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형의 '터'-



강원도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강원도 리얼리즘 작가 열 명이 모였다.


꿈틀대는 진경산수와 질곡의 삶을 살아온 민초들의 모습으로,

 통한의 산천에 둥지 튼 사람사는 이야기를 담았다.

    

200평에 가까운  전시장을 채운, 이 대규모 기획전이 그 흔한 지원금 한 푼 없이

가난한 작가들의 주머니를 털었다는 것도 뜻하는바가 크다.

 

산과 함께한 격동의 강원 70년”전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30일까지열린다.



태백의 황재형 작품이다.

그는 광부생활까지 하며 작업 한, 치열한 작가다.

작가 아버지의 슬픈 모습에 내가 눈물이 난다.

 


터줏대감 격인 해방둥이 황효창의 작품이다 


 인형으로 현실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가려진 삐에로의 표정이 더 슬프다.


화천의 길종갑 작품이다.

만화경같은 초현실적인 풍경은 작가가 사는 마을의 한 풍경일 것이.

상여행렬도 보이고 운동장도 보이는, 삶의 당대 현실이 충실하게 재현되고 있다.


신대엽의 삶의 풍경이다

우리 시대사를 아홉 폭에 응축하였다.

이 한국화 역시 이웃의 평범한  모습과 주변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정선의 조문호 사진이다.

얼굴은 개인의 정체성 표식이자 문화적, 사회적 징후다.

이들의 얼굴과 몸에서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확인해 보는일은, 새삼 강원도의 정체성을 사유해 보는 일에 다름아니다.



영월의 백중기는 산이 품은 강과 그 강이 품은 마을을 그렸다.

 산길 따라 물길 따라, 붓 길까지 살아 꿈틀거린다.


 "수 만년 세월을 지켜 본 이 준령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작가는 적고 있다.


평창 진부의 권용택은  허리 잘린 국토의 아픔을 말하고 있다.

겸재와 단원이 실경을 위해 찾아갔던 곳,

금강과 강원의 산하를 화폭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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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김대영 작품이다.

꿈틀대듯, 울부짓듯 에너지가 느껴진다

 

김용철은 나무판에 그림을 새겼.

거대한 판화의 목판 원본같은 작품으로, 살아 움직이는 조각에 다름아니다.

광복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김구선생의 모습도 새겼다.

그리움의 감성을 끌어내는 서숙희 작품이.

눈을 부라리고 보아야 보이는 정선가는 산길에 버스 한 대만 보일 뿐, 아득하다.

 아스라한 삶의 풍경이 조용하다.



 



강원도 둥지 턴지 20년 만에 강원도 환쟁이들과 처음으로 질펀하게 놀았다.
강원도의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전시 의도나 출품작들도 좋았으나,
같은 생각을 하는 꾼들과 함께하는 만남 자체가 더 좋았다.

그런데 전시가 시작되는 날, 아침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같이 가기로 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사람 만나는 과정에서 헤매고, 뭔가 차질이 생기고 있었다.

시간은 늦었는데, 이놈의 지하철은 왜 그렇게 늦게 가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한 시간 반이나 늦었는데, 모두들 뒤풀이 집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대개 고루하게 진행되는 개막식 자체는 좋아하지 않으나, 기록을 못해 안타까웠다.

아내와 전시장을 둘러보니, 조명이 설치되지 않은 어제 느낌보다 훨씬 좋았다.
이 강원도의 산울림을 서울까지 끌고 가고픈 생각이 충동질 했으나,
남아 있는 작가들과 뒤풀이 집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반가웠다!

세 번째 술자리지만, 기획자인 최형순씨를 비롯하여 황효창, 황재형, 신대엽, 서숙희,

백중기, 김용철, 김대영, 길종갑, 권용택씨 등 참여 작가 전부가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강원문화재단'의 오제환씨, '강원국제미술전람회' 팀장 김윤기씨, '김수근미술관'의 엄선미씨,

피리쟁이 함태근씨 등 많은 분들과 어울려 여흥을 즐겼다.
 
