 한 기분이 좋았다.
이 맛 좋아하다간 알중 되기 십상이지만,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니는 어디서 자노?”라고 물었더니 손을 내저었다.

그는 여지 것 장가도 못 갔다고 했으나, 안 가길 잘했다 싶다.

혼자만 고생하지 가족까지 개고생시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오 갈 때 없는 따라지신세라 방세라도 만들려면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간단치않다. 그래서 병원 다닌 진료기록까지 받아왔다며 보여주었다,

고향은 어디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의 감정이 격해졌고, 나도 마음이 아파 잠시 자리를 피했다.

소주 한 병과 육포를 사왔더니, 감정을 삭이고 있었다.


보성에서 자라며 집에 불이 났던 일, 광주5,18때, 복날 개 맞듯, 죽을 뻔 했던 일,
서울 올라와 노가다로 전전하며 어렵게 살아 온 사연 사연을 줄줄이 풀어갔다.
그런데, 아픈 데가 생겨 일용직마저 쫓겨났다는 것이다.
받을 돈이 칠십 만원 남았으나, 이 핑계 저 핑계 둘러대며 오십 만원만 주었는데,
그 마저 술 마시다 어느 놈한테 털려 빈털터리가 되어버렸단다.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정대경씨 처럼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고, 가슴 아픈 사연도 다 있다.
몸만 움직이면 굶어 죽을 일은 없으나, 날씨마저 추워지니 걱정인 것이다.

정치인들이여! 제발 정신 좀 차리자. 당쟁보다 빈민부터 구제하자.
사대강을 파헤쳐 자연과 함께 수많은 돈을 수장시키지 않았나?
쓸데없는 일에 국고를 탕진하면서 왜 빈민들의 삶은 외면하는가?


그 낭비한 돈의 몇 억분의 일이라도 빈민복지에 보태었다면, 이런 사람 다 구제할 수 있다.
당장 살길이 급한데, 무슨 형식이나 절차가 그렇게도 복잡한가?
더 날씨 추워지기 전에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부터 마련해 주자.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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