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교부(52)



동네를 한 바퀴 휘~ 도는 것이 하루의 일과처럼 되어버렸다.
어제는 공원에서 큰 길로 내려가니, 길가 한 쪽에 추교부, 김영훈, 김태식이가 술자리를 만들어 놓았더라.
한 잔 얻어먹으려 끼어 앉았으나, 술이 떨어졌다.
얼른 가서 막걸리 두 병을 사왔더니, 모두 입이 벌어졌다.

“형님이 엿 같은 내 기분을 알아주네!”라며 추교부가 더 좋아했다.
이 친구는 일찍이 광운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그런대로 잘 살았다.
그러나 직장에서 잘려나며 인생막장에 들어 선 것이다.
요즘은 쪽방 얻을 형편도 되지 않아, 친구 쪽방에 끼어 자거나 아무데서나 잔다.

지난밤에는 교회에서 잤는데, 일어나보니 신발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먼저 일어 난 놈이 바꿔 신고 간 모양인데, 헌 운동화 한 컬레만 달랑 남았더란다.
“모처럼 괜찮은 신발 하나 장만했는데, 복도 지지리도 없다”며 투덜댔다.
날씨도 쌀쌀해 지는데다, 돌아다니며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신이라도 편해야 하는데,
큼직한 운동화를 질질 끌고 다닐 일이 보통 일은 아니듯 싶다.

하기야! 남의 신발 바꾸어 신고 간 놈의 사정도 보나마나다.

다들 없이 사는 죄 뿐인데, 교회서 신발을 잃어버렸다기에 피식 웃음이 났다.
어릴 적 동네 꼬마들이 찬송가 곡에다 가사를 바꿔 불렀던 노래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예수 사랑 할라고 예배당에 갔더니, 눈 감아라 해놓고 신발 훔쳐가더라.
내 신 내놔~ 내 신내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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