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빵 나눔 행사를 여는 한강교회 ‘브레드 미니스트리스’에서 지난 15일 동자동 쪽방 촌을 찾았다.

빵을 기다리던 주민들의 행렬은 길게 이어졌다. 평소 방문을 걸어놓고 출입을 삼가 하는 분들도 대부분 나왔다.

아예 깔고 앉을 것 까지 준비해 순번을 지키고 앉았는데, 나처럼 사진 찍으려 어슬렁거리다 보면 국물도 없다.

사진 찍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매번 모자라는 빵을 나까지 축낼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난 거지다.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온 후로 한 번도 밥을 해 먹지 않고 얻어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일 필요한 게 빵이더라. 밥을 얻으면 당장 먹어치워야 하지만, 빵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고,

반찬이 필요 없으니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빵 주는 날이면, 다들 한 시간 전에 나와 저렇게 줄지어 기다리는 것이다.

자리 비우면 그만이고, 새치기도 통하지 않는다. 질서 하나는 끝내준다.

그런데, 빵 받는 차례가 적힌 인쇄물 한 장 씩을 나누어주었는데, 거기엔 그 날 부를 찬송가 악보가 인쇄되어 있었다.

선교를 염두에 둔 행사인 건 틀림없지만, 꼭 그렇게 표를 내야 하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 듯이, 조용히 자선을 베풀면 더 빛날 걸 왜 모를까.

찬송가 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다.
모두들 입은 흥얼거렸지만, 빵 생각뿐이었다.

“주여! 이 가난한 빈민들을 어찌해야 하나요?”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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