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아랫동네와 그 곳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기록해 온 사진가들의

열 번째 전시 ‘낙산아랫동네 이야기'가 현장 빨래 줄에 걸렸다.

 

재개발에 의해 서울 골목이 하나 둘 사라지고

오래된 집들이 허물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사진가들이

낙산 아랫동네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뜻을 모은 지가 십년이 되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아니더냐.

기록 최고의 가치인 지속성의 성과였다.

 

서울시가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진행한 ‘낙산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사진가 김수길, 이대형, 이정은, 이용민, 최재현씨 등이 합류하며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제 10년의 기록을 기념하는 사진집도 출판했다고 한다.

 

그 작업은 성곽에 둘러싸인 마을의 역사성에 앞서

거미줄 같이 얽힌 골목 사랑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생각 된다

그 골목골목에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기억에서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작업이었다.

 

지난 27일 오후 무렵, 정영신씨와 전시가 열리는 낙산마을에 올라갔다.

호젓한 늦가을 정취도 맛볼 수 있어,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다.

 

골목골목 빨래 줄에 걸린 사진 외에도 갤러리 카페 ‘이화중심’에도 전시되었다.

전시된 사진에는 저 마다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낙산마을의 오늘은 물론 지난날까지 돌아 볼 수 있었는데,

더구나 마을 관광화에 따른 주민 불만으로 생긴 문화충돌 현장까지 기록했다.

 

낡은 스레트 지붕 위에 널린 운동화에서 그 곳 주민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고,

지워진 벽화에서 문화충돌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로는 십년동안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끌어 온

사진가 김수길씨를 비롯하여 김철균, 백승호, 석덕희, 이동준, 이정숙, 이창수,

이정은씨 등 여덟 명이고, 전시는 오는 11월 7일까지 열린다.

 

늦가을의 정취를 맛보며 낙산으로 바람 쐬러 가자.

성곽 따라 걸으며, 사연으로 아롱진 낙산아랫동네 사진들을 구경하자.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30일, 모처럼 동자동 술꾼들과 어울렸다.

한 낮에 술이 취해 자는 사람도 여럿 있었는데,
쓰레기장 옆이라, 사람인지 쓰레긴지 분간이 안 되더라.
하기야! 사람보다 더 독한 쓰레기도 없을 것이다.






공원에는 김원호씨를 비롯한 여러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으나,
담벼락 밑에 술자리 깐 정재헌 패거리에 끼어 앉았다.
그 자리는 처음 보는 젊은이도 한 사람 있었다.





몇 달 전 영등포에서 이곳으로 옮긴 박선오라 했다.
나더러 영등포에 사진 찍을게 많다며, 아는 체한다.
그 곳에는 자기 이름만 대면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단다.






지난 겨울 카메라 가지고 도망 친 이종민을 아냐고 물었더니,
잘 아는 형이라며 영등포에 가면 만날 수 있단다.
대충 짐작했지만, 만나보았자 이미 날 샌 것이다,
행여 만나면 안부나 전해 달라 부탁했다.






돌아오다 남은 막걸리 한 병을 김정심 아짐에게 주었더니,
막걸리도 좋지만, 사진이나 한 판 박아 달랜다.
찍은 사진은 언제 주냐기에, 어버이날 행사 때 가져가라 했다.






그나저나, 어버이 날이래야 며칠 남지 않았는데, 사진 준비는 언제 할꼬?
일 년에 두 번하는 빨래줄 전시, 없는 놈 제사 날 닥아 오듯 빨리 닥아오네.

동내 담 벼락에는 어버이 날 행사를 위한 모금 안내도 붙어 있더라.

모두 십시일반 힘을 나누자,





그 날 사진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큰일이네!
사나이가 한 입에 두 말 할 수는 없잖아.


“에라이~ 모르겠다. 죽어도 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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