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4일은 ‘동자동 사랑방’에 갔다.
나도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에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다.
가입비 천원과 이 달 출자금 만원을 냈더니, 통장 하나 만들어 주었다.
신용불량자라 통장도 없는데, 입출금이 자유롭진 않지만, 기분 좋더라.






서울 중심의 사각지대에 있는 ‘동자동사랑방’은 쪽방 촌 빈민들의 자립을 돕는 공동체다. 

단발성에 그치거나 명분 내세우기에 급급한 구호의 손길보다, 진정으로 주민들을 도우며 함께 어울리는 곳이다.

조그만 사무실이지만, 주민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한다,

비좁은 쪽방에 선반을 만들어 주거나, 물품의 공동구매로 비용을 절감시키는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사랑방 식도락’에서는 천 원에 식사를 제공하고, 무료로 책을 빌려주기도 한다.






5년 전, 빈민들이 조금씩 아낀 돈을 출자해 공제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의료비와 주거비 등 긴급한 생활자금이 필요한 조합원들에게 빌려주는 소액대출을 비롯해,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공동사업과 다양한 마을공동체 행사를 벌여, 벼랑에 선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동물원에 먹이 주듯, 밥과 빵이나 던져주는 봉사단체, 조그만 돈으로 안주하게 하는 정부의 빈민정책에 비해서는 훨씬 모범적이다.






그 날은 녹색당 홍보팀장인 한진희씨를 비롯한 여러 명이 ‘동자동사랑방’을 방문하여

우건일 조합장으로부터 쪽방촌의 현안과 문제점을 듣고 있었다.

방문한 젊은이들이야 빈민들의 실태에 당혹스러웠을지 모르지만,

정치하는 인간들은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스러웠다.











아무튼 그들과 함께 ‘사랑방 식도락’에서 천 원짜리 식사를 했는데,

소 뼈 목욕한 국물이긴 하지만, 그 날의 메뉴는 곰탕이었다.

젊은이들 입맛에는 맞지 않을텐데,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더라.






그런데, 빈민들이 사는 촌방 촌 골목에 어울리지 않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외국인들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이웃의 한 분은 119요원들에 의해, 병원에 실려 가는 모습도 보았다.

부축하여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보아, 겉 모양은 괜찮으나, 속병이 심각한 것 같더라.

부디 별 탈 없이, 다시 돌아 오길 빌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공원 주변을 한 바퀴 돌았는데,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쓰러져 자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남의 일 같지 않더라. 나도 요즘 밥은 먹기 싫고, 술 생각이 간절한 때가 많으니까...

다행스럽지만, 아무리 술 생각이 나도 혼자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다짐은 한 번도 깨트린 적 없었다.


길거리에 나가면 쪽방촌 사람이나 노숙자들의 술자리가 곳곳에 있지만,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 술을 마시지만, 술을 마시기 위해 그들을 만나지는 않는다.

술에 끌려 다니지 않고, 내가 술을 끌고 다니기 위한 나의 철칙이 잘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가난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슬픔이 술을 찾게하고, 외로움에 또 한 잔한다.

그들의 고민을 잊게하고 위안해 주는 것은 술 밖에 없다.


세상이 알콜 중독자를 양산 하는 것 같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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