오전의 일들은 다 잊어버린채 즐겁게 술을 마셨는데, 술이 너무 달았다.

주는대로 쪼록 쪼록 마셨더니, 슬슬 객기가 도지기 시작했다.
송상욱선생의 십팔번 ‘부용산’을 황재형씨가 구성지게 불러 분위기를 돋구었고,

황효창선생께서 ‘세노야’를 부르는 등 노래판이 슬슬 벌어지기 시작했다.

백중기씨의 곡을 바꾼 동요에 춤까지 추며 난리법석을 떨어댔다.

난, 내가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건, 평소에는 꾸어다 놓은 보리쌀자루처럼 앉아 있다가도
술만 한잔 들어가면 백팔십도로 변해 망나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평소 잘 난 채하는 꼴이 싫어 그런지, 자신을 비하하는 막말도 예사로 해댄다.
그런데 지만 망가지면 되지, 죄 없는 마누라까지 끌어들여 늘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날도 결정적인 실구를 두 번이나 날렸다는 것이다.
돌아오며 아무 말 없는 아내의 표정을 쳐다보니, 심각했다.
얼마 전에도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싹싹 빌었는데, 큰일 났다.
집에 도착해서도, 잠을 자면서도, 일체의 말이 없었다.

다음 날 술이 깨니 속이 쓰려 죽을 지경이나 내색도 못하고 전전긍긍했는데,
아침 겸 점심을 먹고는, 말없이 휙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애라 모르겠다. 방바닥에 자빠져 낑낑대다 다시 잠들어버렸다.
눈을 떠보니 오후 아홉시가 넘었는데,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다.

아내와의 소통이 끊겼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문이었다.
이건 립스비스로 될 일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믿음을 줘야하는데,
문제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술을 마시지 말던지 벙어리가 되던지 두 가지 뿐인데,
이 더러운 세상 술 없이 산다는 것은 어렵고, 차라리 벙어리 되는 게 낳겠다.


사진: 정영신,조문호 / 글: 조문호




 







































































“산과함께 70”미술에 담은 강원 전이 눈앞에 닥쳐, '춘천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이 전시장은 처음 가보았는데, 공간이 엄청 넓었다.
200평 가깝다는데, 다들 작품규격들이 커, 여기가 아니었다면 되지도 않을 뻔 했다.
황재형씨의 작품은 5m나 되는 대작들도 있었고 평균 100호 이상의 작품이었다.
내 사진도 1m를 넘는 롤지였지만, 다른 작품에 비하니 어른과 아이의 차이였다.

그런데 규격만 큰 것이 아니라 작품들이 너무 좋았다.
도록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황재형씨가 그린 광부의 표정은 얼마나 슬픈지, 보는 사람까지 슬프게 만들었다.

이날 직접 작품을 가지고 온 작가로는 황효창선생을 비롯하여 길종갑, 신대엽, 김대영,

서숙희씨와 전시를 기획한 최형순씨 등 10여명이 전시 설치를 위해 애썼다.


작업을 끝낸 후 모여 앉아 술들을 한 잔 했는데, 그 밥값과 술값을 황효창선생 사모님께서

몰래 계산해 버렸다.  꼬불쳐 둔 파랑새가 굳기는 굳었으나 너무 황송했다.


나이가 들어 후배들에게 베풀려면 돈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나저나 술은 잔득 마셨는데, 끌고 온 차는 어떡하지?...

사진,글 / 조문호




























길종갑 / 음력7월20일(장삿날) 2008 아크릴릭 300X194cm


강원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미술에 담은 우리강원 “산과 함께 70”기획전이
오는 11월 25일부터 30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립니다.
전시오프닝은 25일, 오후3시입니다.

춘천 오시는 걸음이 있으면 한 번 들려주십시오.

 아래는 전시도록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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